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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유사 원유 수급 공백 막는다… 정부 '비축유 스와프' 도입

산업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의약품, 조선 등 주요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원료 수급 상황을 점검한 결과 헬륨, 브롬화수소, 황산, 에틸렌 등은 상반기까지 수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정유사 원유 수급 공백 막는다… 정부 '비축유 스와프' 도입

호르무즈 봉쇄 여파 장기화

중동산 원유 수급 차질 빚어

정유 4사 2000만 배럴 신청

석유화학 제품 매점매석 금지

車 5부→2부제 방안도 검토

한국석유공사 서산 비축기지 전경.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로 원유 수급 불안이 커지자 정부가 비축유를 활용한 ‘스와프(SWAP, 교환) 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정유사가 대체 원유 물량을 확보한 뒤 이를 증명하면 정부가 비축유를 먼저 빌려주고 이후 대체 물량이 국내에 도착하면 이를 비축유로 상환받는 방식이다. 중동산 원유 도입 차질로 인한 석유제품 생산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31일 정부세종청사 ‘중동 상황 대응본부’ 일일 브리핑에서 이날부터 ‘정부 비축유 SWAP 제도’를 도입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비축유 SWAP 제도는 정부가 보유한 비축유를 민간 정유사가 대체 도입하기로 한 원유와 맞교환하는 개념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내 정유사들이 의존도가 높은 중동산 원유 도입에 차질을 빚자 정부가 비축유를 긴급 대여 방식으로 먼저 공급하고 이후 정유사가 확보한 대체 원유를 돌려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일반적인 비축유 방출과는 다른 방식이다. 정유사가 대체 물량을 확보해야만 비축유를 제공받을 수 있어 기업의 대체 도입 노력을 유지하면서도 정부 비축유 재고가 결과적으로 소진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SWAP 절차는 정유사가 대체 물량 선적 서류를 제출하면 산업부와 한국석유공사가 타당성을 검토한 뒤 비축유를 제공하고 이후 대체 원유 선박이 국내에 도착하면 이를 비축유 기지에 상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재 정유사들은 중동산 원유 수입 차질에 대비해 아프리카, 미주, 호주 등에서 대체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다만 원유를 선적해 국내에 들여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원유 도입 기간은 호주산 약 14일, 중동산 약 20일, 미국산은 약 50일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 기간 발생할 수 있는 일시적 원유 공급 공백을 SWAP 제도로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비축유 SWAP 제도는 우선 4~5월 두 달간 시행한 뒤 필요 시 산업부 장관 승인을 받아 1개월 단위로 연장할 수 있다. 정산 가격은 비축기지 기본 대여료에 기업의 대체 물량과 정부 비축유 간 가격 차액을 더해 산정한다. 가격 차액은 비축유 월평균 현물 가격에서 대체 원유 실제 구매 가격을 뺀 값으로 계산해 월말에 사후 정산한다.

예를 들어 가격이 급등한 중동산 원유 대신 정부 비축유를 먼저 공급받고 이후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미국산 원유로 상환할 경우 그 차액만큼을 추가로 지불하는 방식이다.

양 실장은 “사전 수요 조사에서 국내 정유 4사 모두 비축유 SWAP 제도를 활용하겠다고 신청했고 4~5월 신청 가능 물량이 총 2000만 배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오늘부터 공식 접수를 시작하는데 한 정유사가 200만 배럴 규모의 SWAP 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정유사들은 중동산 원유를 기준으로 석유 혼합(블렌딩) 설비를 구축해 놓은 경우가 많아 정부가 보유한 중동산 비축유를 먼저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활용 유인이 크다는 평가다. 양 실장은 “정부 비축유 중 중동산 비중이 가장 높고 2000만 배럴 이상이어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 지역에 발이 묶인 우리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이 7척, 총 1400만 배럴 규모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양 실장은 “정부가 파악하기로는 6월까지 비축유 방출을 포함해 국내 원유 수급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기업들이 얼마나 대체 물량을 확보하느냐와 중동 사태가 언제 정리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석유제품 생산뿐 아니라 주요 산업 공급망 영향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산업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의약품, 조선 등 주요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원료 수급 상황을 점검한 결과 헬륨, 브롬화수소, 황산, 에틸렌 등은 상반기까지 수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의료용 수액 포장재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최소 3개월 이상 공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으며 대체 공급 방안도 마련 중이다.

정부는 위기 상황을 틈탄 시장 교란 행위에도 강경 대응할 방침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날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석유화학 제품의 매점매석 금지, 필수제품의 공급 차질 방지를 위한 생산 명령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석유화학 제품은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공급망도 매우 복잡한 점을 감안해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수급 상황을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소비 절감 조치도 병행되고 있다. 현재 공공기관은 강화된 승용차 5부제를 시행 중이며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차량 운행 제한을 2부제(홀짝제)로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김 장관은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5부제뿐 아니라 더한 조치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 정세 불안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비축유 활용, 공급망 관리, 에너지 절감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며 에너지 수급 위기에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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