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산업은행, 사진=Gemini
한국산업은행이 당기순이익의 절반이 넘는 8806억원을 정부에 배당하기로 하면서 국책은행의 역할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하는 가운데 정책금융 확대 기조까지 맞물리자 재정 기여와 정책금융 기능 사이 균형에 우려가 제기된다. 자본 부담 요인에 따른 건전성 지표 관리도 관건으로 떠올랐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달 31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8806억원의 배당금 지급을 결의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약 1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2024년 2조1470억원의 순이익에 7587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한 것과 비교하면 이번 배당성향은 전년 대비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은행의 최근 배당 추이를 보면 높은 배당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본격적으로 배당을 늘리기 시작한 2023년부터 8781억원, 2024년 7587억원, 2025년 8806억원을 배당했다. 최근 5년간 배당금 합계는 약 3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배당성향도 35%대를 유지 중이다.
산업은행은 국책은행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배당금을 책정하고 있다. 2024년 배당으로 산업은행은 정부에 7587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시점 기업은행은 5053억원, 수출입은행은 2828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금 전부 정부로…"정부 재정 부담 완화 vs 정책금융 여력 우선"
산업은행은 정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배당금 전액이 정부 재정으로 귀속된다. 앞서 금융권에선 산업은행의 배당 규모가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국책은행이 재정 보전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업계에선 정부가 최대주주인 만큼 일정 수준의 배당은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정책금융기관의 특성을 고려할 때 현재의 배당 수준은 과도하다는 시각이 맞서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국책은행 수익을 재정에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본다. 정부에 지급하는 배당금으로 재정 부담을 일부 완화할 수 있고 공공자산 운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라는 평가다.
반면 산업은행의 역할을 고려하면 접근이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일반 상업은행과 달리 기업 구조조정, 산업 지원, 정책 투자 등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정책금융기관이다. 조선·항공·반도체 등 주요 산업의 자금 공급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이에 본연의 기능을 위해 자본 여력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배당이 늘어날수록 정책금융 재원이 줄어드는 구조라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배당금 지급은 자본 감소로 이어지면서 대출·투자 여력이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정부 재정에 기여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정책금융 기능을 제약할 수 있다. 이는 산업은행의 기관 성격과 배당 정책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로도 연결된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자본건전성을 고려한 배당을 강조해온 점을 고려하면 국책은행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일관성 논란도 제기된다. 특히 산업은행의 주주가 일반 주주가 아닌 정부인 만큼 정책금융 기능을 위해 정부가 배당성향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KDB생명 증자까지 겹쳐…건전성 지표 무사할까
여기에 추가적인 자본 부담 요인도 존재한다. 산업은행은 자회사인 KDB생명보험에 올해 3000억~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보험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해 재매각에 돌입하기 위한 조치지만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결국 자본이 빠져나가는 셈이다.
정부 배당으로 자본이 유출되는 상황에서 추가 출자까지 병행될 시 자본건전성 지표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정책금융 수행 여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자본 감소와 자산 확대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실제 산업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4.33%로 국내 은행 평균(15.83%)을 밑도는 수준이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정책금융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가적인 자본 부담 요인이 겹칠 경우 건전성 지표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최근 이익잉여금 증가 등으로 재무 기반을 확대해 왔다. 다만 대외 불확실성과 산업 구조 변화로 정책금융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현재의 배당 기조가 장기적으로도 유지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강석훈 전 행장 시절 배당 유보가 언급됐지만 실제로 진행된 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재부도 딱히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사실상 국책은행 배당이 정부 배당 수입의 대부분이라 이 같은 기조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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