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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부 자금 투자받은 민간 사업자가 사고 치면?

완공 전 예약부터 받더니 돌연 공사를 멈춘 창원 한 예식장. 당초 지난달부터 예식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현재는 건물 출입마저 통제됐습니다. 예비부부와 소통하던 현장 사무실도 철수했습니다. 예식장을 믿고 계약한 예비부부들은 급하게 다른 예식장을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정부 자금 투자받은 민간 사업자가 사고 치면?

■ 창원 예식장 공사 파행으로 드러난 공공 투자 허점

노후 산업단지 활용하고자 민간 투자 유인

사업 단계별 관리·감독 기준이 명확해야

완공 전 예약부터 받더니 돌연 공사를 멈춘 창원 한 예식장. 당초 지난달부터 예식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현재는 건물 출입마저 통제됐습니다. 예비부부와 소통하던 현장 사무실도 철수했습니다. 예식장을 믿고 계약한 예비부부들은 급하게 다른 예식장을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건물에 정부 투자금이 들어가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정부 자금을 간접 투입한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창원복합문화센터’ 내 예식장 사업이 파행을 겪고 있다. 사업자가 자금을 융통하지 못하면서 공사가 중단됐고 결국 공사를 이어가지 못했다. 최근 사업 이해관계자들은 예식장 임차 의사를 밝힌 업체 가운데 한 곳을 새 사업자로 선정하면서 상황 수습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사업 정상화 절차와 별개로 기존 계약자 피해 보상은 뒷전으로 밀렸다. 이에 일부 계약자가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 재원이 들어간 공공 사업인 만큼 산업단지공단 관리·감독 책임과 소비자 피해 구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원 팔룡동 신축 예식장 건물 홍보 펼침막이 찢어진 상태로 방치돼 있다. /권민주 기자

노후 산단 개선에 정부 재정 투입

예식장이 들어설 건물 토지는 창원국가산업단지 터에 있다. 해당 터는 산업단지공단 소유였지만 2022년 한 민간사업자가 매수하면서 소유자도 바뀌었다. 사업자는 건물 면적 8356.50㎡에 근린생활시설과 운동시설 등을 갖춘 지하 3층~지상 8층 규모 건물을 건축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예식장은 건물 6~8층에 들어설 시설이었다.

창원복합문화센터 건립은 ‘산단환경개선펀드’ 사업 일환으로 추진됐다. 산단환경개선펀드는 정부 재원으로 펀드를 조성한 뒤 민간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노후 산업단지에 신규 인프라를 공급한다는 게 사업 얼개다. 정부 예산을 펀드 형태로 투자하고 사업 조성 후 10~25년 이내에 회수하는 구조다.

산업단지공단은 2020년 12월 사업 공모 절차에 따라 사업제안서를 접수한 뒤 복합문화센터 전체 개발·건립 사업에 170억 원을 투자했다. 여기에 민간 투자액 696억 원이 더해져 총 866억 원이 사업에 투입됐다.

해당 사업은 산업단지 노동자와 경남도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복합시설 조성을 목표로 추진됐다. 예식장 도입 역시 창원산업단지 내 상시 컨벤션 공간이 부족하다는 명분으로 시작됐다. 이후 2023년 10월 산단환경개선펀드가 집행됐으며 올해 4월 16일 건물이 준공됐다.

사업자 검증 과정을 두고 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사업자 선정 당시 평가기준표에 따라 사업·자본 구조, 공공기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면서 “사업수행능력, 이행 보증 같은 세부 사항은 투자 전문기관 검토를 거쳐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예식장 공사 현장. /권민주 기자

‘무단 공사’로 공사 중단

문제는 내부 공사 진행 과정에서 불거졌다. 지난 8월 예식장 사업자가 건물 소유권을 가진 신탁회사 승인 없이 ‘무단 공사’를 진행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약정된 방식으로 채무를 변제하지 않자 신탁회사는 공사 중단 조치를 진행했다. 사업자는 금융기관 대출로 자금을 융통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현재 신탁회사는 사업자를 상대로 형사 고발에 나선 상태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예식장이 제대로 지어질 줄 알고 미리 예약했던 예비부부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예식장 측은 지난 1월부터 계약을 진행했다. 예비부부들은 ‘7월 홀 완공, 9월 예식 시작’이라는 예식장 측 안내를 믿고 계약했다. ‘창원에 대형 신축 예식장이 생긴다’는 소문이 돌며 2027년 12월 예식까지 계약이 이어졌다. 하지만 예식장은 지어지지 않았고 계약금은 증발했다. 1년 남짓 틀어진 결혼 일정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불거지는 피해는 진행 중이다. 게다가 이들은 하소연할 대상조차 막막하다.

투자금 손실을 우려한 산업단지공단·대주단·자산운용사 등 사업 관계자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예식장은 창원복합문화센터 사업성을 보장할 마중물 같은 시설이었다. 예식장 사업이 헛돌자 예식장 효과를 기대했던 다른 시설마저도 입주를 꺼리고 있다. 이에 사업 관계자들은 예식장 문제부터 정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예식장 임차 희망 업체 중 한 곳을 선정해 내부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8월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예식장 공사 현장. /권민주 기자

피해 계약자 “집단 소송 준비”

새 사업자가 선정되더라도 기존 계약으로 피해를 입은 예비부부에 대한 보상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예식장 계약은 민간 계약관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피해자 개인이 입은 직접적인 피해액은 예식장 계약금 60만 원이다. 하지만 예식 날짜와 시간에 맞춰 계약한 사진·영상 업체, 포토부스, 각종 의류 대여 등은 모두 변경하거나 취소해야 할 상황이다. 예식을 앞두고 제작한 청첩장도 새로 인쇄해야 한다. 일부 계약자들은 창원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범위를 넓혀 예식장을 다시 알아보고 있다. 계약 취소 위약금 같은 부차적인 금액까지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예식장 측은 ‘개장 일정 지연’을 공지하며 △타 예식장 이용 시 본식 비용 일부 지원 △일정 연기 후 무료 예식 진행 등의 보상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11월 예식 예정이었던 한 계약자는 “계약서를 다시 작성하자고 말한 후 지금까지 보상 관련 연락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예식장 현장 상담실마저 철수하면서 예비부부들은 임시 예약을 담당했던 한 웨딩플래너 업체와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예식장 측 늑장대응에 계약자 일부가 예식장 관련 법인과 관계자들에게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수취 거부’로 반송됐다. 이에 피해 계약자 단체 누리소통망(SNS)을 꾸리고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변호사 선임 단계를 밟고 있으며 이후 민·형사 고소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8월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예식장 공사 현장. /권민주 기자

정부 재원 투입한 만큼 책임성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산단환경개선펀드에 정부 재원이 투입되는 공공 성격 사업인 만큼 산업단지공단이 책임 있는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업단지공단에서 공개한 ‘2020년 산업단지 환경개선펀드 5차 주간사업자 공모계획’ 자료를 보면 부동산개발업자부터 교통물류운영자, 소프트웨어 사업자 등이 사업자로 신청할 수 있다. 또 특수목적법인(SPC) 민간 참여자는 전체 SPC 자본금 10% 이상 출자해야 하며 그 비율이 높은 사업자를 우대한다.

사업자가 제출하는 사업제안서 평가 항목에는 ‘재무관리 계획’이 포함돼 사업 위험 관리나 신용 보강 방안 등을 작성하도록 했다. 하지만 사업 파행에 따른 소비자 피해 구제 등은 평가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관련 연구를 통해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중심 적극 참여 유인 △공모형 모집 방식 중심에 제안형 방식 추가 △사업규모 확대로 민간투자자 참여 확대를 제안했다. 사업자와 민간 투자자 ‘신뢰도’를 제고하려는 의도다.

서 교수는 “산단환경개선펀드는 모집부터 투자, 진행까지 각 단계별 관리·감독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며 “산업단지공단은 관리 주체로서 사업이 파행을 겪을 때 어떻게 해결할지 그 방안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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