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재원조달은 한전, 기술·시공은 한수원…UAE 바라카식 갈등 차단
국가별 역할 분담도 폐지…글로벌 원전시장 확대 속 수출 경쟁력 강화 승부수
UAE 바라카 원전 4호기 전경. [한국전력 제공]
정부가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으로 이원화돼 있던 원전 수출 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대외 협상 창구는 한국전력으로 단일화하되 실제 계약은 양사가 공동 주계약자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바꿔 과거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 과정에서 불거졌던 공기업 간 갈등을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22일 원전 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산업부는 다음 달 김정관 장관, 김동철 한전 사장, 김회천 한수원 사장이 참석하는 ‘한전-한수원 업무협력 협약식’을 열 예정이다.
이번 협약은 정부가 추진해온 원전 공기업 수출 체계 효율화 방안의 후속 조치다.
개편안의 핵심은 원전 수출 창구를 한전으로 일원화하는 것이다.
자금 조달과 대외 협상 능력이 강한 한전이 해외 발주처와 협상을 맡고, 기술 실무와 시공 역량을 보유한 한수원이 이를 지원하는 구조다.
실제 사업 계약 시에는 두 기관을 공동 주계약자로 명시해 책임과 권한을 함께 부여하기로 했다.
이는 바라카 원전 사업에서 드러난 갈등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바라카 원전은 총 4기로 구성돼 2021년 1호기 상업운전을 시작으로 지난해 4호기까지 가동에 들어갔지만, 공기 지연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며 한전과 한수원 간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한수원은 약 1조4천억원 규모 추가 공사비 지급을 요구했고, 한전은 UAE 측 정산이 선행돼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정부는 국가별 역할 분담 체계도 폐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한전은 미국·UAE·베트남 등 한국형 원전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지역을, 한수원은 체코·루마니아·필리핀 등 설계 변경이 필요한 지역을 맡아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해외 발주처와 협상 혼선, 기관 간 경쟁과 정보 공유 부족 등이 수주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새 체계에서는 국가 구분 없이 양사가 공동으로 사업을 발굴하고 수주전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현재 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향후 신규 수출 사업은 한전이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개편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글로벌 원전 시장 확대가 있다.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세계 각국이 원전 확대에 나서고 있고, 한미 간 원전 협력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시장 확대 국면에서 내부 갈등으로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갈등 완화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도 내놓는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창구 단일화보다 한전과 한수원을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전국매일신문] 박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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