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5개월간 긴급수급조정 시행... 정유사 생산·공급 명령권 발동
농식품부, 비료·포장재 수급 점검 확대... 대중동 수출 60% 급감 직격탄
에너지안보환경협회 “폐플라스틱 열분해 등 ‘순환형 안보’ 전략 시급”
[포인트경제] 중동전쟁 확산으로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 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정부가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내수 물량 확보를 위해 강제 생산 명령까지 내릴 수 있는 긴급 조치를 발동했다.
27일 경기 광주시 한 플라스틱 용기 제조업체 모습 /사진=뉴시스
산업통상자원부는 중동전쟁에 따른 나프타 수급 차질에 대응하기 위해 '나프타 수출제한 및 수급안정을 위한 규정'을 고시하고 27일 00시부터 전격 시행에 들어갔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 24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 승인을 받은 것으로, 향후 5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나프타는 반도체, 자동차 등 국가 핵심 산업의 기초 원료로 국내 수요의 4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중동 지역 수입 비중이 77%에 달해 전쟁 장기화 시 산업 전반의 마비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고시에 따라 정유사와 석유화학사는 나프타 생산·재고 현황을 매일 산업부에 보고해야 하며, 합리적 사유 없이 반출량을 줄일 경우 판매 및 재고 조정 명령을 받게 된다. 또한 모든 나프타의 수출은 원칙적으로 제한되며 장관 승인을 받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된다. 수급 불안이 심화될 경우 정부가 정유사에 생산을 명령하거나 특정 석유화학사에 물량을 우선 공급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수급조정 권한도 명문화했다.
관세청은 나프타를 서류제출 수출신고 대상 및 수입신고 지연 가산세 품목으로 지정해 공고했다. 수입업체는 물품 반입 후 30일 이내에 수입신고를 마쳐야 하며, 이를 어기면 과세가격의 최대 2%가 가산세로 부과된다. 이는 시장 상황을 관망하며 물량을 쌓아두는 매점매석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 26일 서울 용산구 용산2가동 주민센터에 설치된 종량제봉투 자동판매기에 종량제봉투가 많이 비어있다. /사진=뉴시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6일 송미령 장관 주재로 긴급 점검 회의를 열고 비료 수급과 식품 포장재 가격 불안 대응에 나섰다. 특히 3월 대중동 농식품 수출이 전년 대비 60% 이상 급감하는 등 물류 차질 여파가 본격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 수급 조절을 넘어 근본적인 자원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에너지안보환경협회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프타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폐플라스틱 열분해를 통한 대체 원유 생산 등 '순환형 에너지 안보'를 국가 전략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나프타는 우리 산업을 지탱하는 기초 원료인 만큼 보건의료와 핵심 산업에 최우선 공급하겠다”며 “기업들도 공급망 관리에 책임감을 가지고 수급 대응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수출 제한 조치로 인한 석유화학 업계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급망 안정화 기금을 활용한 금융 지원을 대폭 강화한다. 특히 중동 외 지역에서 나프타를 도입하는 기업에 대해 수입 보험 지원 한도를 확대하고, 대체 수입선 확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비용 일부를 보전할 방침이다.
석유화학 기업들 역시 나프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LPG 연료 혼합 비중을 높이는 공정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는 나프타 수급 불안이 플라스틱 제품 등 생필품 물가 도미노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범부처 합동 물가 점검 체계를 24시간 가동하며 유통 시장 교란 행위를 엄단할 계획이다.
포인트경제 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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