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투데이] 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들이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단순 기술 홍보를 넘어 현지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실증 레퍼런스’를 확보해 수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5일 서울스퀘어에서 ‘AI 반도체 해외실증 지원 사업’ 신규 과제 착수보고회를 열고, 올해 선정된 8개 컨소시엄의 추진 계획을 공유했다. 이번 사업에는 총 23개 기업이 참여하며,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뉴질랜드·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태국 등 6개국에서 실증을 진행한다.
이 사업은 해외 수요처가 국산 AI 솔루션 도입 시 실제 현장 적용 사례를 요구하는 데 대응하기 위해 기획됐다. 단순 시연이 아니라, 현지 환경에서 일정 기간 운영하며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2년간 단계별 실증…칩·서비스 패키지 수출 모델
참여 기업들은 2년에 걸쳐 단계별 실증을 수행한다. 1차년도에는 AI 반도체 최적화와 솔루션 현지화, 실증 사이트 설치 등 기반 구축에 집중한다. 2차년도에는 AI 반도체와 서비스 패키지를 실제 현장에서 운용하며 운영 실적을 축적한다.
올해 선정된 과제를 보면 적용 분야도 다양하다.
그린블루 컨소시엄은 인도네시아에서 교차로 교통량 통합관제 시스템을 실증하고, 덕성 컨소시엄은 말레이시아에서 구리 제련 공정 관리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적용한다.
뉴질랜드에서는 누리인포스가 온도·습도 이상을 감지하는 양봉 솔루션을 검증하며, 노타는 UAE에서 AI 기반 도로 돌발상황 감지 시스템을 선보인다. 메가존클라우드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플랜트 디지털트윈 구현을 위한 대규모언어모델(LLM)·3D 모델링 통합 플랫폼을 실증한다. 태국에서는 피아스페이스가 커피 체인 사업의 제조·리테일 플랫폼 AX 전환을 지원한다.
이 밖에도 브레인웍스는 도로 균열 및 차선 훼손 판별 솔루션을, 다온아이앤씨는 불법 환적·밀수 탐지 해양 통합관제 플랫폼을 각각 해외 현지에서 검증한다.
지난해 성과 가시화…CES 수상·해외 MOU 체결
이 사업은 지난해 처음 시작됐다. 1차년도 과제에서도 일부 성과가 확인됐다.
엘비에스테크는 ‘휠체어 안전 내비게이션 구축 서비스’ 실증 결과를 토대로 CES 2026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버넥트는 ‘관세행정 업무 지원 솔루션’ 해외 실증을 계기로 몽골 관세청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러한 사례가 “AI 반도체와 서비스가 결합된 패키지 수출 모델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또한 실증 과정에서 제기된 기업들의 의견을 반영해, 인접 국가에서 추가 수요가 발생할 경우 대상 국가를 확대하고 성과 기준도 현장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조정할 방침이다.
“칩만으로는 부족”…서비스 결합이 승부처
글로벌 시장에서는 AI 반도체 단품 판매보다, 칩과 소프트웨어·서비스를 묶은 통합 패키지 제안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추세다. 특히 중동과 동남아 시장은 스마트시티, 제조 자동화, 디지털 인프라 구축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 실증 기반 진출 전략이 유효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해외 발주처는 기술 사양서보다 ‘어디에서 실제로 운영됐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며 “현지 실증은 단순 테스트가 아니라 향후 대규모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신뢰 자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산 AI 반도체가 글로벌 빅테크 칩과 경쟁하려면 칩 성능뿐 아니라 현장 적용 경험과 운영 데이터까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올해 선정 기업들이 확보할 실증 레퍼런스가 향후 해외 수주 확대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산 AI 반도체가 ‘기술 보유국’ 단계를 넘어 ‘실제 운영 사례를 갖춘 공급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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