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
노선 경쟁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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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규 정당 바로 세우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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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오래 지켜본 사람에게는 직업병 같은 것이 생긴다. 싸움의 한복판에서도 그 싸움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묻게 되는 버릇이다. 지금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전장을 바라보며, 또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 저들은 지금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
8월17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청래 대표의 연임 도전과 이를 저지하려는 세력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선거책임론과 전당대회의 공정성이 명분으로 등장했지만, 그 외피를 한 꺼풀 벗기면 총선 공천권이라는 뼈대가 드러난다.
정치는 책임이다. 그러나 선거를 진두지휘한 당대표는 정작 정치적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그는 이번 선거를 사실상 승리한 선거라고 주장하지만, 지방선거 이후 이재명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선거에서는 승리했는데 정작 다수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면, 그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흥미로운 것은 비슷한 풍경이 강 건너편에서도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무소속으로 부산 북구갑에서 살아 돌아온 한동훈 전 대표의 국회 입성은 친한계와 당권파 사이에 잠복해 있던 갈등에 다시 불을 지폈다. 책임은 사라지고 당권을 향한 집착만 난무하면서 정치의 근본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양당 지도부 모두 선거가 끝나자 가장 먼저 한 것은 패인 분석이 아니라 책임을 떠넘길 상대를 찾는 일이었다. 거대 양당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되풀이하는 이 기묘한 데칼코마니야말로, 한국 정당정치의 병증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진단서인 셈이다.
권력투쟁과 노선 경쟁은 비슷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다르다. 권력투쟁이 ‘누가 권력을 갖느냐’의 문제라면, 노선 경쟁은 ‘당이 어디로 가야 하느냐’의 문제다. 전자는 사람이, 후자는 가치가 주인공이다. 권력투쟁은 상대를 쓰러뜨려야 끝나는 싸움이기에 결국 정당을 좀먹는다. 반대로 노선 경쟁은 가치와 정책을 겨루며 정당을 더욱 단련시킨다.
진짜 위험은 권력투쟁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노선 경쟁으로 위장하는 기만이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쪽은 모든 정당한 비판에 ‘분열’과 ‘해당행위’의 낙인을 찍어 입을 막는다. 민주주의를 외치면서도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는 모순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금 여당 주변 여론을 주도하는 김어준으로 대표되는 강성 스피커들과, 그 영향력에 기대어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는 정청래 지도부의 공생 관계가 지방선거 패배의 한 원인이었다. 이들은 오류를 교정하는 대신 ‘우리 편만 무오류설’이라는 사이비 종교적 도그마를 주입하고 있다.
정치의 상업화를 주도한 이 세력은 대중의 분노를 자양분 삼아 맹목적 팬덤을 결집시킨다. 책임져야 할 정치인이 언론의 외피를 쓴 프로파간다 뒤에 숨어 맹신도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행태야말로, 민주당을 강성 팬덤의 게토(Ghetto)에 가두고 다수의 합리적 시민으로부터 고립시키는 독버섯이다.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누가 공천권을 쥐느냐’의 권력투쟁이 아니라 ‘당이 어디로 가야 하느냐’를 토론하는 노선 경쟁이어야 한다. 과거 이재명 대표 시절 제기된 ‘중도보수론’과 실용주의 노선은 정당의 미래를 둘러싼 생산적 논쟁의 결과였다. 포용과 실용을 강조하는 시대정신은 지금도 유효하며, 이는 이재명 정부의 확고한 노선이기도 하다.
서울시장 선거 참패가 남긴 데이터는 구체적이고 치명적이다. 2030세대의 절절한 외침과 한강벨트에서 드러난 ‘아파트 정치’는 단순히 청년층의 보수화나 부동산 욕망으로만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여기에 선거관리위원회 부실 선거 관리 논란까지 더해져 ‘공정’을 표방한 정부가 외면할 수 없는 당면 과제가 되었다.
이는 기득권화된 민주당 체제에 대한 구조적 불신의 표현이며, 실용과 포용이라는 시대정신을 외면한 채 시민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확실한 심판이기도 하다. 시민적 관점을 잃어버린 정치는 이념과 구호로 전락한 채 진영논리로 정치를 무너뜨릴 뿐이다.
이번 전당대회의 핵심 의제는 이러한 시대적 과제에 어떻게 답하고, 서민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이어야 한다.
대전환의 시대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의 전진을 위해 민주당은 낡은 빅스피커들의 선동정치와 결별하고 노선 경쟁의 광장을 열어야 한다. 익숙한 관성을 떨쳐내고 미래로 나아가려면 기득권의 저항을 돌파하는 처절한 몸부림과 과감한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다. 처절한 자기 성찰 없이는 민심 회복도 없다.
신인규 정당 바로 세우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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