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서 주주제안 전면 부결..주주제안 줄줄이 무산
LG엔솔 지분 매각 요구 충돌…모회사 디스카운트 쟁점
김동춘 "기술, 수익성 중심 사업구조 2~3년내 재편"
김동춘 LG화학 CEO./사진=LG화학
행동주의 펀드와 경영진 간 충돌로 주목받았던 LG화학 주주총회가 결국 회사 측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환원 방안을 둘러싼 표 대결에서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택하면서 핵심 주주제안이 모두 부결됐다.
31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화학 제2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탈이 제안한 정관 변경 및 주주제안 안건이 전면 부결됐다.
핵심 쟁점이었던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이 부결되면서 연동된 안건도 자동 폐기됐고, 선임독립이사 선임안 역시 통과되지 못했다.
이번 표 대결의 분수령은 국민연금이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권고적 주주제안에 대해 “이사회 권한을 제한할 수 있다”며 반대했고, 선임독립이사 선임안에 대해서도 “기존 이사회 구조상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LG화학은 이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구조를 구축한 상태다. 회사는 최근 사외이사인 조화순 교수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를 완료했다. 국민연금은 이 같은 구조를 고려할 때 선임독립이사 도입이 기능 중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주총은 지배구조 선진화를 강조한 회사 측과 기업가치 제고를 앞세운 행동주의 측이 정면으로 맞붙은 사례로 주목받았다. 팰리서캐피탈은 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70% 이하로 낮추고 일부를 매각하거나 유동화해 확보한 자금을 자사주 매입·소각에 활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자회사 가치 대비 모회사가 저평가되는 ‘모회사 디스카운트’ 구조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였다. 팰리서 측은 LG에너지솔루션의 시장 가치가 LG화학 기업가치를 크게 웃도는 상황을 지적하며 자본 배분 전략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도 행동주의 측에 힘을 실었다.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주요 안건에 대해 찬성 의견을 내며 주주가치 제고 필요성을 제기했다. ISS는 LG화학의 총주주수익률 부진이 구조적 할인 요인과 맞물려 있다고 평가했고, 글래스루이스 역시 소수주주 의견 반영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최대주주인 ㈜LG의 지분(약 31%)과 국민연금의 반대가 결합되면서 결과는 회사 측으로 기울었다. 행동주의 펀드의 지분율이 1% 안팎에 그친 점도 표 대결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
이번 주총을 통해 LG화학은 외부 주주의 지배구조 개편 압박에서 벗어나 경영 자율성을 유지하게 됐다. 다만 행동주의 펀드가 제기한 문제의식 자체는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소수 주주들의 표심이 일정 부분 확인된 만큼 향후 이사 선임 등 주요 거버넌스 이슈에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영진은 주총에서 수익성 회복과 사업 구조 전환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김동춘 LG화학 사장은 “현재 LG화학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기존 사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익체질 회복과 미래지향적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이라며 “향후 2~3년 내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실행력이 강한 기술 중심 기업으로 변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사업 부문별 전략도 구체화됐다. 석유화학 부문은 저수익 범용 사업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고부가 중심으로 재편한다. 김 사장은 “단순한 규모 확대가 아닌 수익성 중심 구조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첨단소재 부문에서는 차세대 고성능 양극재 개발과 폐배터리 리사이클 사업 진입을 추진한다. ESS용 양극재 역시 신규 공정 기술을 적용해 대응할 계획이다.
생명과학 부문은 항암 파이프라인 임상 고도화와 신약 후보 발굴에 집중하고 글로벌 시장 확대를 병행한다. 이와 함께 AI용 반도체 패키지 소재, 방열·절연 기능성 접착제 등 신사업도 차세대 성장축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배당은 보통주 2000원, 우선주 2050원으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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