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정기선 HD현대 회장, 빌 게이츠 손잡고 미래 먹거리 'SMR' 공략한다

이번 테라파워 SMR 공급망 확보는 선박 엔진 시장을 넘어 글로벌 빅테크들의 최대 화두인 AI 데이터 센터 전력난 해결의 열쇠를 쥐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AI 무인화를 추진 중인 HD현대의 건설기계 부문과 차세대 SMR...

정기선 HD현대 회장, 빌 게이츠 손잡고 미래 먹거리 'SMR' 공략한다

조선업 틀 깨고 에너지·방산·첨단 인프라 '삼각 포트폴리오' 고도화

조선업 슈퍼사이클 이후 찾아올 다운사이클 대비한 선제적 방어막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지난 2025년 12월 19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HD현대 Safety Forum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HD현대>

HD현대가 전통적인 조선업의 틀을 깨고 종합 에너지·첨단 인프라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굴착기 등 건설기계 부문의 무인·자동화 혁신에 이어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의 글로벌 공급망까지 선점하면서 정기선 회장이 주도해 온 ‘비(非)조선 신사업 청사진’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 조선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은 미국 테라파워와 ‘나트륨 원자로 공급에 대한 기본 합의서’를 체결하고 핵심 설비인 나트륨 원자로 주기기(RES) 제작·공급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합의는 지난해 12월 실증용 원자로 용기 수주라는 단발성 성과를 넘어, 향후 테라파워가 주도할 글로벌 상업화 단계에서 ‘연속 생산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 지위를 굳혔다는 점에서 사업적 개연성과 연속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번에 HD현대중공업이 제작 권리를 확보한 나트륨 원자로 주기기(RES)는 원전의 핵심 대형 기자재로 한 번 공급망에 진입하면 향후 테라파워가 전 세계에 건설할 상용 원자로에 지속해서 부품을 납품하는 구조다. 즉, 지난해 12월 실증용 원자로 용기를 수주하며 기술력을 검증받은 것이 이번 상업화 단계의 독점적 연속 생산 지위 확보라는 인과관계로 이어진 셈이다.

이 같은 미래 에너지 시장 선점은 정기선 회장이 수석부회장 시절부터 직접 공을 들여온 글로벌 네트워크가 빛을 발한 결과다. HD현대는 2022년 테라파워에 3000만 달러를 선제 투자하며 협력의 발판을 마련했고, 이후 정 회장이 빌 게이츠와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등에서 수차례 만나 긴밀한 파트너십을 다져왔다.

업계는 두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직접 만나 쌓은 두터운 신뢰 관계가 실무진의 공급망 연구로 이어졌고 이번 수주라는 결실로 연결됐다고 분석한다.

북미 건설 장비 전시회인 '콘엑스포 2026'에서 조종석에 운전자가 없는 무인 자율 굴착기 시연이 진행되고 있다.<HD현대사이트솔루션>

빙하기 대비하는 정기선 회장…‘AI 전력난‘ 핵심 SMR 선점

HD현대중공업이 테라파워, 현대건설과 함께 ‘차세대 나트륨 원자로 사업 협력을 위한 3자 업무협약’을 동시에 체결한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원전 설계·시공(EPC)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험을 가진 현대건설과 대형 기자재 제조 역량을 갖춘 HD현대중공업이 손잡으면서 글로벌 차세대 원전 시장에 ‘한국형 원팀’ 구축됐다.

이는 국제해사기구(IMO) 탄소 규제 강화에 발맞춰 해상 원전 기술을 선박에 접목하는 ‘SMR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 시장의 주도권 확보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될 전망이다.

업계는 정 회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조선업 슈퍼사이클(대호황) 이후에 찾아올 빙하기를 대비한 선제적 방어막 구축으로 해석한다. 선박 수주 경기 여부에 따라 그룹 전체 실적이 크게 흔들리는 전형적인 수주형 산업의 한계를 깨기 위해 호황기인 지금 미래 먹거리의 축을 완전히 옮겨놓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테라파워 SMR 공급망 확보는 선박 엔진 시장을 넘어 글로벌 빅테크들의 최대 화두인 AI 데이터 센터 전력난 해결의 열쇠를 쥐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AI 무인화를 추진 중인 HD현대의 건설기계 부문과 차세대 SMR 전력 인프라 사업이 AI 인프라 생태계라는 하나의 큰 축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원광식 HD현대중공업 해양에너지사업본부장은 “이번 합의 체결은 테라파워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과 더불어, 글로벌 SMR 시장 진출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며 “양사의 공동 연구를 통해 나트륨 원자로 설비를 적시에 공급하고 연속 생산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미래 에너지 영토 확장과 맞물려 정 회장이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또 다른 축은 해양 방산 분야다. 총사업비가 최대 60조 원 규모에 달하는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CPSP) 수주전이 대표적이다. HD현대중공업은 현재 최종 수주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해외 경쟁사들과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 사업에서 HD현대중공업은 단순한 함정 건조·수출을 넘어 현지 조선소와 기술 협력은 물론, 그룹의 에너지 부문 네트워크를 활용해 캐나다산 원유를 조 단위로 수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종합중공업그룹으로서 가질 수 있는 전방위적 산업 협력 능력을 극대화해 수주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AI 기반 무인 자율화 건설 현장 비전인 엑스바이트를 앞세운 건설기계 부문의 고도화가 결합되면서 HD현대의 미래 포트폴리오는 견고한 삼각 축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HD현대는 지난달 말 계열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을 통해 AI 무인 자율 굴착기를 유럽 스위스 건설사 현장에 최초로 실제 인도하는 등 기술 상용화 부문에서도 뚜렷한 이정표를 세웠다.

정 회장의 이 같은 사업 다각화는 경기 변동 리스크가 높은 조선업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고도의 리스크 관리 전략으로 해석된다. 조선업의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기반으로 삼되, 일시적인 불황기에도 안정적인 성장을 지탱해 줄 건설기계 부문의 첨단 기술(AI·무인화) 안정성과 차세대 에너지·해양 방산(SMR·잠수함)의 고부가가치 성장성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체계를 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국내 중공업 대기업들은 글로벌 선박 수주 경기 여부에 따라 그룹 전체 실적이 흔들리는 취약점을 안고 있었다“며 “정 회장 취임 이후 본격화한 빌 게이츠 테라파워 회동 성과와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 무인 건설기계 상용화 등은 제조업 기반에 최첨단 미래 기술을 이식함으로써 HD현대의 장기적인 성장 안정성과 고부가가치 수익 체계를 다지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