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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경유착 프레임’에 갇힌 9440억 판결…SK 30년 독자 경영사(史) 지웠다 [SS초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9440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 판결이 나오며 경제계 안팎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9440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 판결이 나오며 경제계 안팎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재판부는 혼인 기간 중 SK 주식 가치 상승에 노 관장의 가사 기여와 대외적 활동이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며 재산분할 비율을 33%로 산정했다. 하지만 재계와 학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SK그룹의 치열했던 기업 성장사를 과거의 ‘정경유착 프레임’으로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 경영 활동에 따른 가치 창출을 가사 노동의 결과로 등가교환하는 것이 과연 합당하냐는 지적이다.

◇ ‘대통령 후광설’의 모순… 팩트는 ‘자진 반납’과 ‘정당한 매입’

이번 판결을 둘러싼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과거 선경그룹(현 SK)이 정보통신 사업에 진출하며 재계 서열을 끌어올린 배경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느냐는 점이다. 노 관장 측은 직간접적으로 그룹 성장에 친정아버지의 영향력이 있었다는 논리를 펼쳐왔다.

하지만 당시 통신 산업 재편의 역사적 사실을 짚어보면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1992년 선경은 압도적인 기술력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제2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되었으나, ‘대통령 사돈 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정치권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결국 선경은 불필요한 정치적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어렵게 따낸 사업권을 스스로 반납했다. 당시 ‘대통령 장인’이라는 존재는 기업의 정상적인 비즈니스를 가로막는 역차별의 굴레에 가까웠다.

이후 선경이 통신업에 다시 진출한 것은 정권이 바뀐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이다. 당시 선경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공기업이었던 한국이동통신 주식을 공개 입찰을 통해 시장 가격으로 정당하게 인수했다. 이를 두고 ‘노태우의 방패막이’가 오늘날 SK텔레콤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다고 평가하는 것은 역사적 맥락을 외면한 무리한 해석이다.

◇ 주식 가치 폭등의 본질… ‘가사 내조’인가 ‘경영 결단’인가

이번 재판부는 이혼소송 항소심 변론종결일(2024년 4월)을 기준으로 최 회장의 SK 보유 주식 가치를 약 2조 760억 원으로 산정하고 이를 부부 공동재산으로 포함시켰다.

그러나 SK그룹이 내수 중심 기업에서 글로벌 빅테크·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한 결정적 변곡점은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을 뚫고 나간 최고경영진의 과감한 결단에서 비롯됐다. 2012년 주변의 거센 반대에도 강행했던 SK하이닉스 인수, 그리고 바이오·배터리 등 이른바 ‘BBC’로의 선제적 사업 재편은 수십 조 원의 리스크를 감수한 총수의 경영 리더십 결과물이다.

◇ 기업가정신 훼손 우려… 대법원 최종 판결 촉각

결과적으로 고도의 전문적인 경영 활동과 시장의 냉혹한 평가가 결합되어 창출된 상장사 주식의 가치 폭등을 부부간의 가사 노동과 내조의 결과로 치환하는 것에 대해 재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유재산의 인정 범위가 극도로 좁아지고 기업 가치 상승에 대한 배우자의 기여도가 폭넓게 인정될 경우, 오너 경영인들의 경영권 방어와 적극적인 투자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두고 “통신 사업 진출이나 하이닉스 인수는 기업의 사활을 건 철저한 독자 경영과 천문학적인 투자의 결과물”이라며, “이를 30년 전 정치 권력의 후광이나 가정 내 가사 기여와 직접적으로 연관 지어 수조 원대 기업 가치 상승분을 분할하라는 것은, 자본 시장의 논리나 기업가정신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기업의 퀀텀 점프를 이끈 총수의 치열한 경영적 결단이 ‘내조의 공’으로 과대 포장되어서는 안 된다는 냉정한 평가다.

최 회장 측은 판결 직후 상고를 시사했다. 다가올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과거 한국이동통신 인수 과정의 명확한 사실관계 규명과 함께, 그룹의 폭발적 성장이 과거 권력의 그림자가 아닌 철저한 독자 경영과 리더십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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