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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성찬 봉산문화회관장에 듣는 첫 제작 뮤지컬 ‘신들의 밤’ 탄생기...대구 정서 깃든 서문시장 ‘금달래’ 설화, 무대 위 꽃피다

머리에 꽃을 단 여인, 사람들은 그를 핍박하고 무시했지만 서문시장 상인들은 그 여자를 외면하지 않았다. 따뜻한 밥 한 끼를 내어주고 입을 옷을 건네며 그렇게 시장에서 함께 살아갔다. 대구 서문시장에 전해 내려오는 ‘금달래’ 설화다.

◇지역성 담아낼 콘텐츠

머리에 꽃을 단 실성한 여인

온정으로 품은 시장 상인들

삶·역사 축적된 공간 재해석

신들의 밤 쇼케이스 모습. 작은 사진 봉산문화회관 전성찬 관장. 유채현기자

머리에 꽃을 단 여인, 사람들은 그를 핍박하고 무시했지만 서문시장 상인들은 그 여자를 외면하지 않았다. 따뜻한 밥 한 끼를 내어주고 입을 옷을 건네며 그렇게 시장에서 함께 살아갔다. 대구 서문시장에 전해 내려오는 ‘금달래’ 설화다. 세월이 흐르며 희미해진 이 이야기가 무대 위에서 다시 살아난다.

봉산문화회관이 처음 제작하는 창작 뮤지컬 ‘신들의 밤’이 오는 18일과 19일 봉산문화회관 가온홀에서 첫선을 보인다. ‘신들의 밤’은 서문시장에서 전해 내려오는 금달래의 이야기에 이승과 저승, 인간과 혼령이라는 판타지를 더한 작품이다. 오래된 설화 속 한 여인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을 품었던 기억과 그 안에 깃든 온기를 풀어낸다.

작품 기획부터 제작 전반을 이끈 전성찬 봉산문화회관 관장은 ‘신들의 밤’을 단순 설화를 재현하는 공연이 아니라 봉산문화회관이 앞으로 어떤 극장으로 나아갈지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바라보고 있다.

봉산문화회관 전성찬 관장

전 관장은 “봉산문화회관은 동성로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해 누구나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도심 문화시설”이라며 “424석 규모의 중극장을 갖추고 있어 연극과 뮤지컬, 무용 공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특히 대구가 국제뮤지컬페스티벌을 통해 ‘뮤지컬의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만큼 봉산문화회관 역시 연극과 뮤지컬을 중심으로 극장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전 관장은 “대구가 뮤지컬의 도시로 자리매김했지만 대구를 대표하는 뮤지컬 전용극장은 아직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도심과 가까운 입지와 창작 연극·뮤지컬에 적합한 공연장 구조를 바탕으로 봉산문화회관을 연극·뮤지컬 중심 극장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판타지 뮤지컬 ‘신들의 밤’

현실과 비현실 교차하는 시장

디지털 맵핑으로 입체감 강화

판타지성 돋보이는 장면 추천

‘신들의 밤’은 봉산문화회관 첫 자체 창작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봉산문화회관이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어떤 방식으로 지역 공연예술계와 관계를 맺을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작품이다.

제작의 단초는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 전해 내려오는 금달래 설화다. 금달래는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서문시장과 대구역 일대를 떠돌았던 여성으로 전해진다. 정신이 온전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진 금달래를 당시 서문시장 상인들이 음식과 옷을 나누어주며 보살폈다는 이야기가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다.

전 관장이 금달래 이야기에 주목한 것은 그 안에 대구 중구만의 문화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중구도심재생문화재단의 슬로건이 ‘중구의 문화가 대구의 문화다’이다”며 “중구는 이상화, 현진건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이 활동했던 곳이며, 동성로와 청라언덕, 서문시장에도 대구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 쉬고 있다”고 말했다.

서문시장은 단순한 전통시장을 넘어 대구 사람들의 삶이 축적된 공간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문화 콘텐츠로 만들면 지역의 역사와 정서를 함께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서문시장의 따뜻한 사회적 보육과 금달래의 아픈 이야기를 창작 판타지 뮤지컬로 제작한다면 서문시장의 지리적·역사적 의미를 담은 대구만의 뮤지컬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서문시장에 남은 한 여인의 이야기는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게 됐다. 다만 ‘신들의 밤’은 금달래의 삶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만 머물지 않는다. ‘신들의 밤’은 서문시장을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공간으로 바꿔놓는다.

전 관장은 “‘신들의 밤’은 단순한 역사 고증 뮤지컬이 아닌 판타지 뮤지컬”이라고 설명했다. 무대에서는 이승과 저승, 인간과 혼령, 상인과 저승사자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관객은 익숙한 서문시장을 삶의 터전인 인간의 시장과 영혼들의 시장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나게 된다.

AI 디지털 맵핑 기술도 가세, 무대의 입체감은 극대화된다. 실제 서문시장의 모습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과 판타지를 자유롭게 오가며 시각적·청각적 재미를 선사한다.

전 관장이 가장 기대하는 장면 역시 판타지적 상상력이 집약된 부분이다. 서문시장 상인들이 ‘저승보이즈’가 돼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순간과 함께 금달래와 홍련을 둘러싼 비밀이 밝혀지는 장면은 관객들이 특히 눈여겨볼 대목이다.

‘신들의 밤’은 본 공연에 앞서 지난 6월 리딩 쇼케이스를 통해 작품의 가능성을 먼저 선보였다. 당시 작품의 약 3분의 2를 관객에게 공개했고,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전 관장은 “쇼케이스 이후 본 공연을 꼭 관람하겠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쇼케이스만으로도 충분히 공연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어 내년에도 본 공연과 함께 별도의 쇼케이스 공연을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쇼케이스는 작품의 완성도를 더하는 것으로 활용됐다. 회의를 거쳐 음악의 템포를 조정하고, 무대 디자인에 대한 의견도 반영했다. 또한 대사와 가사가 관객에게 보다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배우들의 트레이닝을 진행했고, 의상 디자인과 무대 영상의 활용 방식도 수정·보완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작품에 대한 애정이 높아졌다는 점을 전 관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쇼케이스 이후 배우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높아지면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배우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신들의 밤’은 철저하게 지역성에 기댄다. 지역의 소재를 반영한 것도 모자라 제작 과정에서도 지역성을 충분히 끌어들였다. 작품의 주요 제작진을 대구에서 활동해온 대본가와 작곡가, 연출가, 배우 등으로 구성했다. 서문시장이라는 대구 중구의 이야기를 대구의 창작자들이 직접 무대화한다는 취지가 담겼다.

◇연극·뮤지컬 극장 향해 도약

작품 제작 전과정 매뉴얼화

예술단체와 협업 기준 마련

문화생태계 조성 기반 다져

전 관장은 창작 뮤지컬을 지역 문화생태계를 연결하는 장르로 바라보고 있다. “창작 뮤지컬은 연극과 음악, 안무, 대본, 작곡 등 모든 장르가 융합된 종합 공연예술이기 때문에 제작 과정 자체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창작 뮤지컬을 만드는 이유는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가 협업하면서 회관을 중심으로 지역 문화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공공문화예술회관이 제작의 중심에 서면 민간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창작 뮤지컬의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장기적인 발전 기반도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러 분야의 창작자들이 하나의 작품을 통해 연결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인력도 발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신들의 밤’은 수정·보안을 계속하며 완성도를 높여갈 계획이다. 단순히 일회성 공연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현재 작품 제작 과정에서 이뤄지는 전체 회의부터 대본과 음악 수정, 무대 제작, 의상 제작 등에 이르는 과정을 하나씩 기록하고 매뉴얼화하고 있다. 이를 공공문화예술회관과 지역 예술단체가 협업할 때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봉산문화회관이 연극·뮤지컬 중심 극장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서 창작 뮤지컬은 상징적인 역할과 제작 매뉴얼적인 역할을 모두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선을 다해 제작하고 있습니다.”

유채현기자 yc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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