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요 증가에 맞춰 송전망 확충이 추진되고 있지만, 전력소비 절감 목표는 10년 새 86% 축소됐다. /사진=환경일보DB
[환경일보] 10년 전 정부는 2025년 전력소비량을 7만3281GWh 줄이겠다고 했지만 2025년 계획에서 같은 해 절감 목표는 6839GWh로 줄었다. 10년 사이 목표치가 86% 축소된 것이다. 수요감축 실적이 목표에 미치지 못한 데 이어 정부가 설정한 목표 수준까지 낮아졌다.
녹색연합은 ‘에너지기본계획’과 ‘에너지이용합리화기본계획’ 등을 분석한 결과, 한국이 2012년부터 2024년까지 설정한 최종에너지소비 감축 목표와 에너지효율 개선 목표를 대부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가장 최근인 2024년 최종에너지소비는 목표인 176.5백만toe보다 6.8백만toe 많은 183.3백만toe를 기록했다. 에너지효율성을 나타내는 에너지원단위 역시 목표인 0.094toe/백만원에 못 미치는 0.101toe/백만원으로 나타났다.
에너지원단위는 국내총생산(GDP) 100만원을 생산하는 데 투입되는 에너지량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에너지효율이 높다는 의미다.
제4차와 제5차 ‘에너지이용합리화기본계획’의 목표 기간이었던 2012년과 2017년에도 최종에너지소비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에너지원단위 목표는 2017년 한 차례 달성했으나 당시 정부도 한국의 에너지효율을 “해외 주요국들과 비교할 때 아직 하위 수준”으로 평가했다. OECD 36개국 가운데 33위 수준이었다.
에너지수요 목표 달성 여부(2012~2024년) : 표시 연도 4~6차 에너지이용합리화계획의 목표 연도 /자료제공=녹색연합
국제사회는 ‘효율 2배’··· 국내 목표는 1.8%
전력 부문의 수요관리 정책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녹색연합이 지난 10년간 수립된 제7차부터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분석한 결과, 정부는 2년 간격으로 계획을 새로 수립하는 과정에서 전력수요 절감 목표치를 지속적으로 낮춰 왔다.
2015년 수립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2025년 최대전력을 1만471MW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10년 뒤인 2025년 제11차 계획에서는 같은 해 절감 목표가 3534MW로 줄었다. 약 66% 축소된 수치다.
연간 전력소비량 절감 목표의 감소 폭은 더 컸다. 제7차 계획에서는 2025년 7만3281GWh를 절감하겠다고 했지만 제11차 계획에서는 6839GWh로 낮아졌다. 당초 목표보다 86% 축소됐다. 녹색연합은 정부가 전력수요 감축 정책을 강화하기보다 계획을 새로 만들 때마다 목표치를 낮춰 수요관리 정책 의지가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국내 에너지효율 목표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동참한 약속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2030년까지 에너지효율 개선율을 2%에서 4%로 두 배 높이겠다’는 글로벌 선언에 동참했다. 그러나 정부가 제7차 ‘에너지이용합리화기본계획’에 반영한 에너지효율 개선율 목표는 1.8%다. 글로벌 목표인 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녹색연합은 목표를 설정한 기준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과거 실적이 아니라 향후 에너지원단위 연평균 개선율 예측치인 0.9%를 기준으로 두 배인 1.8%를 목표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방식이 COP28 당시까지의 효율 개선 실적을 기준으로 삼는 글로벌 선언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예측치 대신 2010~2019년 한국의 연평균 효율개선율인 1.6%를 적용할 경우 2030년 효율개선 목표는 3.2%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에너지 수요관리의 중요성은 국제적으로도 커지고 있다. IPCC는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수요 관련 장을 별도로 구성했다.
7~11차 전기본에 나타난 연도별 전력소비량 절감계획(GWh) /자료제공=녹색연합
유럽연합(EU)은 ‘에너지 효율 최우선’ 원칙에 따라 2030년까지 의무 감축량을 규정하고 있으며, 독일은 ‘에너지효율법(EnEfG)’을 제정해 소비량 감축 목표를 법령에 명시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과거 상위 계획이었던 ‘에너지기본계획’이 폐지되면서 현재는 상대적으로 위상이 낮고 공청회 절차도 없는 ‘에너지이용합리화기본계획’을 통해 수요관리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황인철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전문위원은 “한국의 에너지정책에서 수요감축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상태”라며 “해외처럼 실효성 있는 국가계획이나 법령을 통해 에너지 수요감축 목표를 규정하고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수요감축 정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와 데이터센터 확대 등으로 인한 에너지 수요 폭증을 무방비로 방치해서는 기후 대응에 성공할 수 없다”며 “기후생태 한계에 따른 에너지 수요의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따라 대규모 에너지를 소비하는 성장 중심의 경제·산업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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