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덕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초빙석좌교수
전북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전라북도에서 매년 젊은 8,000명이 타지로 떠나고 있다. 전라북도의 월평균 임금이 234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편이고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여 청년층이 계속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층(19~39세) 중 일자리를 찾고 있는 2.4만명, 집안일로 소일하는 2.1만명, 그냥 쉬고 있는 1.5만명 등 12만명이 일자리가 없다. 청년층이 일자리를 찾아 계속 타지로 떠나면서 전주, 익산, 군산 등 도시지역도 쇠락하고 있고, 농촌마을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전북의 쇠락이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북의 쇠락에 가장 커다란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이 도지사들이다. 다음으로 책임이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원과 시장과 군수들이다. 새만금과 같이 잘못된 방향에 집중하였거나, 제대로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였고, 역량과 인재와 돈을 잘못된 방향으로 투입했다. 현실적으로 정말로 전북이 집중해서 실현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혜안도 부족했고 무능력했기 때문이다. 잼버리나 올림픽과 같이, 안 해도 되는 것들에 너무 많은 자원과 노력을 투입했다.
전북에 농업과 제조업도 필요한 분야이지만 미래에도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분야가 절실하다. 현대차가 새만금에 9조를 투자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로봇제조 클러스터, 태양광 발전시설 등을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이것으로 전북이 미래에 대비하기에는 방향도 문제이고 투자액도 턱없이 부족하다. 테이터센터와 태양광발전은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어렵고, 로봇제조 클러스터도 지금의 투자로는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전북이 미래의 성장분야를 선점하는 창조적 인재와 기업들을 목숨을 걸고 유치하고 길러내서, 계속 창업과 확장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들어야 겨우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다. 도지사와 정치인들은 어떻게든 전라북도에 알맞은 미래산업분야를 선정하여, 실리콘밸리와 같은 재생산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실리콘밸리는 원래 평범한 농촌지역이었지만 스탠포드 대학의 교수와 졸업생들이 처음에는 진공관과 반도체, 이어서 IT,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으로 확장하면서 세계적인 디지털 경제의 중심지로 성장하였다. 스탠포드대학이 혁신적인 인재를 끊임없이 제공하였고, 벤처자본이 점차 커지고,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IT와 소프트웨어의 세계적인 중심지로 성장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제 경제의 주도권은 제조업에서 디지털경제, 즉 인공지능, 로봇, 인조신경, 연결망, 전자동화, 플랫폼, 알고리듬, 정보, 콘텐츠 등으로 넘어가고 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디지털혁명에 잘 적응하고 있지만, 디지털혁명을 따라가지 못하는 국가나 지방들은 계속 쇠퇴할 것이다.
현재 일본이나 유럽이 쇠퇴하는 이유도 디지털혁명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혁명을 따라가지 못하는 수많은 도시나 농촌이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 전북은 조선시대에 곡창지대로 가장 잘사는 지역이었지만, 제조업과 디지털에 뒤처져 이제 한국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으로 추락하고 있다.
프랑스의 산골도시였던 그레노블은 쇠락한 공업도시에서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성장한 도시이다. 2008년 지방정부, 연구기관, 대학 등이 합심해 ‘그레노블 첨단기술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하였고, 각종 연구기관과 대학이 기업과 결합되면서 유럽 최고의 첨단산업도시로 성장하며 지역대학 졸업생의 80% 이상이 협업한 기업에 입사할 수 있게 되었다. 전라북도도 지방정부, 정치인, 대학, 연구기관, 기업들이 함심하여 노력하면 못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전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정부의 정확한 방향설정과 목숨을 건 공격적인 노력이다. 지속적으로 창조적 인재를 공급하고 끊임없이 창업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전라북도도 빨리 전북과학기술원을 설립하고 전북의 대학들도 더 적극적으로 첨단인재를 양성하고 공급해야 한다. 보다 정확하게 방향을 설정하고 목숨을 건 노력을 하는 도지사, 시장, 군수를 뽑아야 전북이 살아난다.
이정덕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초빙석좌교수>
저작권자 © 전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이정덕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초빙석좌교수
다른기사 보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