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답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른 분이 언론에 응대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아요.”
최근 취재 요청을 고사한 전북 도내 한 산부인과 교수의 말이다. 수화기 너머로 짧은 거절 의사를 밝힌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피로감과 무력감이 묻어났다.
최근 전북지역의 필수의료 문제는 전국적인 화두다. 지역 신생아중환자실(NICU)을 담당하는 의료진의 잇따른 사직과 이로 인해 대두된 극심한 인력 부족 문제, 그리고 이와 맞물려 발생한 신생아 사망 사건 등이 부각된 결과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위기감은 팽배하다.
고사 직전인 지역 의료 문제를 알리기 위해 포럼을 꾸리고 대책을 논의하는 등 자구책을 모색해 왔다. 실제로 전북대병원과 원광대병원의 신생아실 담당 의료진 사직 문제 역시 이 같은 공론화의 장을 통해 처음 세상에 알려진 바 있다.
하지만 공론화의 장 바깥으로 나오면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한 번 이슈가 터진 후 여러 언론이 취재원 확보를 위해 연락을 취하지만, 현직 의사들이 인터뷰에 응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미 이름이 보도된 이들조차 추가 취재 요청에는 거절로 일관하거나 수화기를 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역의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현장의 목소리만큼 공신력 있고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것은 없지만, 정작 최전선의 증언자들은 거대한 침묵의 벽 뒤로 숨어버린 것이다.
그들이 인터뷰를 거절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장에서 만난 의사들이 꼽는 거절 사유는 표면적으로는 나보다 다른 사람이 더 전문성이 있어서라는 양보지만, 그 이면을 들여보다면 깊은 상처와 자조가 자리 잡고 있다.
어렵게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내더라도 “결국 돈 관련 문제만 요구한다”는 식의 비방과 색안경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나 한 사람이 한마디 보탠다고 해서 열악한 현장이 바뀌겠느냐”는 구조적 무력감도 발목을 잡는다.
지역 의료체계가 간신히 유지되는 것은 의료진의 헌신 덕분이다. 그러나 지금 현장에는 비난에 대한 두려움과 냉소가 가득하다. 의료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해져야 실효성 있는 대책도 시작될 수 있다.
사람들에게 던질 수 있는 그들의 한마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현장의 헌신을 비방 대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신뢰가 먼저 회복되어야 한다. 이들의 침묵은 거부가 아닌, 현장의 마지막 구조 신호일지도 모르겠다.
/김수현 기자
김수현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