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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남광주 북한이탈주민 1천180명···'정착' 넘어 '적응' 과제

북한 이탈주민의 삶은 이제 한국에 터전을 마련하는 ‘초기 정착’을 넘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사회적 적응’으로 옮겨가고 있다.

전남광주 북한이탈주민 1천180명···'정착' 넘어 '적응' 과제

옛 광주 508명·옛 전남 672명 생활

취업 늘었지만 차별·고립감은 여전

생계지원 넘어 심리·자립 지원 확대

"지역사회 함께 어우러질 정책 필요"

지난해 7월12일 옛 광주시가 진행한 북한이탈주민 소통한마당에 북한이탈주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제공

북한 이탈주민의 삶은 이제 한국에 터전을 마련하는 ‘초기 정착’을 넘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사회적 적응’으로 옮겨가고 있다.

1천명이 넘는 북한이탈주민이 10년 넘게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정착하면서 경제적 자립 여건은 점차 나아졌지만, 지역민과의 사회적 관계 형성과 심리적 안정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13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옛 광주에는 북한이탈주민 508명, 옛 전남에는 672명이 거주하고 있다. 옛 광주·전남을 합치면 모두 1천180명으로, 전국 거주 북한이탈주민 3만1천478명의 약 3.7%를 차지한다.

북한이탈주민의 정착 여건은 과거보다 개선되는 추세다.

남북하나재단의 ‘2025년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와 통일부 공개 통계를 살펴보면 경제활동참가율은 2015년 59.4%에서 지난해 64.8%로 5.4%p 상승했다. 같은 기간 고용률은 54.6%에서 61.3%로 6.7%p 높아졌고, 생계급여 수급률은 25.3%에서 23.4%로 1.9%p 감소했다.

생활 만족도도 비교적 높았다. 조사 대상자의 81.2%는 현재 남한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했고,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61만4천원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경제적 지표의 개선이 곧 안정적인 사회 적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최근 1년간 차별이나 무시를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14.0%였다. 차별을 겪은 이유로는 말투와 생활방식, 소통 방식의 차이가 72.3%로 가장 많았고,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39.5%로 뒤를 이었다.

사회적 관계망도 취약했다. 낙심하거나 우울할 때 이야기할 상대가 없다는 응답은 24.5%, 몸이 아파 집안일을 부탁할 사람이 없다는 비율은 24.7%였다. 갑자기 큰돈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는 응답은 54.0%로 절반을 넘었다.

앞으로 더 나은 남한 생활을 위해 필요한 지원으로는 취·창업 지원이 22.6%로 가장 많았다. 의료지원 17.6%, 소득지원 15.9%, 교육지원 13.1% 등이 뒤를 이었다. 단순 지원금 지급을 넘어 일자리와 의료·교육, 관계 형성 등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기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광주지역을 중심으로 한 연구에서도 이 같은 현실이 확인됐다.

2023년 광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발표된 박사학위논문 ‘북한이탈주민의 지역사회적응 과정과 평생교육 경험에 관한 연구: 광주시를 중심으로’는 광주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 10명을 심층 면담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정착 초기 언어와 문화 차이, 취업, 대인관계 형성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역 주민들로부터 복지 수혜자로만 인식되거나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이유로 편견을 경험한 사례도 확인됐다.

다만 이들은 평생교육과 직업훈련을 통해 자격증과 학력을 취득하고, 지역 주민들과 관계를 쌓으면서 점차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적응해 갔다. 연구자는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일회성 문화체험보다 탈북 과정에서 겪은 정서적 불안과 트라우마를 다룰 상담, 가족 단위 중·장기 프로그램, 자녀의 가정환경과 특성에 맞춘 1대 1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자체도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적응을 함께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광주는 하나센터를 중심으로 초기 적응교육과 자립지원, 여성 심리치유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00여명을 대상으로 지원사업 우선순위 등을 파악하는 실태조사를 진행했으며, 올해도 북한이탈주민 생활 실태를 살펴볼 계획이다.

옛 전남도는 전문일자리와 정착지원금, 자격증 취득, 취업활동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심리·정서 회복을 위한 마음다듬기 프로그램과 북한이탈주민의 날 문화행사 등을 추진하며 지역사회 관계 형성과 심리적 안정까지 뒷받침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정책도 이제 ‘얼마나 많이 정착했는가’보다 ‘얼마나 안정적으로 지역사회에 뿌리내렸는가’를 살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경제적 자립 지표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더라도 지역 주민과의 관계 형성과 심리적 안정까지 뒷받침돼야 지속 가능한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탈주민의 정착 여건은 각 기관의 정책적 지원과 당사자들의 노력으로 점차 좋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제도의 사각지대가 남아 있다”며 “현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고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북향민이 우리 사회의 진정한 이웃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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