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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저PBR 기업 낙인 피하려 ‘맹탕 공시’ 급증

지난 3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에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밸류업 계획에 최하위 점수인 ‘F학점’을 매겼다. 거버넌스포럼은 “아무리 ‘약식’ 공시라고 하지만 삼성전자의 세계적 위상과 지난 2년간...

저PBR 기업 낙인 피하려 ‘맹탕 공시’ 급증

이달 초 광고 대행사 A는 한국거래소 상장 공시 시스템(KIND)에 두 줄짜리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냈다. 내용은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 지속 성장을 위한 전략적 투자’다. 반도체 부품 제조사 B는 세 줄에 ‘사업 부문별 전략 수립. 가격, 기술 경쟁력 강화 및 고정비 절감을 통한 이익 극대화 노력. 영업이익 확대를 통한 배당 재원 확보 노력’이라고 적었다. 기업의 사업 목표와 주주 환원 확대 계획 등을 밝히는 ‘밸류업 공시’에 원론적인 얘기만 늘어놓은 셈이다.

최근 KIND에는 이처럼 밸류업을 내건 ‘맹탕 공시’가 우후죽순 올라오는 추세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 동안 409건의 밸류업 공시가 올라왔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고배당 기업으로 인정받으면 주주의 배당소득에 대해 기존 종합소득세(최고 세율 49.5%) 대신 소득 구간별로 분리과세(14~30%)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일부 상장사 사이에서 조세특례제한법의 세제 혜택을 노리고 내용이 부실한 공시도 ‘일단 올리고 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의 ‘저PBR(주가순자산비율)’ 명단에서 빠지기 위한 목적도 있다. 앞서 금융위는 7월부터 업종별 PBR 하위 20% 또는 PBR 1 미만 기업들로 구성된 ‘저PBR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다만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를 한 기업은 일정 기간 이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기업들이 저PBR 꼬리표를 떼고자 단 몇 줄짜리 공시라도 일단 올린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3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에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밸류업 계획에 최하위 점수인 ‘F학점’을 매겼다. 거버넌스포럼은 “아무리 ‘약식’ 공시라고 하지만 삼성전자의 세계적 위상과 지난 2년간 밸류업 계획 발표를 기다린 주주들의 염원에 비하면 내용이 너무 부실했다”고 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페널티를 통해 밸류업 공시 참여를 유도한 일본은 형식적인 수준에 그친 사례가 많았다”며 “혜택을 강화해 내실 있는 동참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고배당 기업은 올해만 한시적으로 약식 공시를 허용했으며 내년부터는 완결성 있는 공시를 제출해야 한다”며 “저PBR 기업 명단 공개 면제를 받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PBR 개선 계획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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