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창립 73주년을 맞아 그룹의 기틀을 닦은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의 어록과 업적을 인공지능(AI)으로 재현했다. 창업세대의 경험을 바탕으로 ‘패기’와 ‘도전’의 정신을 되새기며,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도 지속 성장을 다짐하자는 취지다.
SK그룹 창립 73주년을 맞아 제작된 영상에서 인공지능(AI)으로 재현된 최종건 창업회장(왼쪽)과 최종현 선대회장 / SK그룹
SK그룹은 두 회장이 구성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5분 분량의 AI 제작 영상을 13일부터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미디어월을 통해 상영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해당 영상은 사내방송으로도 송출돼 전 계열사 구성원이 시청할 수 있다. AI로 구현된 선대 회장들이 직접 등장해 그룹의 역사를 회고하는 방식이다.
이번 영상은 6.25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선경직물을 1953년 재건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최종건 창업회장은 ‘구부러진 것은 펴고 끊어진 것은 연결하며 무너진 것은 다시 세운다’는 창업 초심을 강조한다. 1958년 나일론 생산 결단과 워커힐호텔 인수 등 “할 수 있고, 해야 되고, 하면 된다”는 그의 신념이 생생하게 묘사됐다.
1973년부터 경영을 이어간 최종현 선대회장은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 달성 과정을 회고한다. 그는 “위기를 두려워하지 마라. 기업가라면 늘 10년을 내다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끊임없는 준비와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오늘날 SK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의 근간이 된 이동통신 사업 진출 배경도 함께 담겼다.
특히 1994년 한국이동통신 민영화 당시 시장가보다 4배 높은 가격을 써내 인수에 성공한 일화가 주목받는다. 모두가 먼 미래의 얘기라며 망설였지만, 10년 뒤를 내다본 결단이 오늘날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기틀이 됐음을 강조한다. 이는 현재의 복합 위기를 돌파할 핵심 정신으로 다시 호출됐다.
이번 영상 제작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최 회장은 “AI를 활용해 창업세대가 간직한 패기와 지성의 DNA를 구성원과 나누면 좋겠다”고 아이디어를 냈다. 영상 말미에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저력으로 다시 한번 크게 도약하는 새 역사를 써 내려가자는 최 회장의 메시지가 포함됐다.
SK그룹이 컴퓨터 그래픽이나 대역 촬영이 아닌 AI로 영상 전체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I는 그룹 사사(社史)와 선대회장의 저서, 지난해 복원된 육성 녹음 테이프 3000여건이 담긴 ‘선경실록’ 등 방대한 사료를 스스로 학습했다. 이를 통해 목소리와 표정뿐만 아니라 문장 구조와 뉘앙스까지 정교하게 재현해냈다.
영상은 8일 서울 종로구 선혜원에서 열린 메모리얼데이 행사에서 처음 상영됐다. 최태원 회장은 시청 후 “영상과 음성의 정확도가 상당한 수준이며 1~2년 뒤면 더 높아질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선대의 경영 철학인 SKMS를 현대적 기술로 재점화하려는 시도다.
SK그룹 관계자는 “창업과 석유, 이동통신, 반도체로 이어진 성장 역사가 이제 AI로 연결되는 시점”이라며 “창업세대의 유산인 패기와 지성이라는 초심과 메시지가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 나침반이자 지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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