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장윤기 집 리얼돌 DNA 보고서’ 경찰, 검찰에 안 보내
중앙일보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가 지난 5월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의 원룸에 있던 성인용품 리얼돌에 대한 유전자정보(DNA) 감식 보고서가 결과 통보 6주가 지나서야 뒤늦게 검찰에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측은 과실 탓이라고 설명했다.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장윤기 긴급체포 후 광주특별시 광산구 주거지 원룸을 압수수색한 경찰은 목·가슴 부위가 집중적으로 훼손된 리얼돌을 발견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 의뢰했다.
경찰은 당시 해당 리얼돌 실물을 압수하지 않았다. 사건 발생 사흘 뒤인 지난 5월 8일 현직 경찰관인 장윤기의 아버지가 장윤기 원룸에 있던 리얼돌을 해체해 폐기하고, 장윤기가 과거 사용하던 휴대전화도 불태운 것으로 파악됐다. 리얼돌은 가슴과 목 부위가 훼손된 상태였고, 휴대전화 역시 장윤기의 성범죄 목적과 범행 동기를 밝힐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었다. 특히 리얼돌은 검찰이 장윤기의 범행 목적을 성범죄로 판단한 핵심 증거 중 하나였다. 경찰은 장윤기를 살인 혐의로만 검찰에 넘겼다.
이후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폐기된 물품의 존재와 장윤기의 범행 전후 행적 등을 추가로 확인했다. 검찰은 장윤기에게 단순 살인이 아닌 성폭력처벌법상 강간등살인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지난달 22일 오전 광주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광주전남여성단체엽합이 여성혐오 살해사건 가해자 장윤기에 대해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한편 감식 결과 리얼돌에서는 장윤기의 DNA가 검출됐다. 분석 보고서는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지난 5월 14일로부터 약 나흘이 지난 뒤 경찰에 전달됐다.
경찰은 이때 보고서를 추가로 검찰로 전달했어야 했다. 하지만 누락했다.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리얼돌 감식 보고서를 검찰에 보냈다고 언론에 설명했다.
경찰은 장윤기 재판의 증거 목록에 리얼돌 감식 보고서가 첨부되지 않았다는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이를 파악했다. 경찰은 “과학수사·형사사법 시스템 간 자료 전송 과정에서 발생한 실무자 과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보고서는 결과 통보 6주가 지난 지난 2일에야 송치됐다. 검찰은 리얼돌 감식 결과를 장윤기 재판의 증거로 추가 신청할지 검토하고 있다. 폐기돼버린 리얼돌은 훼손 상태를 촬영한 동영상만 관련 증거로 제출된 상태다.
또 장윤기 아버지가 아들의 자취방을 정리할 때도 장윤기 원룸 집 주소와 비밀번호를 사건 담당 경찰이 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가족과 떨어져 살던 장윤기는 주소와 출입 비밀번호를 부모에게 일절 알려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경찰은 주거지 압수 수색이 끝났고 보존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해 통상적인 ‘인계’ 절차를 밟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리얼돌이 폐기된 당일 경찰이 수사관 입회 하에 장윤기와 아버지 간 휴대전화 통화도 연결해 준 것으로 밝혀졌다.
장윤기는 평소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강물에 버렸다고 진술했지만 정확한 위치는 진술하지 않았다. 경찰은 전화를 연결해 준 것에 대해 장윤기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통상적인 수사 기법 차원에서 가족을 통해 설득한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리얼돌 감식 보고서 송치 누락, 주거지 인계, 전화 연결 등 일련의 과정이 적절했는지는 경찰청 본청 차원에서 감찰 조사를 하고 있다. 2명의 경찰청 감찰관은 장윤기 사건을 담당했던 광주 광산경찰서에서 수사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는 현지 조사를 이날부터 착수했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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