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애플 이끈 팀 쿡, 9월 CEO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직으로
-하드웨어·서비스·자체 칩 성장 이끈 내부 엔지니어 존 터너스, 차기 CEO로 승진
팀 쿡 애플 CEO/연합뉴스
[뉴스로드] 팀 쿡이 오는 9월 애플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직으로 옮긴다.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15년간 애플을 이끌며 시가총액과 매출을 폭발적으로 키운 ‘포스트 잡스’의 상징은 경영 일선에서 비켜나고,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을 책임져온 내부 인사 존 터너스가 차기 CEO를 맡게 됐다.
애플은 20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2011년부터 CEO를 맡아온 팀 쿡이 2026년 9월 CEO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직을 맡게 됐다”며 “후임 CEO로 존 터너스 수석 부사장을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터너스는 9월 CEO 취임과 동시에 이사회에도 합류한다. 지난 15년간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아서 레빈슨은 독립 이사로 전환한다.
1998년 애플에 합류해 2011년 잡스의 뒤를 이어 CEO가 된 쿡은 “애플의 CEO로 일하도록 신뢰를 받은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일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후임에 대해 “엔지니어의 마음과 혁신가의 영혼, 일관성과 영광을 갖춘 마음을 보유했다”며 “그는 의심할 여지 없이 애플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데 적합한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잡스 사망 직후만 해도 시장 일각에서는 ‘잡스 없는 애플’의 미래를 비관하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쿡 체제에서 애플은 사상 유례없는 성장을 기록했다. 애플 시가총액은 그가 CEO에 오른 2011년 당시 약 3천500만 달러에서 현재 4조 달러 수준으로 10배 이상 불어났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천80억 달러에서 4천160억 달러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제품 포트폴리오에서도 변곡점이 이어졌다. 애플워치와 에어팟,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 등 신제품군이 잇달아 등장했고, 아이폰·아이패드·맥·애플워치 라인업은 세대 교체를 거듭하며 프리미엄 시장 지위를 공고히 했다. 특히 쿡은 애플을 ‘하드웨어 회사’에서 ‘서비스 중심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는 아이클라우드, 애플페이, 애플TV, 애플뮤직 등 서비스를 출시·강화하며 정기 구독 기반의 수익 비중을 끌어올렸다. 현재 애플의 서비스 매출만 1천억 달러를 웃돌아, 미국 포천 40대 기업에 필적하는 규모로 평가된다. 인텔·퀄컴 등 외부 반도체 업체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애플 실리콘’이라는 이름의 자체 칩을 도입한 것도 쿡 시기의 핵심 전략 변화다. 맥과 아이패드, 일부 아이폰에까지 확산된 애플 실리콘은 성능과 전력 효율을 앞세워 생태계 통합을 가속했다.
경영 외적인 영역에서도 쿡은 애플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 그는 2014년 동성애자임을 공개하며 실리콘밸리 최고위급 인사 가운데 대표적인 성소수자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본사에는 무지개 모양의 조형물을 설치해 다양성과 인권 메시지를 강조했고, 환경 분야에서도 2015년 대비 탄소 발자국을 60% 이상 줄이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후임 CEO로 지명된 존 터너스는 전형적인 ‘애플식 내부 승진’ 인물이다. 2001년 애플 제품 디자인팀에 합류한 그는 2013년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VP), 2021년 수석 부사장(SVP)으로 승진하며 쿡의 유력한 후계자로 꾸준히 거론돼왔다.
터너스는 아이패드와 에어팟 개발을 이끌었고, 아이폰·맥·애플워치 등 핵심 제품군의 하드웨어 설계에도 깊숙이 관여해왔다. 특히 최신작인 아이폰17 시리즈에서는 설계와 엔지니어링을 총괄하며, 애플이 14년 만에 판매 대수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위를 탈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애플의 임무를 이끌어갈 기회를 준 데 대해 깊이 감사한다”며 “나는 애플이 앞으로 수년간 이뤄낼 일에 대한 낙관으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하드웨어 엔지니어 출신인 터너스가 서비스와 칩, 인공지능(AI) 등으로 확장된 애플의 복합 사업 구조를 어떻게 이끌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쿡의 이번 결정은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그는 지난 2월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나는 5년 뒤나 10년 뒤에 누가 ‘그 방’에 앉아 있을지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중장기적인 승계 구상을 시사한 바 있다. CEO에서 물러난 뒤에도 이사회 의장으로 남아 전략 방향과 거버넌스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15년간 이어진 ‘팀 쿡 시대’가 막을 내리고, ‘존 터너스 체제’가 출범할 준비를 마치면서 애플은 또 한 번의 리더십 전환기를 맞고 있다. 잡스에서 쿡으로 이어졌던 혁신과 성장의 서사가 터너스 체제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 글로벌 IT·금융시장의 시선이 애플 본사가 있는 쿠퍼티노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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