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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작품에 담고 간판에 새기고···한글에 빠진 사람들

줄임말과 신조어가 일상화되고 외래어 사용이 빈번해진 시대, 한글이 지닌 다채로운 매력을 예술과 삶의 현장에서 새로이 조명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한글날 100돌 2026 다시 본 한글(중)-'가갸거겨'의 매력]

전명옥 서예가·강용균 작가

붓·색채로 자모 조형미 표현

한결·봄 등 이름 100위권 내

청년 사장들, 우리말 상호로

가게 정체성과 가치관 담아

전명옥 작 ‘사랑’. 작가 제공

줄임말과 신조어가 일상화되고 외래어 사용이 빈번해진 시대, 한글이 지닌 다채로운 매력을 예술과 삶의 현장에서 새로이 조명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예술가들은 붓글씨와 다채로운 색채를 가미해 한글 고유의 조형미를 피워내고, 소상공인들은 정갈한 우리말 상호에 저마다의 취향과 철학을 담아낸다. 한글 고유의 아름다운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반가운 시도들이다.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는 한글의 조형적 가능성을 끊임없이 탐구하며 대중과 소통해 온 예술가들의 노력이 자리하고 있다.

먼저 전명옥 서예가는 붓끝으로 한글의 형태와 획의 흐름을 살려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과 ‘치우자’라는 말로 정치권을 풍자한 작품이 대표작이다. 작품들은 글자의 시각적 아름다움과 단어가 지닌 의미를 함께 담아낸다. 의성어와 의태어를 활용해 소리의 감각을 표현하고, 회화적 요소를 접목하거나 짧은 문구를 활용하기도 한다. 더 많은 사람이 작품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표현 방식을 넓혀온 것이다.

전 서예가는 “한글의 작품화는 한글을 알리는 데 훨씬 보탬이 될 것”이라며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이 많아졌고 K팝 등 한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작품 이해는 물론이고 서예를 세계인에게 친숙하게 소개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용균 작가의 작품들. 작가 제공

담양에서 작품 활동 중인 강용균 작가는 한글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자모의 조형미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내고 있다. 직선과 사각형 등 자음과 모음 형태에 색채를 더해 공간감을 표현한다. 한글을 시각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예술 소재로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그의 작품은 서울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인사마루 두고 갤러리 아트페어’에 전시되고 있다. 이번 작품은 가을 단풍에서 착안한 밝고 화려한 색채가 특징이다. 앞으로는 채도를 낮춰 서정적인 분위기를 표현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다.

강 작가는 “전시 공간에 오래 있지 못했지만 외국인들이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전해 들어 한글에 대한 관심을 체감했다”며 “한글의 조형미를 알리고 작품을 접한 이들이 한글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

예술 작품에 한글의 조형미를 담듯 이름에는 고유의 의미를 담기도 한다. 전자가족관계시스템의 ‘한국인의 이름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등록된 남자 이름 가운데 ‘한결’은 84위(344건)를, ‘하늘’은 93위(297건)를 기록했다. 여자 이름에서는 ‘봄’이 72위(430건), ‘사랑’이 82위(377건), ‘새봄’이 89위(353건)에 올랐다. 자연과 계절 등 우리말의 의미를 담은 이름들이 상위 100위 안에 포함됐다.

광주특별시 동구 동명동에 위치한 카페 ‘결’.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가게 이름에서도 한글의 의미와 느낌이 담긴다. 광주특별시 동구 동명동은 개성 있는 카페와 가게들이 모여 있어 청년층이 즐겨 찾는 핫플레이스로 꼽힌다. 이곳에서 만난 2030청년 사장들은 한글 고유의 의미와 느낌을 살려 가게 이름을 지었다. 이들에게 한글 이름은 단순 상호를 넘어 가게 정체성과 추구하는 방향을 보여주는 수단이다.

박상원 카페 ‘결’ 사장은 “사람마다 고유한 결을 갖고 있다”며 “제 결을 표현하는 공간으로 생각해 상호를 ‘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소 한국 고유의 것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오미자와 쑥을 활용한 메뉴에도 이러한 취향을 반영했다.

광주특별시 동구 동명동에 위치한 생과일전문점 ‘푸름’.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조영아 생과일전문점 ‘푸름’ 사장은 한글을 대체할 단어를 찾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 사장은 “‘푸름’이라는 단어가 주는 싱그럽고 따뜻한 느낌이 좋았다”며 “선물세트를 판매하고 구조묘를 돕는 일도 하고 있는데 이러한 활동 모든 곳에 다 잘 어울리는 단어다. ‘푸름’의 의미는 외국어로 대체하거나 표현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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