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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성 울들병원 정형외과 전문의가 진료를 보고 있다. 울들병원 제공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산책이나 나들이처럼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단풍을 보러 산을 찾거나 가까운 공원과 둘레길을 걷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날씨가 덥거나 추울 때보다 움직이기 편하다 보니 평소 운동량이 많지 않던 사람도 모처럼 야외활동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가을 산길은 걷기 좋아 보이지만 평지와는 환경이 다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고 돌계단이나 나무뿌리 같은 장애물이 곳곳에 있어 발을 헛디딜 수 있다. 비가 내린 뒤 젖은 바닥이나 낙엽이 두껍게 쌓인 곳에서는 지면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 특히 평소보다 오래 걷거나 익숙하지 않은 산길을 오르내리다 보면 다리에 피로가 쌓이면서 순간적으로 몸의 중심을 잃을 가능성도 커진다.
저체중·운동부족·흡연·음주 등도 뼈 건강에 영향
넘어지는 순간에는 반사적으로 손을 짚거나 엉덩방아를 찧게 된다. 대부분은 타박상이나 가벼운 통증으로 지나가지만 같은 정도의 낙상에서도 손목이나 척추, 고관절에 골절이 발생하는 사람이 있다. 낙상의 방향과 충격의 양상도 영향을 주지만 충격을 받아내는 뼈의 강도 역시 결과를 좌우한다.
특히 중년 이후라면 단순히 '얼마나 세게 넘어졌는가'만 따져서는 안 된다. 큰 사고가 아니었는데도 골절이 생겼다면 작은 충격을 견딜 만큼 뼈의 강도가 유지되고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낙상은 우연히 일어날 수 있지만 그 결과가 골절로 이어지는 데에는 평소의 뼈 건강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뼈는 한 번 만들어진 뒤 그대로 유지되는 조직이 아니다. 오래된 뼈를 없애고 새로운 뼈를 만드는 과정이 평생 반복된다. 젊은 시기에는 뼈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소실되는 과정이 비교적 균형을 이루지만 나이가 들면서 골 형성보다 골 소실이 많아지면 골량과 골밀도가 점차 감소한다. 골다공증은 골량이 감소하고 뼈의 구조가 약해지면서 골절 위험이 높아진 상태를 말한다.
골 소실이 진행되는 정도와 속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여성은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골 소실이 빨라질 수 있고 남성 역시 나이가 들수록 골량이 줄어든다. 저체중이나 운동 부족, 흡연과 과도한 음주, 영양 불균형도 뼈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이 밖에 일부 내분비질환이나 만성질환, 장기간 사용하는 특정 약물도 골다공증 위험과 관련될 수 있다. 같은 연령대라고 해서 모두 비슷한 뼈 상태를 갖는 것은 아닌 이유다.
그렇다고 골절 위험을 뼈의 문제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낙상에는 다리 근력과 균형감각, 시력, 어지럼증, 복용 중인 약물 등 여러 요인이 관여한다. 근력과 반응 능력이 충분하면 발을 헛디뎌도 순간적으로 다리에 힘을 주거나 몸의 중심을 옮겨 자세를 회복할 수 있다. 반면 나이가 들면서 이러한 기능이 떨어지면 작은 흔들림도 실제 낙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낙상 골절은 '넘어질 가능성'과 '넘어졌을 때 충격을 견디는 뼈의 강도'가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낙상 때 자주 다치는 부위 가운데 하나가 손목이다. 넘어지는 순간 본능적으로 바닥을 손으로 짚으면 몸의 무게와 충격이 짧은 순간 손목에 집중된다. 특히 중년 이후 큰 사고가 아니었는데도 손목 골절이 발생했다면 골절 부위만 치료하고 끝내기보다 골밀도와 전반적인 골절 위험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비교적 가벼운 충격에도 골절이 생겼다는 사실 자체가 뼈의 강도 저하를 의심해볼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엉덩방아를 찧거나 허리에 충격을 받은 뒤 통증이 지속된다면 척추압박골절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척추압박골절은 약해진 척추뼈가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눌리듯 주저앉는 형태의 골절이다. 골절이 생기면 허리나 등 특정 부위에 갑작스러운 통증이 나타나고, 서거나 걷거나 누웠다 일어나는 등 자세를 바꿀 때 통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골다공증이 심한 사람은 큰 낙상이 없어도 척추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허리를 숙이거나 물건을 들어 올리는 일상적인 움직임이 계기가 되기도 한다. 척추압박골절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 척추뼈의 높이가 낮아지면서 키가 줄거나 등이 굽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어 처음 발생한 골절 이후의 관리도 중요하다.
고관절 골절은 활동량 크게 줄어 보행능력 감소
고령층에서는 고관절 주변 골절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 옆으로 넘어지면서 엉덩이 부위에 충격이 집중될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골절이 생기면 일어서거나 걷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치료와 회복 과정에서 활동량이 크게 줄어들면 다리 근력이 빠르게 감소한다. 골절 전까지 혼자 걷고 일상생활을 하던 사람도 이후 보행이나 생활에 도움을 필요로 할 수 있다. 따라서 고관절 골절은 치료 이후의 보행 능력과 일상생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비교적 작은 충격으로 골절을 경험했다면 골절 치료와 함께 뼈 건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활용되는 검사가 골밀도검사다. 일반적으로 허리뼈와 고관절 부위의 골밀도를 측정해 골다공증 여부와 골절 위험을 평가하는 데 활용한다. 다만 앞으로의 골절 가능성을 골밀도 수치 하나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나이와 성별, 폐경 여부, 이전 골절 경험과 가족력, 체중, 생활습관, 복용 중인 약물, 동반 질환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같은 골밀도 수치를 가진 사람이라도 과거 골절 여부나 다른 위험요인에 따라 실제 골절 위험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사 결과를 단순히 숫자 하나로 받아들이기보다 개인이 가진 여러 위험요인을 함께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골다공증이 확인됐다고 해서 관리 방법이 모두 같은 것도 아니다. 현재 골밀도와 과거 골절 여부, 연령, 향후 골절 위험 등을 종합해 약물치료가 필요한지를 판단한다. 치료가 필요하다면 목표는 단순히 검사상의 골밀도 수치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척추나 고관절을 비롯한 주요 부위에 새로운 골절이 발생할 가능성을 낮추고 일상생활 능력을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하는 것이 보다 중요한 목적이다.
가을철 야외활동에서 낙상을 줄이려면 출발할 때부터 자신의 체력을 고려해야 한다. 평소 운동량이 많지 않은 사람이 갑자기 긴 코스나 경사가 심한 산을 선택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에 피로가 쌓인다. 특히 하산할 때는 다리에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경사진 길을 내려가야 하므로 발을 헛디디거나 몸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더욱 주의해야 한다.
평소 자신 체력 고려하고 주변 잘 살피며 활동해야
비가 온 뒤 젖은 돌이나 낙엽이 많이 쌓인 구간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보폭을 평소보다 짧게 가져가는 것이 좋다. 주변 경치에 시선을 빼앗기지 말고 발밑의 지면을 살피는 것이 좋으며, 필요하다면 잠시 멈춰 쉬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신발은 밑창이 지나치게 닳지 않았는지, 걸을 때 발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산행 시간이나 거리를 무리하게 늘리기보다 체력이 남아 있을 때 돌아올 수 있도록 계획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낙상이 걱정된다는 이유로 움직임 자체를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활동량이 줄면 다리 근력이 떨어지고 몸의 중심을 잡는 능력도 약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넘어질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위험한 활동을 무조건 피하기보다 평소 꾸준히 몸을 움직여 뼈와 근육, 균형 능력을 함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걷기를 단순한 이동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흔히 걷기는 운동 효과가 크지 않다고 여기지만 어떤 효과를 기대하느냐에 따라 의미는 달라진다. 걷기는 서 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체중을 뼈에 실으며 움직이는 체중부하 운동에 해당한다. 평소 꾸준히 걷는 것은 신체 활동량을 유지하고 뼈에 적절한 자극을 주는 데 도움이 된다. 속도를 내어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것처럼 체중을 지탱하며 움직이는 활동 역시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체중부하 운동이다.
다만 걷기만으로 근력운동과 균형운동을 모두 대신할 수는 없다. 특히 중장년층 이후에는 걷기와 함께 하체 근력을 기르고 균형을 유지하는 운동을 병행하는 편이 좋다. 다리에 힘이 있어야 발을 헛디뎠을 때 몸을 지탱할 수 있고, 균형감각과 반응 능력이 유지돼야 휘청거리는 순간 자세를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뼈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과 실제 낙상을 막는 능력을 함께 키워야 하는 이유다.
운동은 현재 몸 상태에 맞춰 강도와 종류를 선택해야 한다. 평소 거의 운동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많은 양을 하기보다 부담 없이 지속할 수 있는 수준에서 시작해 조금씩 늘리는 것이 좋다. 이미 골다공증이 심하거나 척추골절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허리를 과도하게 굽히거나 비트는 동작, 갑작스러운 충격이 반복되는 운동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골절 위험과 신체 능력을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운동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근력 유지·칼슘 등 영양소 균형적인 섭취 도움
뼈와 근육을 유지하려면 운동과 함께 영양 상태도 살펴야 한다. 칼슘과 비타민D는 뼈 건강에 중요한 영양소이고, 근육량을 유지하려면 적절한 단백질 섭취가 뒷받침돼야 한다. 우유와 유제품, 생선, 두부, 녹색 채소 등 다양한 식품을 통해 필요한 영양소를 고르게 섭취하는 것이 기본이다. 다만 뼈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보충제를 많이 복용하기보다 평소 식사와 건강 상태를 고려해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것이 좋다. 흡연을 피하고 과도한 음주를 줄이는 것 역시 장기적인 뼈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된다.
김영성 울들병원 부원장·정형외과 전문의
가을은 걷고 움직이기에 좋은 계절이다. 낙상이 걱정된다고 야외활동을 피할 필요는 없지만 자신의 체력과 신체 상태를 고려해 무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중년 이후 비교적 작은 충격으로 골절을 경험했다면 단순히 '운이 나빴던 사고'로 넘기기보다 골밀도와 골절 위험을 한 번쯤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안전하게 오래 걷기 위해서는 뼈의 건강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몸을 지탱할 수 있는 근력과 순간적으로 중심을 되찾는 균형 능력까지 함께 갖춰져야 한다. 가을 나들이를 안전하게 즐기기 위한 준비는 산에 오르는 날에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자신의 뼈와 근육을 꾸준히 관리하는 생활에서 시작된다. 정리= 민창연기자changyo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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