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자 아닌 사람에 지급 땐 ‘책임’
관행적 ‘예탁금 대리계약’에 제동
2024년 9월 단위 농협에서 본인과 자녀 2명의 복리식 정기예탁금(정기예금)을 5000만원씩 개설한 A씨(69)는 두 달 뒤 보이스피싱 사기범에게 속아 농협 창구직원에게 본인 예탁금 해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직원은 실수로 자녀 예탁금(5000만원)을 해지했다. 사기범은 아직 해지하지 않은 A씨 예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 돈까지 인출하라고 지시해 A씨는 총 2억3500만원을 사기범에게 전달했다.
이후 A씨는 본인이 사기를 당한 점과 자녀 예탁금이 잘못 해지된 점을 알게 됐고, 창구를 찾아가 자녀 예탁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농협 측은 해지 예탁금을 가족이 찾아갔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A씨는 금융감독원에 ‘직원의 과실로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이 확대됐다’는 취지의 민원을 제기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지난 7일 농협이 A씨에게 ‘잘못 해지’된 자녀 예탁금 5000만원에 이자까지 더해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분조위는 직원 착오로 예탁금이 잘못 해지된 만큼 A씨 자녀 예탁금이 정식으로 해지된 것은 아니라고 봤다. 또 예탁금 계약은 자녀 명의이므로 농협이 거래 당사자인 자녀에게 예탁금을 지급한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분조위는 A씨가 자녀 예탁금을 이미 받아간 뒤 예탁금을 다시 돌려달라고 하는 것은 ‘부당이득’이라는 농협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애초 A씨에겐 자녀 예탁금을 해지할 권한(예탁금반환채권 행사권)이 없었다는 것이다.
분조위는 또 농협이 A씨에게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가 받아간 예탁금에 대한 실질적 지배자는 사기범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는 단위 농협 등 상호금융권에서 관행적으로 예탁금 대리계약을 용인했기 때문에 벌어졌다.
금감원은 “계좌 개설 시 금융실명법 확인, 중도해지 시 본인 확인 등 절차를 금융회사가 철저히 준수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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