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광주 광산구을)
임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산업집적법 일부 개정안
임대 수익을 기대하고 2억8000만원에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은 사람이 있다. 계약금을 내고 중도금은 대출로 치렀다. 건물이 다 지어져 잔금을 치르러 가자 은행은 잔금대출이 절반밖에 안 나온다고 했다. 모자란 돈을 구하지 못하면 연체이자가 붙고, 끝내 못 버티면 계약금은 날아가고 중도금 대출 빚만 남는다.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은 이들이 처한 현실이다.
혼자 겪는 일이 아니다. 전국에 설립 승인을 받은 지식산업센터는 1553곳이다. 정부 집계로 최근 3년간 준공된 곳의 평균 공실률은 43.5%, 미분양률은 26.9%에 달한다. 일부 지역은 공실률 70%를 돌파했다. 결국 버티지 못한 호실은 법원 경매로 넘어간다. 지난해 경매 건수는 3876건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숫자 뒤에는 사람이 있다. 안전한 상품이라 믿고 퇴직금을 넣었다가 원금을 돌려받을 길조차 막막해졌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피해자 단체 관계자는 “버티지 못하고 끝내 세상을 떠난 회원이 있다”고 증언했다. 수분양자들은 한겨울 거리로, 청와대 앞으로 나가 대책을 호소했다.
시장 탓만 할 일이 아니다. 제도에 빈틈이 있다. 지자체장의 설립 승인을 한 번 더 살필 장치가 없고, 입주 업종을 정해두는 방식이라 목록에 없는 새 업종은 들어오기 어렵다.
이에 지난 9월 22일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업집적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의 뼈대는 네 가지다. 이미 지은 곳은 입주 규제를 풀고, 그래도 남으면 공공이 사들여 활용할 길을 연다. 새로 지을 때는 중앙정부의 검토를 한 번 더 거치게 하고 분양 질서도 바로잡는다. 이미 생긴 피해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같은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게 막을 수 있다.
먼저 입주의 문을 넓혔다. 안 되는 업종만 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바꿀 토대를 만들었다. 인공지능(AI)과 제조가 섞인 회사처럼 기존 목록 어디에도 들어맞지 않던 기업도 빈 사무실에 들어올 수 있게 했다. 공장을 돌리기 전에도 임대를 놓을 수 있게 돼 분양받고도 세를 놓지 못하던 사람들의 발이 풀린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빈 호실을 사들여 활용할 길도 열었다.
새로 지을 때는 지자체장이 승인하기 전, 산업통상부가 한 번 더 들여다본다. 공실과 미분양 현황도 누리집에 공개돼 분양 전에 동네에 빈 곳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분양 질서도 손봤다. 승인 전 홍보관 설치와 준공 전 분양권 쪼개 팔기 등을 금지한다. 광고만 믿고 뛰어드는 일이 줄고 공급이 시장에 맞춰지면 지어진 건물의 빈칸이 채워질 여지도 커진다. 버티고 있는 수분양자에게도 숨통이 트이는 일이다.
지식산업센터는 본래 부동산 상품이 아니라 산업의 집이다. 여러 기업이 한 건물에 모여 생산하고 연구하도록 지은 공간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하남산단처럼 오래된 산업단지에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서 제조와 연구가 한 건물에 모이는 곳도 있다.
다만 이런 오래된 산업단지는 일할 사람이 머물 곳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지방 노후 산업단지의 지식산업센터에 기숙사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도록 특례를 두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정부도 시행령에 이를 반영하겠다고 한다. 빈 공간에 사람이 머물고 기업이 들어오면 AI 시대의 새 산업을 키우는 터전이 될 수 있다.
법 개정이 끝은 아니다. 법은 문을 열고 그 문이 얼마나 넓을지는 시행령이 정한다. 어떤 업종을 막을지, 지원시설과 기숙사를 얼마나 넓힐지 같은 세부 사항은 시행령에 담긴다. 그 하나하나가 현장에 닿도록 시행령 개정까지 정부와 협의해 끝까지 챙기겠다. 빈 사무실 한 칸이 빚이 아니라 새 산업의 터전이 되는 날을 앞당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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