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촬영·편집 ‘오아스튜디오’ 개발
‘오아라이브’ 기반 공연 제작·유통·수익화
공연이 시작되기 3초 전, 인공지능이 배우의 등장을 예측해 카메라를 움직인다. 조명이나 음악의 변화를 파악해 다음 장면을 촬영하고 여러 카메라가 담은 화면 가운데 공연의 흐름을 가장 잘 살린 장면을 편집자에게 추천한다.
컬쳐테크기업 필더필이 개발하는 공연예술 특화 인공지능 영상제작 솔루션 ‘오아스튜디오(OA-Studio)’의 구상이다.
공연예술 전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오아라이브(OALIVE)’로 공연을 온라인 유통하는 필더필은 이번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영상 제작 효율화에 나섰다.
신다혜 필더필 대표 사진 이의종
19일 서울 마포 본사에서 만난 신다혜 필더필 대표는 “오아라이브를 운영하며 양질의 공연영상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현실을 확인했다”며 “유통할 가치가 있는 공연영상을 더 많이 만들 방법을 고민한 끝에 오아스튜디오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공연영상은 배우의 동선과 대사, 음악, 조명, 무대 전환을 이해하면서 여러 대의 카메라를 운용해야 한다. 신 대표에 따르면 200석 규모의 소극장 공연에도 카메라 4대와 인력 4명 가량이 필요하다. 중·대극장에서는 카메라 7~10대와 10명 안팎의 인력이 투입된다. 제작비가 높다 보니 여러 배우가 번갈아 출연하는 공연에서도 일부 배역 조합만 촬영하곤 한다.
필더필이 해법으로 주목한 것은 공연 큐시트다. 큐시트에는 배우의 등장과 퇴장, 무대 전환, 대사, 음악, 조명, 소품 등의 정보가 담겨 있다. 필더필은 큐시트를 인공지능이 이해할 수 있는 ‘PCS(Performance Cue Schema)’라는 표준 형식으로 변환하는 기술개발(R&D)을 시작했다.
PCS를 학습한 인공지능은 다음 장면을 예측해 카메라를 미리 움직인다. 편집 단계에서는 큐시트를 충실히 반영하고 관객이나 촬영 인력의 간섭이 적은 화면을 골라낸다. 필더필은 올해 촬영 인력과 제작비를 각각 30%, 편집 시간을 4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 대표는 “제작비 때문에 영상화를 포기했던 중소 공연단체와 독립 예술가도 좋은 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아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영상은 오아라이브를 통해 유통할 수 있다. 필더필에 따르면 2023년 공식 출시된 오아라이브는 약 300편의 공연 콘텐츠를 확보했다. 월간 활성 이용자는 약 8만명이다. 국내 소극장 공연의 온라인 상영에도 일본과 중국 등 해외 이용자가 유입되고 있다.
특히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의 협업은 공연영상이 지역의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별도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대신 오아라이브 안에 전용관을 열고 자체 제작 공연을 무료로 유통하고 있다. 지역 문예회관 등 전국에서 상영 요청이 거의 매주 들어온다.
신 대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협업하면서 지역에서 공연영상을 관람하려는 수요가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우수한 공공 공연 콘텐츠를 문화 향유 기회가 부족한 지역에 전달하는 것은 공공기관과 민간이 함께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무용을 전공한 후 20대에 공동창업자(오혜리 이정은)과 필더필을 설립했다. 올해 11월 창업 10년을 맞는다. 필더필은 오아라이브 외에도 문화캠페인 축제 등 연간 약 20개의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신 재표는 창업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문화예술의 가치와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확보하는 일을 꼽았다. 그는 “창업 초기에는 좋은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직원이 늘어나면서 좋은 프로젝트를 계속 만들기 위해서라도 회사가 돈을 벌고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의 예술기업 지원은 단순한 창업 기간보다 성장 단계와 사업 확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 대표는 “예술기업은 단순히 창업 몇 년 차인지를 따지기보다 현재 어떤 성장 단계에 있고 새로운 시장과 사업모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며 “기존 예술기업의 단계별 전환과 성장을 돕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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