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메소드연기> 시사회 직후 만난 이동휘에게 지인들의 반응이 어땠냐 물으니 “내가 내 입으로 이야기하기는 쑥스럽다”고 우물거렸다. 커다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어디서도 보지 못한 외계인 분장을 한 채, 능청스럽게 외계어를 쏟아내던 ‘알계인’을 연기한 배우의 속내가 몹시 궁금해졌다.
지난해 12월 31일, 이동휘는 병원 응급실에 누워 있었다. 갑자기 사고를 당했다. 지인들과 새해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올 한 해 힘들겠다, 새해부터 이럴 수 있을까, 열심히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모든 스케줄이 불투명한 상황이라 낙담했다.
그런 마음으로 가만히 있을 때 한 줄기 희망 같은 전화를 받았다. 영화 <메소드연기>의 개봉이 확정됐다는 소식이었다. 20년 지기 친구 감독과 함께 의기투합해서 만든 작품이었다. 이동휘라는 본명으로 출연하는 데다 데뷔 후 처음으로 제작에 참여해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각별한 터라 기쁨은 몇 배로 컸다. 긴 시간 준비했던 과정들이 떠올라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영화 <메소드연기>는 배우 이동휘의 즐거운 도전이자 결과물이다. 이동휘가 기획부터 제작, 주연까지 도맡은 데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캐릭터를 직접 연기하는 독특한 콘셉트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코미디로 사랑받아온 배우 이동휘가 더 이상 웃기고 싶지 않은 배우로 등장하는 가운데 인간 이동휘와 배우 이동휘, 캐릭터 이동휘가 교차하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응답해봐>, <극한직장>, <부라다> 등 이동휘의 실제 출연작을 연상시키는 극중 이동휘의 필모그래피와 함께 현실감 넘치는 스토리가 더해져 몰입도를 높인다. 배우의 치열한 연기 과정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각자의 애환을 숨긴 채 ‘메소드 연기’를 이어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영화적인 메시지도 분명하다.
주인공 이동휘는 실제 이동휘는 아니지만 또 실제 이동휘의 모습이 투영된 인물이라고 이해하면 되나?
어머니가 영화를 보시고 “집에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줘서 어떡하니”라고 하시더라. 머리띠를 하고, 그 어떤 준비도 안 된 내 모습이 화면에 나오는 게 스스로 보기 흉해서 앞으로 이동휘를 연기하는 게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실제로는 전형적인 외동아들이다. 집에 들어오면 부모님이랑 대화 잘 안 하고 밖에 나가면 수다쟁이인. 영화에서는 형제가 나오니까 간극이 있다.
작품 속 이동휘는 코미디로 사랑받았으나 더 이상 웃기고 싶지 않아 괴로워하는 배우다.
인간 이동휘는 코미디 장르의 작품을 대할 때 괴로움보다는 감사함이 크다. 여러 채널을 통해 웃기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사람들이 내 연기를 보고 웃는 모습을 볼 때 개인적으로 행복을 느낀다. 40대에 접어들면서 배우로서 겸손한 시기에 접어든 것 같다. 어딘가에서 쓸모가 있고 효용 가치가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느낀다. 기회가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메소드연기>의 이동휘는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 건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의 간극이다. 이동휘의 고민이 비단 배우라서 하는 고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뜻한 대로 이루고 사는 사람을 사실 많이 보지는 못했다. 그리고 나는 모든 사람이 메소드 연기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져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본인의 모습으로만 사는 건 아니니까.
# 외계인 분장
창피함을 이긴 책임감
작품 속에서 이동휘는 외계인을 연기하면서 코믹한 캐릭터를 입은 배우다. 커다란 귀와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한 채 능청스럽게 외계어를 구사하고 독특한 연기를 선보인다. 가만히 지켜보기만 해도 웃음이 터지는, 그가 연기한 ‘알계인’ 캐릭터는 개봉 전부터 화제였다. 각종 공식 석상에 외계인 분장으로 나타나 시선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여러 선택지가 있었을 것 같은데 왜 외계인이었나. 너무 강렬해서 이미지의 잔상이 크다.
사극과 배치되는, 가장 거리가 먼 존재는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하다 내린 결론이 외계인이었다. 외계인은 홍보 때문에 간간이 분장을 하긴 하지만 정말 창피하다. MBTI 성격 유형이 INFP라 정말 창피했지만, 제작에 참여한 입장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분장에 임했다.
그러기엔 연기를 즐기는 거 아닌가? 관객 공약에도 외계인이 등장한다.
목표 관객수가 상당하기 때문에 공약을 지키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웃음). 한 달 동안 외계인 분장을 하고 사는 건데, 그것이 사람들에게 폐를 안 끼치려면 조용한 곳에서 해야 하니까 제주도에서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나영석 피디님이 팔로우를 하겠다고 하셔서 난감한 상황이다.
20년 지기 친구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영화 한 번 만들자’는 동갑내기 친구와의 의기투합으로 오늘까지 오게 됐지만. 의견 차이가 생겨도 사람들 보는 데서는 그러지 말자고, 서로 존중과 예의를 갖추자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서로 존댓말을 썼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편해질 때가 있어서… 크게 부딪히는 부분이 있으면 카카오톡으로 싸웠다(웃음). 이기혁 감독은 배우 출신이라 강점이 뚜렷하다. 배우의 감정이 어떻게 차오르고 어느 정도의 준비가 되어 있는지, 감독 본인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 부분이 굉장한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친구로서는 어떤 존재인가.
내 이야기를 가장 잘 들어주는,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다. 동국대 연영과 다니던 시절 유명한 배우였다. 송해성 감독님의 조카이기도 하고, 그 당시에 <늑대의 유혹>이라는 작품으로 제일 먼저 데뷔해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고 했고,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동했다. <메소드연기>는 제일 처음 부천영화제에, 그다음에는 미장센영화제, 부산영화제에 출품됐다. 작품으로 영화제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나의 막연한 꿈을 실현시켜준 고마운 친구라 감사함을 가지고 있다.
형제로 출연하는 윤경호와 호흡이 좋았다.
‘유림핑’이자 ‘에피소드 자판기’로 전국적인 인기를 얻고 있어서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너무 작업해보고 싶었던 최고의 배우다. 명연기 덕분에 묻어갈 수 있었다. 세트 촬영할 때 편안한 옷을 입고 등장한 형을 보면서 감탄했다. 존경하는 분이다.
모친 역의 김금순 배우와 나눈 감정 연기도 돋보였다.
실제 어머니와 많이 닮으셨다. 특히 초반에 나오는 길을 건너는 뒷모습이 정말 나의 어머니 같았다. ‘이런 감정들을 꺼내서 연기한다는 게 고통스럽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 실제 저희 어머니, 아버지도 나에게 아픈 걸 이야기를 안 하신다. 우리는 서로 그렇게, 메소드 연기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거구나 깨우치게 해준 계기가 된 것 같다.
어머니의 소식이 전해진 막바지, 이동휘의 메소드 연기가 폭발한다.
실제 그런 경험이 있다. 장례식장에 참석했는데 저녁에 행사장에 가야 하는 일정이었다. 밝은 모습으로 일정을 마치고 다시 장례식장으로 돌아가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장면도 영화적인 판타지라 생각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소식을 듣고, 어떤 것을 느낀 사람의 마지막 모습을 세부적으로 나눠서 표현하려고 했다.
# 어떤 배우가 제일 행복할까?
디카프리오?!
영화에서 이동휘는 디카프리오가 새겨진 모자를 자주 쓴다. 디카프리오는 극중 이동휘가 제일 부러워하는 사람이다. 이동휘는 “어떤 배우가 제일 행복할까 떠올려 봤을 때, 세계 최고의 감독님들과 세계 최고의 스태프들과 원하는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는 유일무이 디카프리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디카프리오가 본인의 롤모델인가?
발끝에라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롤모델로 삼고 있는 귀감이 되는 선배님들이 많다. 디카프리오는 ‘이견이 없는 아티스트’다. 그건 진짜 얻기 힘든 타이틀인 것 같다. 몇 살 때 그걸 이룰 수 있는지, 이룰 수는 있는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어느 순간 그런 아티스트가 됐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은 있다.
배우로서의 연기 방향은 뭔가.
어떤 것을 추구하고 뭘 이루어낼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괴로운 상황에 밀어 넣고는 있다. 물론 즐거운 괴로움이다. 독립영화에 출연하거나 연극 무대에서 담금질을 하면서, 기존에 했던 역할이 아닌 전혀 다른 캐릭터에 끊임없이 도전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어떤 모습으로든 노력의 결실이 맺어질 것 같아서 무대에 서려고 노력한다. 축구선수나 피아니스트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똑같은 곡을 저렇게 열심히 연습하고, 훈련장에서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 이동휘는 똑같은 대사를 매일 연습하고 관객들을 만나는 과정을 채찍질한다.
연극이나 독립영화에 자주 출연하는 것도 일맥상통한 행보인가?
나는 영화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본이 정성스럽게 쓰여 있느냐가 작품을 선택하는 1순위다. 앞으로도 열심히 해보고 싶다.
이동휘 연기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그냥 웃기다기보단 뻘하게 웃긴다? 뻘하게 웃기는 걸 추구하고 있다. 그냥 웃음이 터지는 게 아니라 나중에 집에 가서 생각했는데 웃긴 거 있지 않나. 방금 뭐라고 했는지 캐치하지 못했는데 10초 뒤에 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걸 어려서부터 열심히 연구했던 것 같다.
실제 이동휘는 어떤 메소드 연기를 하며 살고 있나.
처음 배우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그게 될까? 너 부족한 것 같은데?”라고 하셨다. 그런데 청개구리처럼 말 안 듣고 여기까지 왔다. 이번에 영화를 제작한다고 했을 때도 주변 만류가 많았다. 그때도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어렵겠죠?”라고 대답했지만 돌아가서 열심히 일을 도모했다. 내가 그런 분들에게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라고 대응할 수 있는데 말하지 않는 것도 메소드 연기라고 생각한다.
<왕과 사는 남자>가 대흥행이라,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좋은 시기다. <메소드연기> 관객에게 한마디 남긴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이 상황을 맞고 있다. <왕사남>으로 극장에 사람이 많은 것도 감사한 일이다. <메소드연기>는 개인적으로 참 많은 겸손함을 느끼게 된, 배움의 계기가 있었던 작품이다. 제작진의 정성스러운 마음이 관객들에게 닿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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