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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천시민의 날’ 특별기고] 대체로 흐리고, 곳에 따라서는 비가

어김없이 돌아온 제62회 인천시민의 날과 함께 민선 9기 박찬대 인천시장의 취임 100일을 축하한다.

[‘인천시민의 날’ 특별기고] 대체로 흐리고, 곳에 따라서는 비가

박영복 前 인천시 정무부시장

어김없이 돌아온 제62회 인천시민의 날과 함께 민선 9기 박찬대 인천시장의 취임 100일을 축하한다. 지난달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가 장갑차와 전차를 앞세운 시가행진이나 상륙 재연 같은 전승(戰勝) 주제에서 벗어나 역사와 미래를 주제로 한 평화 행사로 중심을 바로잡은 것은 모처럼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의 5극3특 강풍 속에 인천의 날씨는 대체로 흐리고, 곳에 따라서는 가끔 비가 오는 곳도 있겠다. 장자 재유편(在宥篇)에 ‘당신이 나라를 다스린 뒤부터 구름이 모이지도 않았는데 비가 내리고 풀과 나무가 누렇게 변하지도 않았는데 잎이 떨어진다’(雲氣不待族而雨 草木不待黃而落)는 말이 있다. 나라의 정책이 골고루 미치지 못해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은 우리가 풀어야 할 시대적 과제이다. 그러나 이 정책은 국가 하향평준화라는 함정이 있다. 수도권의 경쟁 상대는 지방이 아니라 세계다. 잘하는 지역은 세계와 경쟁하게 하고 부족한 지역은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유연성을 갖춰야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5극3특 상황 박찬대 시장 ‘이중소외’ 절감

시도지사협의회장 맡아 의견 내기도 제한

1인당 지역내총생산 등 서울·경기 최상위

인천은 비수도권에도 밀리며 하위권 위치

시민들, 같은 편 정부에 목소리 낼지 궁금

5극3특 앞에서 인천의 이중소외를 절감하고 있을 박찬대 시장도 답답할 것이다. 하고 싶은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을 것이다. 더구나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을 맡아 인천만의 목소리 내기에도 제한이 따른다. 소득 측면의 지역경제를 비교하는 1인당 지역내총생산이나 삶의 경제 수준을 나타내는 가구당 평균 순자산 수치가 서울과 경기는 최상위권이지만, 인천은 비수도권에도 뒤지는 하위권이다. 그래서 전국 광역자치단체장 직무평가에서 인천이 늘 전국 꼴찌를 맴도는 것이다.

얼마 전 때이른 뙤약볕 아래서 박찬대 시장의 취임사를 들은 기억이 난다. 함께 있던 사람 대부분이 무난하다는 표정들이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좀 달랐다. 선수에게 무난하다는 평은 반드시 칭찬이 아니다. 딱히 특별함이 없을 때 쓰는 립 서비스일 수 있다. 이중소외로 인한 인천 디스카운트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5극3특에 대한 대응책은 무엇인지, 쓰레기매립장은 어찌할 것인지, 내심 귀를 기울였으나 끝내 기다리던 말은 듣지 못했다. 이럴 때 사람은 누구나 허전함을 느낀다. 그나마 ‘글로벌 톱텐 시티’니 ‘제물포 르네상스’니 하는 뜬구름 잡는 소리를 안 들은 것만도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고 돌아왔었다.

시민들은 박찬대 시장의 시정 운영 방향을 궁금해할 것 같다. 시민들이 가장 바라면서 궁금해하는 것이 곧 시정 방향이다. 그래서 방향은 간단해야 좋다.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 중심제에서 중앙권력과 가까운 지방권력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껍데기’라는 말이 있다.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못 하는 껍데기 권력이라는 말이다. 아마 시민들은 같은 편인 이재명 정부를 상대로 박찬대 시장이 제 목소리를 얼마나 낼 수 있을까 궁금해할 것이다.

내가 지켜본 박찬대 시장의 시정 방향은 아직 명료하지 않다. 취임 직후 자신의 선거 공약이었던 민생회복 프로젝트를 유예하고, 재정 운용에 대해 전임자 탓을 하며 인천e음 캐시백 지급을 중단했다. 바닥 여론이 악화하자 서둘러 지난 추석을 앞두고 다시 지급했으나, 이는 어느 언론의 지적처럼 표적과 착탄 지점의 환경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잘못이 아닌가 싶다. 특히 ‘ABC+EF’ 프로젝트 같은 정책들은 마치 시민들을 공부시키려 한다는 느낌마저 든다. 다행히 곧바로 재정예산개혁TF를 가동해 현금성 지원 예산의 지출 구조를 들여다보고 시민의 날을 전후해 새 시정 슬로건도 발표한다니 기대가 생긴다.

전력 자급률 170% 넘지만 요금제 ‘역차별’

산단 AI 전환 구축사업 등 공모 거듭 탈락

경제·사회 등 걸쳐 심각… 심적 위축 걱정

디스카운트 근원 ‘쓰레기매립지’ 해결돼야

당연한 권리·대응 위해 ‘범시민 조직’ 필요

인천의 이중소외는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심각하다. 인천시민들이 느낄 심적 위축감이 걱정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도 인천은 그림의 떡이 될 우려가 크고, 이로 인해 오히려 정부의 보통교부세만 줄어들 판이다. 전력 자급률이 170%가 넘는 인천을 수도권 북부의 요금제에 억지로 한데 묶은 것은 이중소외가 아니라 역차별에 가깝다. 산업단지의 AI 전환 구축사업이나 에너지 자급자족 인프라 구축사업 등 정부가 공모하는 사업마다 비수도권 가산점과 수도권 감점 적용으로 인천은 탈락을 거듭하는 지경이다.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인천 강화·옹진까지 권역별 성장엔진에서 빠지고, 인천 산업계도 산업통상부·재정경제부가 공동으로 밀어붙이는 지방형 인센티브 정책에 떠밀려 지방으로 공장을 이전하려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주안·부평의 노후 산업단지까지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적용받아, 기업이 투자하고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야 증가하는 지방소득세 비중이 멈춰 있다. 부동산 취득세 비중이 커 경기 변동에 취약한 인천시 재정이 안정적 세입 기반을 마련하려면 인천에 불합리한 지방소비세 배분 제도의 수정도 급해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역문화 진흥도 인천의 소외가 예상된다. 인구 100만명당 문화시설 수는 전국 평균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최하위 수준이다.

이제 박찬대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인천을 찰기시(察其始) 하는 것이다.

우선, 바다를 장악해야 한다. 인천의 정체성으로 개방성·포용성·다양성 등이 자주 회자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역설적으로 인천의 고유성은 희미하다. 인천은 해시(海市)다. 인천 앞바다는 수도권에서 거의 고유재(固有財)에 해당한다. 최근 정부의 중앙행정·공공기관 이전 추진에 따른 전국 항만공사 통합은 무턱대고 반대만 할 일이 아니다. 현재와 같이 정부가 계속 주도하는 국가항만시스템이라면 통합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다. 인천은 다른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인천이 자쾌(自快) 하려면 항만공사의 지방화를 주장해야 한다. 인천 앞바다를 인천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다음은, 인천 디스카운트의 근원을 없애야 한다. 주범은 쓰레기매립지이다. 서울 어느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요?”라고 물었다. 한 아이가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인천으로 간대요”라고 대답했다. 민선 9기 시정과제에서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주요 의제로 다루지 않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다. 올 초부터 시행된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치도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예외적 허용에 대한 인천시의 느슨한 대응으로 직매립 비율이 제로인 인천이 서울·경기의 전용 쓰레기장으로 전락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수도권매립지 해결 방안은 명료하다. 2015년 4자 합의를 파기하고 발생지 처리 원칙을 주장하는 것이 먼저다. 어차피 묻을 땅은 남아있다는 서울과 경기도의 생각이 전제된 대체매립지 공모는 하나마나한 무모한 행정이다.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 5극3특 대응을 위한 ‘범인천시민 조직’이 필요하지 않을까? 당연한 권리도 중앙 눈치를 보고, 서울의 풍요한 부스러기 한 조각이라도 잡아보려 발버둥 치는 형태의 인천시 행정이라면 이부망천(離富亡川)이니 人賤(인천)이니 하는 멸칭(蔑稱)을 듣는 수모를 당해도 인천시민의 삶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인천은 인천이기만 할 때 위대하다.

/박영복 前 인천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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