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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공지능(AI)의 선택을 받은 토마토

♤사람이 들어가지 않는 농장, 자율 주행하는 식물 농업과 인공지능(AI)이 만나는 가장 뜨거운 현장, 네덜란드의 와게닝겐 대학교와 글로벌 IT 기업 텐센트가 공동 주관하는 '세계 자율 온실 경진대회(Autonomous Greenhouse...

인공지능(AI)의 선택을 받은 토마토

2020년 한국의 ‘디지로그’ 팀, ‘스마트 팜’ 기술 세계에 뽐내

[박길선의 애그테크, 농부 옆자리에 앉다 18]

♤사람이 들어가지 않는 농장, 자율 주행하는 식물

농업과 인공지능(AI)이 만나는 가장 뜨거운 현장, 네덜란드의 와게닝겐 대학교와 글로벌 IT 기업 텐센트가 공동 주관하는 ‘세계 자율 온실 경진대회(Autonomous Greenhouse Challenge)’는 농업판 F1 그랑프리로 불린다. 이 대회의 핵심은 사람이 온실에 발을 들이지 않고, 오직 AI 알고리즘만으로 작물을 원격 재배해 수익을 겨루는 것이다.

2018년 열린 첫 대회에서는 오이가 도전 작물이었으나, 2020년 제2회 대회부터는 방울토마토가 무대의 중심에 올랐다. 수천 킬로미터 밖에서 센서 데이터만으로 작물을 키워내는 이 기술의 각축장에서 토마토는 왜 주인공이 되었을까? 인류가 AI에게 농사를 가르칠 때 토마토를 교과서로 삼은 이유는 명확하다.

AI와 데이터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팜에서 붉게 익어가는 방울토마토. 토마토는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기술의 정밀도를 측정하는 '데이터 농업'의 핵심 지표 작물로 활용된다. [촬영 히포팜텍]

♤관찰의 용이성과 데이터의 선명함

토마토는 ‘데이터화’에 가장 최적화된 생물학적 특성을 지녔다. 생애 주기가 짧고 명확하며, 환경 변화에 매우 정직하게 반응한다. 온도가 1도 변하거나 식물 LED 파장이 조금만 달라져도 잎의 생기나 줄기의 굵기, 과실의 비대 속도가 즉각적으로 변한다.

데이터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인(환경)’과 ‘결과(생육)’ 사이의 상관관계를 수치로 증명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고, 비교할 수 있으며, 반복 실험을 통해 표준화할 수 있어야 기술로서 가치를 지닌다. 토마토는 이러한 ‘실험의 정밀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적의 모델이다. 전 세계 유리온실과 스마트팜이 토마토를 가장 먼저 선택하는 이유는, 그것이 작물을 넘어 농업의 ‘기준(Standard)’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생산량과 시장성: 연구가 현장이 되는 구조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2021년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토마토 생산량은 약 1억 8,900만 톤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채소다. 이는 연구의 데이터가 논문으로만 남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실제 농업 현장에 적용되어 거대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시장 규모가 크기에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고, 그 투자가 다시 기술의 진보를 이끄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토마토는 실험실의 샘플인 동시에 농업 비즈니스의 엔진인 셈이다.

'태양 대신 정밀한 광원 시스템과 AI 알고리즘으로 설계된 환경 속에서 토마토는 농업의 미래를 그려내는 기준이 된다. [촬영 히포팜텍]

♤한국 농업의 저력: ‘디지로그’ 팀의 성과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한국 역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2020년 대회에서 민승규 국립한경대 석좌교수가 단장을 맡고 14명의 전문가로 꾸린 한국의 ‘디지로그(Digilog)’ 팀은 본선 3위를 기록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팀명은 고(故)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직접 지어준 것으로, 아날로그적 농업 숙련도와 디지털 기술의 융합을 상징한다.

이 성과는 한국 스마트팜 기술의 저력을 세계 무대에서 확인한 계기였다. 이제 농업은 “빛을 어떤 파장으로, 얼마나 줄 것인가?”라는 정밀한 질문에 답해야 하는 시대다. 히포팜텍이 LED 파장 데이터를 연구하는 이유도 명확하다. 토마토라는 표준을 통해 빛이 생명에 미치는 영향력을 정교하게 제어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이제 자연의 우연을 넘어 ‘엔지니어링 농업’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박길선은 독일연방화훼협회(FDF)의 플로리스트 자격과 독일상공회의소(HK)의 플로리스트 마이스터 자격을 취득하고, 2015년과 2016년 인천기능경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플로리스트 마이스터로서 꽃과 식물의 언어를 먼저 배운 뒤, 첨단농업의 현장을 꾸준히 관찰해 왔으며, 특별히 농부의 옆자리에 앉아 식물과 기술, 그리고 소비자라는 다원의 가치를 기록해 나간다. 현재 ㈜팜텍에서 글로벌 마케팅에 역점을 두고 식물조명과 재배 환경 기술 등 애그테크 분야의 경영과 기획을 총괄한다. hippofa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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