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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 플랫폼들이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우리 동네'를 주목하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당근과 같은 지역 커뮤니티 앱을 넘어, 대형 이커머스와 배달 플랫폼, 편의점 업계까지 '하이퍼 로컬'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요. 유통 플랫폼들은 자신들만의 특징을 살린 방법으로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다닐 수 있는 지역)' 공략에 나선 모습입니다.
도심형 물류센터로 동네 마트 대체하는 퀵커머스
이커머스의 '우리 동네' 공략 전략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퀵커머스' 시장입니다. 배달의민족 'B마트'나 컬리의 '컬리나우' 같은 서비스들은 주택가 인근에 소규모 도심형 마이크로 물류센터를 촘촘하게 구축해 동네 상권을 직접 공략하고 있습니다. 대형 마트에 가지 않고도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1시간 내에 받아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입니다.
이러한 도심형 물류 거점은 거주지와의 거리를 좁혀, 기존 동네 수퍼마켓이나 편의점의 역할을 온라인 플랫폼이 흡수하고 있는 형태입니다. 특히 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퇴근길에 필요한 물품만 소량으로 빠르게 주문하는 동네 장보기 수요가 퀵커머스 앱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실제로 우아한 형제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국내 퀵커머스 시장은 약 4조4000억원이었으며 2030년에는 약 6조원 규모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요. 퀵커머스 1위인 배민 B마트 매출은 2년 사이 47.5% 급증해 눈길을 끕니다.
또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퀵커머스 시장 성장의 가장 핵심적인 인구통계학적 요인으로 1인 가구 증가와 수도권 인구 밀집도를 꼽고 있는데요. 이 보고서에서는 이같은 인구 변화는 주말에 대형마트에서 대량으로 장을 보던 방식에서 벗어나, 퇴근 후 1~2인분에 해당하는 신선식품과 가정간편식, 생필품을 앱으로 즉시 주문하는 소량 구매 패턴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네이버부터 편의점까지, 오프라인 거점의 플랫폼화
이커머스 기업뿐만 아니라 IT 공룡과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도 자사의 인프라를 동네 상권과 결합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는 오프라인 전통시장 상인들과 인근 지역 주민들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연결해 주고 있습니다. 동네 주민들은 앱을 통해 친숙한 단골 시장의 반찬과 식자재를 집에서 편하게 주문하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전국적인 오프라인 점포망을 갖춘 편의점 업계 역시 자체 앱을 강화해 동네 생활의 허브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GS25의 '우리동네GS'나 CU의 '포켓CU' 앱은 단순한 재고 확인 기능을 넘어, 동네 편의점을 거점으로 한 반값 택배, 마감 할인 상품 픽업, 지역 세탁소 연계 등 지역 주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오프라인 점포를 단순한 소매점이 아닌 지역 주민들의 생활 밀착형 플랫폼 거점으로 재정의한 결과입니다. 대규모 이커머스가 채우지 못하는 즉각적이고 세밀한 동네 단위의 서비스 수요를 오프라인 점포망과 IT 기술을 융합해 해결하고 있으며, 이는 침체된 골목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긍정적인 효과도 창출하고 있습니다.
커머스를 품은 지역 커뮤니티, 상권 연결의 진화
물류망이나 오프라인 점포 중심의 접근과 더불어, 이웃 간의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커머스를 결합하는 모델도 하이퍼 로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은 포장 주문, 동네 걷기 보상, 지역 알바 등 다양한 동네 기반 커머스 서비스를 확장해 지역 상권과 이웃을 잇고 있습니다.
이러한 커뮤니티 기반 플랫폼의 가장 큰 무기는 이웃 주민들의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높은 정보 신뢰도입니다. 블로그나 대형 포털의 광고성 정보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이웃이 직접 추천하는 동네 빵집 지도나 찐맛집 리뷰에 반응해 지갑을 열고 있습니다. 상업적인 마케팅보다 동네 사람들의 생생한 입소문이 더 강력한 커머스 매출을 견인하는 구조입니다.
결국 유통업계의 하이퍼 로컬 경쟁은 누가 더 우리 동네의 일상과 상권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느냐의 싸움으로 압축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빠른 배송이라는 획일화된 가치를 넘어, 동네 마트, 전통시장, 편의점,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커뮤니티를 온라인 플랫폼으로 촘촘하게 직조해 내는 기업이 미래 유통 시장의 새로운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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