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 정면 돌파…전장·HBM '투 트랙' 초격차 승부수
성장 정체 삼성전자 주가 반등시킬 수주 모멘텀 확보에 관심 집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유럽 출장 일정을 마치고 13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정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이하 삼성) 회장이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라는 파고 속에서 회사의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이란-미국 간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국제 유가가 폭등하고 삼성의 주가 상승세가 잠치 주춤한 상황에서, 이 회장은 독일 전장 시장과 미국 빅테크 기업을 잇는 입체적 경영 행보를 통해 위기 돌파의 승부수를 던지는 모습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최주선 삼성SDI 사장과 함께한 독일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며 유럽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 이번 출장에서 이 회장은 BMW, 아우디 등 기존 고객사는 물론, 신규 수주 가능성이 점쳐지는 메르세데스-벤츠 경영진을 직접 만나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와 자율주행 전장 부품 공급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특히 삼성SDI가 공을 들여온 벤츠향 배터리 공급 물꼬를 틀 경우,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자동차를 ‘움직이는 IT 기기’로 만드는 미래 전장 시장의 핵심 파트너로 확고한 입지를 굳히게 된다.
이 회장의 이번 행보는 그간 꾸준히 다져온 글로벌 현장 경영의 연장선에 있다. 지난 2023년부터 벤츠, ASML 등 글로벌 리더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다져온 신뢰는 올해 초 CES 2026에서 선보인 삼성의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전략으로 구체화됐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북미·유럽 중심의 세일즈는 삼성이 단순한 부품 공급사를 넘어, 글로벌 완성차 및 IT 기업들과 'AI 생태계'를 함께 구축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격상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귀국한 이 회장의 시선은 오는 18일 방한하는 리사 수 AMD CEO에게 향하고 있다. AMD는 현재 AI 생태계 확장을 이끄는 엔비디아의 거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는 기업이다. AMD는 삼성전자의 HBM3E(5세대) 12단 제품을 공급받는 핵심 고객사로, 이번 회동에서는 HBM4(6세대) 제품의 공급 확약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아울러 이 회장이 지난해 12월 미국 출장에서 수 CEO와 논의했던 2나노(㎚) 공정 기반의 파운드리 위탁생산 수주까지 구체화할 경우, 삼성은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아우르는 'AI 토탈 솔루션'을 완성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상쇄할 강력한 성장 동력을 얻게 된다.
한편,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는 중동 전쟁 여파에 따른 외국인 매도세와 공급망 불안으로 인해 20만 원 대 아래로 하락한 후 18만원~19만원 선에서 정체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이 회장이 직접 공을 들여온 독일 전장 성과와 AMD와의 연합 전선 구축이 가시화되면 주가의 하방 경직성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총수가 직접 현장에서 전달하는 기술 초격차와 신뢰의 메시지가 투자 심리 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행보는 단순한 출장을 넘어 지정학적 위기를 기술과 파트너십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면서 "전장과 AI 반도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글로벌 동맹을 공고히 하는 과정이 삼성전자의 실적 반등과 주가 회복을 이끄는 강력한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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