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칩 수요 급증…애플, 삼성전자·인텔과 협력 타진
TSMC 공급 의존도 낮추려는 포석...10년 만의 재회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뉴시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영토 확장의 기회를 맞이했다. 자사 기기용 반도체 생산을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에만 맡겨온 애플이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삼성전자와 인텔에 손을 내밀면서다.
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자체 설계 칩 일부 생산을 인텔 파운드리에 맡기기로 예비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애플 칩 어느 제품을 생산할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애플은 인텔 외에 삼성전자와의 협력도 검토하고 있다. 5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애플 경영진이 최근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팹에 방문해 칩 생산 논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 팹은 3나노미터(㎚) 이하 최첨단 공정을 갖췄으며 연말 가동이 목표다.
그동안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맥 등에 탑재되는 시스템온칩(SoC)을 자체 설계하고 이를 TSMC에 위탁 생산하는 구조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인 AI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TSMC의 생산 여력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공급망 다변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말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1분기와 2분기 모두 가장 큰 제약 요인은 메모리가 아니라 SoC 생산에 사용되는 첨단 노드의 가용성 부족”이라며 “현재 공급망 유연성이 평소보다 떨어진 상태”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애플 공급망 복귀 기대감…2㎚ 수율 관건
업계 안팎에서는 애플의 이번 움직임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 찾아온 새로운 기회라고 평가한다. 실제 수주에 성공하면 삼성전자가 10여년 만에 애플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공급망에 복귀하게 되는 셈이어서 상징성도 크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 출시 초창기만 해도 삼성전자가 설계·생산한 AP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애플이 AP를 직접 설계하기 시작하고 2015년 TSMC에 생산을 맡기면서 삼성전자와의 협력은 사실상 끊겼다.
특히 오랜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2023년 이후 줄곧 적자를 이어오고 있으며 올해 1분기에도 약 1조원 규모의 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이날 보고서에서 “올해 전년 대비 100% 증가가 예상되는 삼성 파운드리 수주 상황과 애플·퀄컴 등 2㎚ 북미 대형 고객사 확보 가능성 확대는 향후 가동률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실적은 2025년 7조원 적자에서 2027년 흑자 전환 가시권에 진입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도 “고객 수요 증가율을 하회하는 TSMC의 증설 속도와 지정학 리스크를 감안한 고객들의 선제적 다변화 니즈 등이 영업 환경 개선을 견인하고 있다”며 “파운드리 적자는 빠르게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기회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관건은 2㎚ 공정 수율 확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TSMC의 2·3㎚ 공정 수율은 80~90% 수준에 이르는 반면 삼성전자는 50%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TSMC는 2028년부터 1.4㎚ 공정 반도체 양산 계획까지 밝힌 상황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애플 수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2㎚ 공정 양산성과 수율 안정화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래야 다른 글로벌 빅테크들의 추가 수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TSMC가 1.4㎚ 공정까지 준비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도 차세대 공정 기술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부연했다.
정우성 LS증권 선임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실적 개선 폭보다 중요한 것은 선단 공정에서 반복 가능한 양산 경험과 고객 신뢰가 축적되는지 여부”라며 “이 경우 삼성전자 밸류에이션에는 기존 메모리 중심 이익에 더해 파운드리 옵션가치가 반영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