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다. 2018년 LA 에인절스와 계약하고 신인왕에 올랐다. 2021년에는 아메리칸리그 MVP에 뽑혔고, 2022년엔 투표 2위를 기록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는 3년 연속 만장일치 MVP다.
‘이도류’라는 별명답게 투수와 타자 모두 잘한다. 올 시즌 부상 때문에 7월4일 이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타자로만 나서고 있지만 전반기에만 8승2패, 평균자책점 1.79를 기록했다. 시즌 초반 타자로서 잠시 주춤했지만 최근 타격도 살아나는 중이다. 타율 0.287은 이정후(샌프란시스코·0.289·9위)에게 뒤진 내셔널리그 11위지만 OPS(출루율+장타율) 0.934는 내셔널리그 전체 1위다. 또 MVP에 오른다면 배리 본즈(2001~2004) 이후 첫 4년 연속 MVP다.
쉽지는 않다. 만만찮은 경쟁자는 시카고 컵스 외야수 피트 크로암스트롱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PCA로 통한다. 33홈런을 때렸고 OPS가 0.925로 3위다. 발도 빨라서 도루 32개로 리그 2위다. 마운드에 오르는 횟수가 줄어든 오타니는 지명타자로 뛰지만, PCA는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 능력을 갖춘 외야수라는 점에서 더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언론들은 현재 추세라면 데뷔 4년 차 시즌을 치르는 PCA가 오타니의 4년 연속 MVP를 저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오타니 위협 피트 크로암스트롱
“구름 보거나 관중석 사람 찾아봐”
긴장 풀며 집중력 유지하는 효과
사회적 번아웃 막을 ‘딴짓’도 필요
오타니가 야구장 안팎에서 ‘완벽한 모범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 것과 달리 PCA는 악동에 가깝다. 온 몸을 던지는 허슬 플레이에다 다혈질이다. 지난 5월에는 자신을 향해 욕을 한 상대 팀 팬에게 더 심한 욕을 했다가 공식 사과하고 벌금을 냈다. 그래도 야구 실력은 리그 최고 수준으로, 시카고 컵스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중이다.
야구 실력의 기본은 재능에 더한 노력이 분명하고, PCA도 데뷔 후 매년 자신의 약점을 채우며 성적을 높였다. 야구든 다른 일이든 성공의 기본 공식은, 꾸준한 노력과 집중력이다. 우리의 주의력을 흔드는 수만 가지 유혹을 고려하면 집중력은 점점 더 중요해지는 가치다. 시속 150㎞가 넘는 공과 싸워야 하는 야구는 집중력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PCA는 조금 다르다. PCA는 시즌 전 유튜브 팟캐스트에 나와서 “경기 중에도 자주 딴짓을 한다”고 털어놓았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 상황, 이를테면 주자가 없는 때라면 PCA는 “투구와 투구 사이, 긴장을 풀고 하늘의 구름을 보거나 관중석을 쳐다보며 어떤 사람들이 와 있는지 찾아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악동 같은 엉뚱한 짓이 아니라, 이런 딴짓이 중요한 순간은 집중력을 오히려 높이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경기가 펼쳐지는 3시간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고, 오히려 일관성을 떨어뜨린다. 함께 출연한 베테랑 NBA 선수 캠 존슨은 “만약 경기 내내 집중한다면 몇주 안에 번아웃이 올 것”이라며 맞장구 쳤다.
스포츠 심리학자 저스틴 앤더슨은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 인터뷰에서 “PCA의 전략은 훌륭하다”면서 “집중력을 유지하려면 우리 뇌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잠깐의 딴짓은 오히려 이 능력을 더 빨리 재충전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진짜 집중력은 2~3시간씩 힘을 쏟아부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중간중간 긴장을 풀고 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심리학 연구들에 따르면 집중력 충전에 도움이 되는 ‘느슨한 집중’ 상태는 수평선, 하늘, 구름 등 자연을 볼 때 가장 잘 유도된다. 골프선수 콜린 모리카와는 지난 2월 AT&T 페블비치 프로암 우승 비결로 18번홀 2번째 샷 대기시간 20분 동안 “태평양을 바라본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오타니보다 야구를 잘하려면 쉬지 말고 끝없이 노력하고 집중할 게 아니라 잠깐씩 딴짓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공부도, 일도 다르지 않다. 성공을 위해 ‘올인’하고 총력전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가끔 한 걸음 물러나서 하늘과 구름을 보는 게 낫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지독한 경쟁에 내몰리며 집중력을 강요당하지만 삐끗하면 낭떠러지라는 공포 속에서 삶은 지속되기 어렵다. 존슨의 말처럼 ‘집중 또 집중’은 사회적 번아웃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사회적 ‘딴짓’이 허락돼야 하지 않을까. 청년 수당 등의 제도화는 ‘딴짓’을 통한 충전의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이용균 영상·콘텐츠랩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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