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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균의 초속 11.2㎞]부캉이와 늑구, 수달…야구는 왜 동물에 집착할까

“그나저나, 부캉이는 언제 돌아간대요? 얼른 보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이용균의 초속 11.2㎞]부캉이와 늑구, 수달…야구는 왜 동물에 집착할까

KT 이강철 감독이 뜬금없이 물었다.

“그나저나, 부캉이는 언제 돌아간대요? 얼른 보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얼른 1위를 확정 짓고 싶은 KT로서는 오는 3~5일 수원에서 열리는 롯데와의 3연전 결과가 중요하다. ‘부캉이’는 부산에 연고를 둔 롯데 자이언츠의 승리 ‘토템’이다.

올시즌 가을야구가 멀어진 롯데는 부캉이가 등장한 지난 18일 이후 6연승을 달렸다. 지난 29일까지 8경기 승률이 7승1패다. 아예 팀 이름을 ‘롯데 샤크스’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공공연하다.

올해 초, 대전 동물원에서 늑대 ‘늑구’가 탈출했을 때도 비슷했는데 결과는 반대였다. 대전 연고의 한화는 늑구가 탈출한 지난 4월8일 경기에서 이긴 뒤 내리 6연패를 당했다. 늑구가 돌아온 다음날인 18일 경기에서 류현진의 호투 속에 연패를 끊었다.

‘부캉이’ 등장 뒤 롯데 8경기 7승1패

KIA 박재현 수달 목격 뒤 타율 ‘쑥’

야구의 ‘승리 토템’, 통제 불능 때문

통제 불능 기후변화, 고민 필요할 때

KIA도 얼마 전 ‘수달 논쟁’이 벌어졌다. 광주일고 출신 김도영이 “광주천에 수달 산다”고 했고, 인천고 출신 박재현이 “광주천에 무슨 수달이 사냐”고 답한 게 시작이었다. 결국 지난 8월7일 저녁 광주천 수달 탐사에 나섰고, 박재현이 실제로 인스타그램 ‘라방’을 켜고 “수달 진짜 있다”고 인증하며 논쟁이 마무리됐다. 팬들은 박재현의 외모가 수달처럼 귀엽다며 김도영과 묶어 ‘수달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광주천 수달 역시 ‘토템’이 됐다. KIA는 지난 8월7일 이후 33경기에서 20승13패를 기록했다. 김도영은 타율 0.372에 OPS가 1.233이나 된다. 더 놀라운 건 박재현의 성적. 6월 한 달 타율이 0.222에 그칠 정도로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던 박재현은 수달 목격 이후 26경기에서 타율 0.347에 OPS 0.972를 기록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메이저리그에도 동물 승패 ‘토템’들이 수두룩하다. 시카고 컵스의 우승을 108년이나 막았던 ‘염소의 저주’는 너무 유명하다.

2011년 세인트루이스는 필라델피아와의 디비전시리즈 4차전 5회말 도중 다람쥐 한 마리가 홈플레이트 앞을 지나는 일이 벌어졌다. ‘행운의 상징’이 됐고, 월드시리즈를 우승한 세인트루이스는 우승 반지 안에 다람쥐 모양을 작게 새겨 넣었다. 2002년 LA 에인절스 역시 7회말 원숭이 영상을 띄우면서 외치는 ‘랠리 몽키’ 응원이 승리 부적으로 자리 잡으며 창단 첫 우승을 따냈다.

탬파베이 레이스는 2008년 구단의 역사가 바뀌는 선택을 했다. 1999년 창단한 탬파베이는 지역 명물인 데블레이스(쥐가오리)를 팀 이름으로 삼았는데, 10시즌 동안 거의 꼴찌만 했다. 2007년 시즌이 끝난 뒤 팀 이름에서 ‘데블’을 빼고 레이스만 남겼다.

이후 탬파베이는 강팀이 됐다. 가을야구에 8번 올랐고, 2번은 월드시리즈에도 진출했다. 올시즌에도 지구 우승을 확정했다.

그러고 보니 프로야구팀 이름 상당수가 동물에서 따왔다. 상대를 압박하는 맹수이거나 지역을 상징하는 명물들이다. 미신이나 주술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거꾸로 야구라는 종목이 가진 불확실성을 대변하는 스토리텔링이다. 시간제 경기가 아닌 야구는 요기 베라의 말대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경기이고, 기도와 기원이 공 하나하나에 모이는 종목이다.

부캉이와 늑구, 수달에 쏠리는 야구장 안팎의 관심은 어쩌면 우리 사회 전체가 야구처럼 불안과 통제 불능의 위기감을 느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AI가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금리와 물가 역시 예측이 불가능하다. 그중에서도 기후변화는 가장 거대하고 실체적인 위협이다.

부캉이가 수로로 길을 잃고 들어온 것도, 올시즌 한국 야구 역사상 최초로 ‘폭염 브레이크’가 벌어진 것도 모두 망가진 생태계의 비명이다. 야구 역시 ‘봄’에 시작해 ‘가을’에 끝나는 계절 스포츠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야구의 낭만적 서사는 부캉이와 늑구, 수달을 통해 강화되지만 거꾸로 기후와 생태계의 불안을 증명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예측 불가 폭염을, 게릴라성 폭우를 피하고자 돔구장을 고민할 게 아니라 기후 위기를 헤쳐나갈 현실적 대책이 우선이다.

이용균 영상·콘텐츠랩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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