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용 뉴타운에 들어선 자동차 매장
김정은 방문했는데 가림막 씌워
핵·미사일 올인 하느라 산업 망가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딸 주애와 함께 평양 미산자동차기술봉사소를 찾았다. 그의 뒤로 차단막이 씌워진 자동차가 늘어선 모습이 보인다. [사진=조선중앙통신]
【뉴스퀘스트=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지난 1일 평양의 ‘자동차기술봉사소’를 찾았다. 우리의 뉴타운 격인 화성지구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들어선 상업·편의 시설을 방문하는 기회에 차량서비스센터를 찾은 것이다.
본래 북한은 개인의 자동차 소유를 금지해왔다. 이 때문에 일부 특권층이나 부유한 집안의 경우 자가용을 공장이나 기관·기업소에 등록해 쓰는 편법을 동원해야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빗장이 풀린 것으로 대북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실제로 방북 인사들이 촬영해온 영상에는 노란색 번호판을 단 개인 차량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 모습이다.
우리의 경우 노란색 번호판이 택시 등 영업용인데 반해 북한은 이 색깔이 부와 특별계층을 상징하는 자가용을 의미하는 컬러로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게 되다보니 차량의 판매는 물론 관련 정비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봉사소가 필요해졌다. 김정은의 방문도 이곳의 운영 실태를 살펴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딸 주애와 주요 간부들을 데리고 봉사소 곳곳을 둘러봤다. 그런데 북한이 공개한 영상에는 이상한 대목이 드러났다.
이곳에 전시된 차량이 모두 은색 비닐 차단막에 씌워진 채 줄지어 있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최고지도자의 방문에 맞춰 차량을 깨끗하게 광택도 내고 최대한 멋진 모습으로 보여주려 애쓸 법 한데 오히려 감추려는 듯 모두 가려놓은 것이다.
이는 제대로 된 자동차 브랜드 하나 없는 실정을 노출하지 않기 위한 고육책으로 분석된다. 김정은이 방문한 곳에 중국산 승용차만 즐비하게 놓여있는 사진이나 영상이 공개되면 이런저런 구설에 오를 게 뻔하다보니 이런 장면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자체적인 자동차 생산라인이 없는 북한은 주로 중국산이 승용차나 트럭을 수입해 제한적으로 사용해왔다. 농업용 트랙터를 생산하는 ‘금성뜨락또르공장’이나 열차를 만드는 ‘김종태전기관차연합기업소’가 있다고 선전하지만 변변치 않은 건 세상이 다 알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의 60분의 1 수준이고, 우리 네이버나 삼성물산 시가총액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토목이나 건설·건축에 필수적인 중장비의 경우는 주로 중국 시장에서 중고를 수입한다는 게 대북정보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한국의 두산중공업 등에서 만든 중장비의 경우 가격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얘기다.
과거 북한의 함남 신포에 한·미·일이 주축이 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짓던 경수로 사업이 중단되자 중장비와 트럭·차량은 물론 철근과 시멘트 등을 두고 왔는데, 북한은 이를 모두 빼돌려 사용하는 정황이 드러났다. 북한의 건설 현장이나 수해 복구 과정에서 우리 중장비가 동원된 사실이 드러나자 북한TV는 이 부분을 모자이크 처리하기도 했다.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의 출퇴근용으로 제공한 수 백대의 우리 버스도 북한이 시내버스 등으로 사용하는 게 조선중앙TV 영상에서 포착된 적도 있다.
자신이 방문한 자동차봉사소에 흉물처럼 널부러진 차단막을 보면서 김정은은 착잡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할아버지인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을 향해 “좀 폼나는 회사를 물려주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부실기업을 떠넘겨 내가 이런 고생을 하고 있다”며 속으로 푸념을 했을 수도 있다.
이영종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
핵과 미사일 개발에 올인하고, 청년 영재들을 동원해 국제 전산망 해킹이나 코인 거래소 탈취 등 국가범죄를 저지르는 김정은 정권에게 미래는 없다. 핵이 체제를 지켜줄 수 있다면 수 만개 핵을 가진 소련이 해체되는 일은 없었을 테니 말이다.
비핵화를 통해 개혁·개방의 길로 나서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설 수 있는 방도가 열려있지만 김정은으로선 택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너무 멀리, 그리고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걸어온 때문이다.
<세상을 보는 바른 눈 '뉴스퀘스트'>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