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규칙·노사협의회 변화 예고
이재용 회장 향해 직접 대화 촉구
1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의 첫 과반수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자대표 지위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 창사 이후 처음으로 과반수 노조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노조 측 설명대로라면 지난해 9월 6000명 수준이던 조합원은 약 7개월 만에 7만5000명 규모로 불어났다.
다음 달 예정된 총파업의 파장에도 이목이 쏠린다. 총파업 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노조는 정당한 보상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삼성전자의 변화를 원하는 직원들의 절실한 목소리가 하나로 모인 결과"라며 "이번주 수요일 고용노동부의 정당한 확인 절차를 거쳐 법적 근로자대표 지위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번 과반 확보를 계기로 기존 노사협의회 체제에도 손을 대겠다는 입장이다. 최 위원장은 "이제 더 이상 회사가 일방적으로 운영해온 노사협의회가 근로자를 대표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오직 초기업 노동조합만이 12만8000명의 삼성전자 직원을 대표한다"고 주장했다.
■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막겠다"
노조가 가장 먼저 내세운 과제는 취업규칙 변경 문제다. 최 위원장은 "'깜깜이 진급', '깜깜이 임금'으로 대표되던 신인사제도와 같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막겠다"고 밝혔다.
희망퇴직과 강제 전배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근로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중대 사안은 반드시 노조와 합의를 거치도록 제도화하겠다"고 말했다. 과반노조 지위를 앞세워 인사와 보상, 고용 문제 전반에서 교섭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노사협의회 재편도 핵심 의제로 제시됐다. 최 위원장은 "사측에 붙어서 행동하는 노사협의회 문화를 타파하겠다"며 "조합원들의 편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하고 실질적인 복지와 문화 개선을 이끄는 새로운 노사협의회를 정립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사옥. [사진=연합뉴스]
■ "과반의 힘으로 처우 개선 이끌 것"
최 위원장은 "과반의 힘은 곧 교섭의 힘"이라며 "숫자로 증명된 정당성을 바탕으로 조합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처우 개선과 권익 향상을 쟁취해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반수 노조 달성은 종착역이 아닌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라며 "무노조 경영을 하던 삼성전자에 드디어 제대로 직원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노조는 유니온샵 도입을 다음 목표로 내걸었다. 최 위원장은 "삼성전자에 입사하는 모든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노동조합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유니온샵 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 이재용 회장 "직접 나와 대화하라"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향한 공개 요구도 나왔다. 최 위원장은 "과거 이재용 회장은 무노조 경영 폐기를 약속하며 대국민 사과를 했으나 그 이후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의 파행적인 노사관계에 대한 책임은 이재용 회장님에게도 분명 있다"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노동조합과 대화의 자리에 나선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노사관계 정립을 위해 이재용 회장이 직접 밖으로 나와 우리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마지막 한 명의 동료가 함께하는 그날까지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오늘경제 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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