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앞둔 주총 관전 포인트 셋
①이사 임기 변경해 퇴임 시점 분산, 왜
②이사진 규모 줄줄이 줄이는 이유는
③감사위원 늘리고 새로 뽑는 의도 뭔가2025년 3월 19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장에서 주주들이 입장하기 위해 주주 확인을 하고 있다. 뉴스1
소수 주주들의 권익을 강화하는 개정 상법의 하반기(7, 9월) 시행 전 마지막 정기 주주총회가 다음 주 본격화한다. 표면적으론 기업들이 개정 상법 취지를 따르는 듯하지만, 뜯어보면 최대주주를 위한 방어막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안건이 줄줄이 상정됐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SDS 등은 정관에서 이사 임기를 변경하는 안건을 18일 열릴 주총에 상정한다. 임기를 '3년으로 한다'에서 '3년을 초과하지 못한다'로 바꾸는 것이다. 삼성SDS 관계자는 "이사 임기 다변화가 목적"이라며 "임기를 1~3년으로 변경해 퇴임 시점을 분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사별 임기를 달리하는 '시차 임기제'로 한 주총에서 뽑는 이사 수를 최소화하려는 걸로 보인다.
이는 상법 개정으로 9월 10일부터 의무가 된 '집중투표제'에 대비하는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2명 넘게 선임할 때 이사 수만큼 투표권을 부여하고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소수 주주들이 연대해 자신들을 대변할 이사를 뽑아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위주로 구성된 이사회 독주를 견제할 수 있다.
하지만 이사 퇴임 시점을 달리 두면 주총에서 이사 1, 2명만 선임할 때가 있어 집중투표제를 무력화할 길이 열린다. 재계는 상법 개정 과정에서 행동주의 펀드 등이 경영권을 침해할 거란 이유로 집중투표제를 반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개정 법령대로 정관을 통일하는 것일 뿐 이사 임기를 줄이려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상장사들은 대거 이사회 규모 축소도 시도하고 있다. 카카오는 26일 주총에서 이사회 정원을 11명에서 7명으로 줄이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사업 전략상 효율을 강화하는 이사회 정예화 취지라는 것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정원은 줄지만 독립(사외)이사 비중은 높여 이사회 독립성이 강화된다"고 했다.
이 역시 집중투표제 효과를 희석시키려는 시도라고 경제개혁연대 등은 지적한다. 선임할 이사 수가 많아야 소수 주주의 투표권이 늘어 특정 후보 선출에 필요한 '커트라인'이 내려간다. 반대로 이사 수가 줄면 소수 주주가 불리해진다. ㈜효성(16→9명), HS효성(16→7명), 셀트리온(15→9명), 한화갤러리아(13→7명), LS일렉트릭(9→5명), 오뚜기(9→7명) 등도 이사진 줄이기에 나섰다.
기업을 분석하는 CXO연구소의 오일선 소장은 "이사 수를 줄이는 건 대주주 측이 이사진 관리를 용이하게 하려는 측면이 있다"며 "기업으로선 자구책이지만, 개정 상법 취지를 감안하면 꼼수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리가 없으면 소액 주주들이 추천을 하더라도 뽑힐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지적에 경영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고 기업들은 항변한다. 셀트리온과 효성그룹 관계자는 "사업 구조를 반영해 이사회 구조를 효율화하려는 것으로, 이사 수가 줄어도 (시총) 규모가 비슷한 다른 기업과 비교해 적지 않다"고 했다.
그래픽=박종범 기자
선제적으로 우호 인사들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잇따른다. 한화그룹 전 계열사는 이사 임기를 '2년 이내'에서 '3년 또는 3년 이내'로 늘리는 안건을 올렸다. 이 결정의 이면에는 개정 상법 효력을 늦추려는 방어 태세를 갖추는 게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개정 법안 시행 전에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의 증원과 2인 이상 신규 위원 선임 시도도 적지 않다. 한화오션은 주총에서 감사위원 2명 신규 선임을 의결해 감사위원회 총원을 3인에서 4인으로 늘린다. 이사 후보들과 분리해 선출하는 감사위원이 9월 10일부터 1인에서 2명으로 확대되자, 선제적으로 최대주주 측에 우호적인 감사위원 확보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분리 선출하면 최대주주 진영의 의결권이 합계 3%로 제한돼 영향력이 약해진다. SK그룹의 바이오 계열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도 감사위원회 구성원을 3인에서 4인으로 확대한다.
전문가들은 개정 법령 테두리 안에서 기업들이 자구책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지만, 장기적으로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인 주주 중심 경영 방향에 맞춰 능동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김우찬 교수는 "전반적으로 개정 상법 영향력을 약화하려는 기업들의 대응인 정관 개정은 주주가 결정하는 것이라, 주주가 동의를 안 해줘야 한다"며 "특히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자가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주주 권익을 보장하는 미국 기업 거버넌스처럼 개선되려면 정부가 모니터링을 해서 이사회 전반의 구성이나 역할이 왜곡되지 않게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①이사 임기 변경해 퇴임 시점 분산, 왜
②이사진 규모 줄줄이 줄이는 이유는
③감사위원 늘리고 새로 뽑는 의도 뭔가2025년 3월 19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장에서 주주들이 입장하기 위해 주주 확인을 하고 있다. 뉴스1
소수 주주들의 권익을 강화하는 개정 상법의 하반기(7, 9월) 시행 전 마지막 정기 주주총회가 다음 주 본격화한다. 표면적으론 기업들이 개정 상법 취지를 따르는 듯하지만, 뜯어보면 최대주주를 위한 방어막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안건이 줄줄이 상정됐다.
①집중투표제 무력화 vs 개정 법 취지 따를 뿐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SDS 등은 정관에서 이사 임기를 변경하는 안건을 18일 열릴 주총에 상정한다. 임기를 '3년으로 한다'에서 '3년을 초과하지 못한다'로 바꾸는 것이다. 삼성SDS 관계자는 "이사 임기 다변화가 목적"이라며 "임기를 1~3년으로 변경해 퇴임 시점을 분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사별 임기를 달리하는 '시차 임기제'로 한 주총에서 뽑는 이사 수를 최소화하려는 걸로 보인다.
이는 상법 개정으로 9월 10일부터 의무가 된 '집중투표제'에 대비하는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2명 넘게 선임할 때 이사 수만큼 투표권을 부여하고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소수 주주들이 연대해 자신들을 대변할 이사를 뽑아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위주로 구성된 이사회 독주를 견제할 수 있다.
하지만 이사 퇴임 시점을 달리 두면 주총에서 이사 1, 2명만 선임할 때가 있어 집중투표제를 무력화할 길이 열린다. 재계는 상법 개정 과정에서 행동주의 펀드 등이 경영권을 침해할 거란 이유로 집중투표제를 반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개정 법령대로 정관을 통일하는 것일 뿐 이사 임기를 줄이려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②소수 주주 불리한 구도 vs 이사회 구조 효율화
상장사들은 대거 이사회 규모 축소도 시도하고 있다. 카카오는 26일 주총에서 이사회 정원을 11명에서 7명으로 줄이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사업 전략상 효율을 강화하는 이사회 정예화 취지라는 것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정원은 줄지만 독립(사외)이사 비중은 높여 이사회 독립성이 강화된다"고 했다.
이 역시 집중투표제 효과를 희석시키려는 시도라고 경제개혁연대 등은 지적한다. 선임할 이사 수가 많아야 소수 주주의 투표권이 늘어 특정 후보 선출에 필요한 '커트라인'이 내려간다. 반대로 이사 수가 줄면 소수 주주가 불리해진다. ㈜효성(16→9명), HS효성(16→7명), 셀트리온(15→9명), 한화갤러리아(13→7명), LS일렉트릭(9→5명), 오뚜기(9→7명) 등도 이사진 줄이기에 나섰다.
기업을 분석하는 CXO연구소의 오일선 소장은 "이사 수를 줄이는 건 대주주 측이 이사진 관리를 용이하게 하려는 측면이 있다"며 "기업으로선 자구책이지만, 개정 상법 취지를 감안하면 꼼수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리가 없으면 소액 주주들이 추천을 하더라도 뽑힐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지적에 경영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고 기업들은 항변한다. 셀트리온과 효성그룹 관계자는 "사업 구조를 반영해 이사회 구조를 효율화하려는 것으로, 이사 수가 줄어도 (시총) 규모가 비슷한 다른 기업과 비교해 적지 않다"고 했다.
그래픽=박종범 기자
③최대주주 우호 인사 확대 시도... "결정권은 주주에게"
선제적으로 우호 인사들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잇따른다. 한화그룹 전 계열사는 이사 임기를 '2년 이내'에서 '3년 또는 3년 이내'로 늘리는 안건을 올렸다. 이 결정의 이면에는 개정 상법 효력을 늦추려는 방어 태세를 갖추는 게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개정 법안 시행 전에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의 증원과 2인 이상 신규 위원 선임 시도도 적지 않다. 한화오션은 주총에서 감사위원 2명 신규 선임을 의결해 감사위원회 총원을 3인에서 4인으로 늘린다. 이사 후보들과 분리해 선출하는 감사위원이 9월 10일부터 1인에서 2명으로 확대되자, 선제적으로 최대주주 측에 우호적인 감사위원 확보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분리 선출하면 최대주주 진영의 의결권이 합계 3%로 제한돼 영향력이 약해진다. SK그룹의 바이오 계열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도 감사위원회 구성원을 3인에서 4인으로 확대한다.
전문가들은 개정 법령 테두리 안에서 기업들이 자구책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지만, 장기적으로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인 주주 중심 경영 방향에 맞춰 능동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김우찬 교수는 "전반적으로 개정 상법 영향력을 약화하려는 기업들의 대응인 정관 개정은 주주가 결정하는 것이라, 주주가 동의를 안 해줘야 한다"며 "특히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자가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주주 권익을 보장하는 미국 기업 거버넌스처럼 개선되려면 정부가 모니터링을 해서 이사회 전반의 구성이나 역할이 왜곡되지 않게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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