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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란사태와 사모대출 불안까지...“예보법 정비, 지금이 적기”

카카오·네이버페이와 같은 선불충전금을 예보 보호 대상에 포함할지를 두고도 다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예보는 선불충전금을 예보법 대상에 포함할지를 두고 검토 작업을 벌였지만 구체적인 정책으로...

이란사태와 사모대출 불안까지...“예보법 정비, 지금이 적기”

금융시장 건전성 우려 커지는데

금융안정계정 도입 등 국회 공회전

보험·핀테크 등 상품 보호도 같이 봐야

예금보험공사의 금융안정계정 도입이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과 월가의 사모대출 환매 제한 사태로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어 정치권이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최근의 금융 불안을 계기로 30년 넘은 예금자보호법의 체계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해석도 함께 나온다.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여당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만나 선제 처리를 요청한 12개 법안에 금융안정계정 도입을 뼈대로 한 예보법 개정이 빠졌다. 실제 31일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예보법이 처리될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우선순위에 있는 안건이 많다”고 설명했다. 금융안정계정은 예보가 선제적으로 금융사에 자금을 지원해 부실 확산을 막는 제도를 뜻한다.

금융안정계정 도입 논의는 레고랜드 사태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예금 인출 사태를 계기로 2022~2023년 본격화됐다. 부실 금융사를 즉시 정리할 수 있는 신속정리제도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금융 당국은 2023년경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과 같은 비상 사태 때 예금을 전액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안 역시 들여다봤다.

문제는 이들 사안이 예보법을 정비해야 가능한 정책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예보법 정비는 다른 금융정책 안건에 밀려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25일 “정부나 여당 모두 증시 육성 관련 법안이나 포용 금융 관련 입법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며 “예보법처럼 비상시에나 중요한 법률은 논의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당장 예금전액보호제도 도입 논의는 발도 제대로 떼지 못한 상태다. 신속정리제도 역시 입법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국회에 발의된 금융안정계정 도입안(예보법 개정안)은 3년 넘게 계류 중이다. 최근 국회 측에서는 금융위원회에 금융안정계정 도입안과 관련해 수정 대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의 수정 대안을 봐야 법안 통과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계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을 계기로 예보법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금융시장의 마지막 ‘방어 둑’을 보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 금융기관의 건전성 지표는 좋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월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56%로, 같은 달 기준으로 2017년(0.57%)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특히 미국의 사모대출 펀드 부실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최근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와 아레스매니지먼트를 비롯해 모건스탠리·클리프워터·블랙록 등 월가 주요 금융사들이 투자자들의 사모대출 펀드 환매 요청을 잇달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사모대출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며 “이란 사태까지 장기화하면 건전성 우려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번 기회에 예보법이 금융산업 변화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도 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예보법이 도입된 지가 30년이 넘어가는데 그사이 은행·보험·자본시장 환경이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면서 “그러나 예보법은 이를 잘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이 대표적이다. 현재 예보법에서는 해약환급금과 사고보험금 등을 1억 원까지 보호해주고 있다. 그러나 보험의 경우 일반 예금과 달리 금액보다도 보험계약 자체를 보장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만약 보험사가 파산하면 보험계약 자체가 크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MG손해보험(현 예별손해보험) 구조조정 때처럼 가교보험사와 계약 이전을 연계한 보험계약 보호 방안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금융계 관계자는 “MG손보 사태 때는 가교보험사를 통한 계약 이전으로 구조조정 방식이 마무리됐던 만큼 보험계약자 보호가 가능했다”면서도 “현행법으로 이 같은 방식을 온전히 보장해주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을 예보 제도에 포섭할지와 관련해서도 제대로 된 논의가 필요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카카오·네이버페이와 같은 선불충전금을 예보 보호 대상에 포함할지를 두고도 다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예보는 선불충전금을 예보법 대상에 포함할지를 두고 검토 작업을 벌였지만 구체적인 정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현재 투자자 예탁금만 보호 대상으로 두고 있는 금융투자 업권에 대해서도 보호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불완전판매 보상도 통상적인 금융 안정 기능에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적지 않다”며 “투자자 보호 기금과 같은 장치를 예보 제도에 포섭하는 안도 고민해볼 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보와 금감원 사이의 정보 공유와 공동 검사가 강화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예보가 사전에 금융사의 부실 징후를 파악해 움직일 수 있어야 자금 투입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예보와 금감원 모두 거시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중요한 기관”이라며 “전통적으로 두 기관 간의 칸막이가 컸는데 이를 해소하면 거시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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