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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은행·보험 규제 풀어 ‘잠자는 돈 99조’ 돌게 한다…투자 실패 책임은...

도로·항만 등 공공서비스 목적의 전통적인 인프라에 적용했던 ‘인프라 특례’ 범위에 신재생에너지·인공지능(AI) 기반시설 등 비전통적 인프라까지 포함해 위험계수 20%를 적용한다. 반면 보험권의 주택담보대출 관련...

은행·보험 규제 풀어 ‘잠자는 돈 99조’ 돌게 한다…투자 실패 책임은...

은행·보험 자본규제 완화…98조7000억원 자금 공급 물꼬

수익성·건전성 사이 고심…금융권 “부실 자산 부메랑 우려”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5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보험업계 자본규제를 완화해 민간 자금이 생산적 분야 투자로 확대되고 중동 피해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적 추경’ 역할을 하도록 독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제5차 생산적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은행·보험업권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은 금융권이 손실 사고 이후 쌓아둔 자금을 풀기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그동안 은행들은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손실액을 10년 동안 리스크로 반영해야 했다. 그런데 재발 가능성이 낮은 사고였고 이를 운영리스크로 3년 이상 인식했다면 산출에서 배제해주기로 했다.

은행이 리스크를 고려해 손실액을 반영하면 이는 보통주자본(CET1) 비율 하락으로 이어져 대출 여력을 위축시키는 원인이 된다. 재발할지 모를 사고에 자금을 쌓아두기 때문에 그만큼 대출로 나갈 수 있는 돈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충분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 요건을 갖춰 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의 경우 손실 사건을 3년 이상 인식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상에서 제외된다.

보험권에 대해선 위험액 산정 방식을 합리화하기로 했다.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프로그램 투자 시 위험계수를 20% 이하로 낮춰준다. 그동안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면 투자금의 49%를 위험액으로 잡아야 했는데, 그 비중을 낮춰주면서 더 많은 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장기보유 특례(위험계수 20%) 적용 대상에 비상장주식·펀드를 포함해 정책프로그램에 10년 이상 투자계획을 수립하면 특례가 적용되도록 했다. 적격 벤처투자에 대한 위험계수도 49%에서 상장주식 수준인 35%로 낮춘다. 도로·항만 등 공공서비스 목적의 전통적인 인프라에 적용했던 ‘인프라 특례’ 범위에 신재생에너지·인공지능(AI) 기반시설 등 비전통적 인프라까지 포함해 위험계수 20%를 적용한다.

반면 보험권의 주택담보대출 관련 자본 적립 기준은 강화하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60∼80% 구간의 주담대 위험계수를 은행권 수준에 맞춰 기존 3.5%에서 4.0%로 상향 조정한다. 금융당국은 제도 개선을 통해 은행권 74조5000억원, 보험권 24조2000억원 등 총 98조7000억원의 추가 자금 공급 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번 조치는 일종의 정책 추경 조치”라며 “추가 자금 공급 여력이 위기 극복과 우리 경제 재도약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적립돼 있던 잠자는 돈을 꺼내서 경제의 혈맥에 수혈하라”는 정책적 신호로 받아들이면서도 기업 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실제로 돈을 빌려줘도 되는 안정적인 기업인지 빠르게 판별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자칫 자금을 빌린 기업이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고 은행 손실이 커지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은행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국민성장펀드 같은 정책 펀드에 민간에서 자금을 넣을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은행에서는 수익성과 건전성을 모두 챙겨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은행이 시스템을 갖춰 우량한 기업을 골라내고 대출을 확대하면 경제를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하겠지만,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정부 가이드라인만 따르다 보면 나중에 ‘부실 자산’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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