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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은행권, '생산적 금융' 확대에 부담도 커져...'대출 선별력'에 달렸다

우리금융도 5000억원 규모의 '지역발전 인프라펀드'를 조성해 태양광과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으며, 하나금융 역시 AI 데이터센터와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에 투자하는 인프라 펀드를 운용...

은행권, '생산적 금융' 확대에 부담도 커져...'대출 선별력'에 달렸다

5대 금융, 2030년까지 508조 공급 계획…기업금융 확대 속도

신용평가 모델 개편·인프라 펀드 조성…산업 투자 확대

기업대출 연체율 상승 부담…선별 능력 중요성 커져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은행권이 생산적 금융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전담 조직 신설과 신용평가 체계 개편, 전략 펀드 조성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금융 확대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다만 기업대출 확대와 함께 연체율 상승과 한계기업 지원 논란 등 건전성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면서 생산적 금융의 성패는 '대출 선별 능력'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들은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 조직과 제도를 잇따라 정비하고 있다. 생산적 금융은 담보 중심의 가계대출이나 부동산 금융에서 벗어나 첨단 산업과 중소기업, 벤처기업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분야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통해 실물경제 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정책 취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5대 금융그룹, 생산적 금융 확대에 경쟁 가속화

5대 금융그룹도 생산적 금융 확대 목표를 잇달아 제시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110조원 규모의 생산적·포용 금융 공급 계획을 내놨고 NH농협금융은 108조원, 하나금융은 100조원, 우리금융은 80조원을 제시했다. 이를 합치면 2030년까지 약 508조원 규모의 자금이 생산적 금융 분야에 공급될 전망이다.

은행권은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 기업 평가 방식부터 바꾸고 있다. KB국민은행은 기업의 미래 가치와 성장 잠재력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전략모델 개발을 추진 중이다. 기존 재무제표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특허, 연구개발(R&D), 고용 정보, 금융 거래 데이터 등 다양한 대안 정보를 함께 분석해 기업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재무지표가 부족하더라도 기술력과 사업성을 갖춘 중소기업에 금융 지원을 확대하려는 취지다.

신한금융도 유사한 방향의 평가체계 개편에 나섰다. 신한금융은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기업을 보다 정교하게 평가하기 위한 ‘기업 성장성 신용평가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금융권의 신용평가 방식이 재무 실적 등 과거 성과 중심으로 설계돼 혁신기업이나 신산업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웠다는 판단에서다.

농협은행 역시 기업 신용평가 체계를 손질했다. 농협은행은 최근 기업 비재무 신용평가 체계인 ‘벤치마크모형’을 전면 개편했다. 매출·매입 거래 정보와 고용 정보, 공시 자료, 외부 평가 정보 등 다양한 대안 데이터를 반영해 기업의 사업 경쟁력과 성장성을 보다 정교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투자 방식의 생산적 금융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KB금융은 약 1조원 규모의 ‘KB국민성장인프라펀드’를 조성해 해상풍력 등 국가 전략 인프라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우리금융도 5000억원 규모의 ‘지역발전 인프라펀드’를 조성해 태양광과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으며, 하나금융 역시 AI 데이터센터와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에 투자하는 인프라 펀드를 운용 중이다. 금융권 자금이 부동산 담보대출 중심에서 산업과 인프라 투자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늘어나는 기업대출 부담, 어떻게 옥석가리나

다만 생산적 금융 확대가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대출이 늘어날수록 은행의 자산 건전성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 기업대출 연체율은 0.59%로 1년 전보다 0.09%p 상승했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72%, 중소법인 대출 연체율은 0.78%로 각각 높아졌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담보 의존 관행이 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4대 시중은행의 기업 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377조 4300억원으로 전년보다 4% 이상 증가했다. 정부는 담보 대신 기업의 기술력과 현금흐름, 성장 가능성을 반영한 비담보 대출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사업성 평가 대출이 늘어날수록 부실 위험과 자본 규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생산적 금융 확대 과정에서 자금이 성장성이 낮은 기업까지 흘러 들어갈 경우 '한계기업 연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한 은행의 선별 능력 및 인센티브 구조' 보고서에서 생산적 금융 전환의 핵심은 단순히 위험을 더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정확히 가려내는 은행의 ‘선별 능력(screening)’이라고 강조했다.

담보 중심 대출에서는 담보 가치 분석이 중요했지만 생산적 금융 환경에서는 기업의 사업성과 기술력, 산업 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심사 역량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설명이다.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산적 금융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은행이 우량 대출처를 구별할 수 있는 선별 능력이 중요한데,정교한 선별에는 비용이 따른다"며 "대출담당자가 선별 작업에 적절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이들의 성과 기반 인센티브 구조가 충분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생산적 금융의 성공 여부는 단순히 위험을 더 감수하느냐가 아니라 감수할 만한 위험인지 가려내는 능력에 달려 있다"며 "은행의 선별 기능이 적절히 작동한다면 부적절한 대출 신청자는 배제되고 생산성이 높거나 발전 가능성이 큰 차주에 자금이 지원되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확대 방향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얼마나 정확하게 평가하느냐”라며 “자금 공급 규모보다 우량 기업을 선별하는 능력과 리스크 관리 체계가 정책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솔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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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솔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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