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희 소설가 “역사를 아는 일은 나를 아는 일이다”
장편 역사소설 ‘히로시마의 불꽃이 된…’ 펴내
구한말 왕실, 이우 왕자 등 매개
식민지 조선의 치열한 저항 그려
2026년 09월 29일(화) 20:45
장편 역사소설 ‘히로시마의 불꽃이 된 조선의 왕자, 이우’를 펴낸 은미희 작가. <은미희 작가 제공>
“역사 관련 소설을 쓸 때 작가는 왜 쓰는지 먼저 자신에게 질문을 합니다. 왜 지금 시점에서 이 작품을 쓰는가, 왜 과거를 불러 소설로 형상화하는가를 자문하게 되지요.”
작가라면 한번쯤 역사 소설에 도전하고 싶은 열망이 있다. 그러나 조심스러운 영역이기도 하다. 사실과 허구를 어떻게 잘 직조하느냐에 따라 작품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지나치게 역사를 강조하다 보면 소설적 재미가 떨어지고, 팩트에 근거하지 않는 허구를 지나치게 확장하다가는 자칫 왜곡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최근 목포 출신 은미희 작가가 장편 역사소설 ‘히로시마의 불꽃이 된 조선의 왕자, 이우’(잉걸북스)를 펴냈다.
은 작가는 29일 통화에서 “역사를 아는 일은 나를 아는 일이기도 하다”며 “우리의 삶은 결코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소설을 창작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100년 전 무력했던 구한말 왕실 상황과 거울처럼 보이는 부분들이 있었다”며 “소설을 통해 부조리하고 불의한 면들을 고발하는 한편 작가적 관점에서 한번 짚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장편은 일제강점기 조선 황실의 운명과 한 인간의 치열한 내적 저항을 밀도 있게 그린 역사소설이다. 대한제국 황족 이우를 중심으로 격랑의 시대 속 정체성과 사랑, 저항 등을 문학적으로 풀어냈다.
“이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라는 물음에 은 작가는 “일본은 대한제국을 자신들 마음대로 조정하기 위해 일본 여자와 결혼을 시키려했지만 이우는 이를 거절하고 박영효의 손녀 박찬주와 결혼했다”며 “일본군 장교로 잡혀갔지만 이우는 민족적 자존심을 지키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언급한 대로 역사소설은 사료적 가치 외에 소설적 재미, 흥미도 중요한 대목이다. 작가는 사실과 문학이라는 ‘두 토끼’를 잡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주인공 이우의 내면 심리와 고뇌를 되짚어보고 그것을 문장과 구조 속에 녹여내는 데 초점을 뒀다.
유정순이라는 인물의 성격화는 그러한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유정순이라는 인물은 독립군의 딸이었는데 이우와 연관이 있다’는 카더라 식의 짤막한 기록에서 착안했다.
은 작가는 이우의 독립운동과 연계해 유정순이 연락책을 담당하는 구조의 얼개를 바탕으로 소설을 전개했다. 이와 맞물려 중국 전선과 히로시마로 이어지는 서사는 개인의 서사를 넘어 조선이 겪은 집단적 비극으로 수렴된다.
책의 미덕은 역사의 고통을 서정성과 긴장감이 공존하는 문장으로 형상화한 점이다. 또한 황실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배경으로 식민지 시대의 상흔을 환기한다는 데 있다.
그는 “100년이라는 숫자는 한 인간의 수명이기도 하다. 그 수명을 넘어서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또 한 시대의 종말을 가져온 과정이 궁금하기도 했다”며 “당시의 일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아직 묶여 있는 매듭들이 많다. 그 매듭들 때문에 여전히 아픈 사람들도 많다”며 “자랑스러운 역사도 우리 역사이고, 부끄러운 역사도 우리 역사이다. 안타깝고 아쉬운 역사일수록 더 아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한편 은 작가는 1999년 ‘문화일보’로 등단했으며 삼성문학상을 수상했다. 광주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소설집 ‘만두 빚는 여자’, 장편 ‘소수의 사랑’, ‘바람의 노래’, ‘나비야 나비야’, ‘흑치마 사다코’ 등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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