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건수 14% 감소에도 금액 96%↑…AI·반도체·로보틱스 자금 집중
초기투자 위축 속 ‘100억 이상 빅딜’ 확대…검증된 창업자 선호 뚜렷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건수 감소·금액 확대’ 흐름을 보이며 구조적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챗GPT 제작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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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건수 감소·금액 확대’ 흐름을 보이며 구조적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투자 건수는 줄었지만 대형 투자 중심으로 자금이 몰리며 총 투자금액은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이다. 특히 AI·반도체·로보틱스 등 기술 검증이 이뤄진 딥테크 분야로 자금이 집중되면서 시장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더브이씨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한국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대상 투자 건수는 32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반면 투자 금액은 3조3069억원으로 96% 급증했다. 같은 기간 투자 건수는 줄었지만 금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일부 대형 투자에 자금이 집중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4월 기준 누적 투자금액은 이미 전년도 전체의 약 48%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 흐름을 보면 금액 중심 반등세는 더욱 뚜렷하다. 올해 3월과 4월 모두 월간 투자금액이 1조원을 넘어서며 2개월 연속 ‘1조원대 투자’가 이어졌다.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월간 투자금액이 1조원을 넘은 사례가 제한적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 흐름은 투자 회복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이 역시 소수 기업에 자금이 몰린 결과라는 점에서 시장 전반의 온기 확산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투자 분야별로는 AI와 연관성이 높은 산업이 자금 유입을 주도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는 투자금액 비중이 32.2%로 가장 높았고, 제조·화학, 엔터프라이즈·보안 등이 뒤를 이었다. 자율주행과 로보틱스를 포함한 피지컬 AI 영역 역시 투자 비중 확대를 이끈 주요 축으로 나타났다. 반면 바이오·의료 등 기존 강세 분야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축소됐다.
방산과 우주항공 분야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비중 증가 폭은 크지 않지만 AI 기술과 결합된 방산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며 투자 저변이 넓어지는 흐름이다. 실제 정부가 2030년까지 방산 스타트업 100개,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 30개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정책적 기대감도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 단계별로 보면 초기 투자 위축과 후기 투자 확대가 동시에 나타났다. 초기 라운드 투자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반면, 시리즈 D 및 프리IPO 등 후기 라운드 투자 비중은 증가했다. 특히 대형 투자 한 건이 전체 통계를 좌우하는 현상도 확인된다. 일부 대규모 프리IPO 투자가 포함되면서 후기 라운드 비중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초기 투자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100억원 이상 ‘빅딜’로 분류되는 초기 투자 건수는 증가했다. 올해 4월까지 100억원 이상 초기 투자 건수는 26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늘었고, 투자 금액은 7078억원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이는 초기 단계에서도 자금이 소수 유망 기업에 집중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개별 투자 사례를 보면 이러한 흐름은 더욱 뚜렷하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홀리데이로보틱스는 시리즈A에서 1500억원을 유치했고, AI 반도체 기업 디노티시아도 900억원 규모 투자를 확보했다. 업스테이지는 시리즈C에서 1800억원을 유치하며 기업가치 1조원을 인정받았다. 이처럼 AI·딥테크 기업들이 대형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투자자의 선호도 역시 ‘검증된 창업자’ 중심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과거 성공 경험이나 대기업·글로벌 기업 출신 이력을 가진 창업자가 이끄는 기업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 주요 투자 유치 기업 상당수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등에서 경력을 쌓은 인력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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