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원인은 1926년 중국 베이징에서 남서쪽으로 42㎞ 떨어진 저우커우뎬에서 두개골 화석이 발견되면서 그 존재가 드러났다. 호모에렉투스(직립 원인)의 한 갈래로 70만~20만년 전 동아시아 지역에 거주했는데, 추운 북방 환경에 적응하려고 불을 사용하고 동굴에서 집단생활을 했다.
인류 진화 단계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위치를 두고 학계 견해가 맞섰다. 한쪽은 200만년 전 아프리카를 떠난 호모에렉투스의 아종이 동아시아에 정착해 베이징 원인이 되었으나, 훗날 아프리카에서 새로 이주해온 현생 인류(호모사피엔스)에 의해 대체됐다고 봤다. 다른 한쪽은 아프리카를 떠난 호모에렉투스가 유럽과 아시아에 정착한 뒤 각자의 환경에 적응하면서 현생 인류로 진화했다며 저우커우뎬의 머리뼈 화석을 그 증거로 제시했다. 인류의 출발점을 둘러싼 ‘아프리카 기원론’과 ‘다지역 기원론’의 대립이다.
중국 정부는 다지역 기원론을 지지했다. 자신들의 정통성을 호모에렉투스가 중국 땅에 처음 등장한 수십만년 전으로까지 끌어올리고 싶은 정치적 욕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베이징 원인은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이 아니며, 진화라는 거대한 나무에서 잘려나간 곁가지에 불과하다는 주류 학계의 견해를 논박하기엔 증거가 턱없이 부족했다. 뇌 용량과 두개골의 형태가 호모사피엔스와는 뚜렷이 구분됐을 뿐 아니라, 그 둘 사이를 잇는 중간 형태의 화석이 중국에서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지난 19일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유일의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마라톤에서 중국 화웨이 계열 기업 아너의 휴머노이드 ‘산뎬’이 인간의 하프마라톤 최고기록(57분20초)을 훌쩍 뛰어넘는 50분26초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1년 전 대회에선 모든 로봇이 원격 제어되거나 전방 표지를 따라가는 방식이었지만, 올해는 참가 로봇의 열에 넷은 전 구간을 카메라와 센서, 인공지능에 의지하는 자율주행 방식으로 달렸다.
20세기 중국 관변학계는 베이징의 호모에렉투스 화석을 중국 문명의 자생적·독자적 진화 가설을 입증하는 증거로 공인받는 데 실패했다. 중앙정부의 집중 지원을 받는 21세기 중국 산업은 베이징이 인간의 능력치를 초월한 휴머노이드 기술 진화의 중핵 지대가 되었음을 직립 보행 로봇의 압도적 퍼포먼스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때로는 필요뿐 아니라 정치적 욕망도 발명의 어머니가 된다. 중국의 ‘로봇 굴기’가 이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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