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국면 486일 이상 지속···수출기업 80% 장기 수익성 악화 우려
단기적 매출 증대 효과, 국내 물가 상승에 따른 간접 파급효과로 상쇄
업종별 명암 뚜렷···자동차 웃고 반도체·IT 부품 수입 부담 가중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근접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5년 9개월 만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1400원대의 고환율 국면은 486일 이상 이어지며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당시보다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일반적으로 환율 상승은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원화 환산 매출을 늘리는 호재로 인식되지만, 실제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17일 한국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수출기업들은 '원화 환율 변동성 확대'를 주요 경영 애로사항으로 지목하며 고환율 지속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호소하고 있다.
■ 환율 상승, 단기적 이익 vs 장기적 손실
환율 변동이 기업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시차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2024년 1만8371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단기적으로는 환율 10% 상승 시 수익성이 개선되는 기업 비중이 61.8%로 나타났다. 이는 수입단가 상승 부담보다 수출단가 상승에 따른 이익이 일시적으로 큰 영향이다.
하지만 환율 상승이 장기화돼 국내 전반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간접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국내 공급사들이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가에 전가하면서 생산비용이 전방위적으로 상승한다.
이 영향을 고려하면 영업이익률이 상승하는 기업 비중은 19.9%로 급감하고 오히려 기업 10곳 중 8곳(80.1%)에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 업종별 순수출 구조에 따른 수익성 차이
업종별로는 생산 구조와 수출입 비중의 차이에 따라 환율 민감도가 다르게 나타났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대표 수출기업 중 96.4%가 순수출(수출이 수입보다 많은 상태) 구조를 가지고 있어 환율 상승에 따른 단기 수혜가 컸다. 부품과 원자재를 주로 국내 공급사를 통해 조달하며 생산 제품의 상당량을 해외로 보내는 구조여서다.
반면 반도체와 IT 제품군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반도체 기업 중 순수입 기업 비중은 53.8%로 모든 품목 중 가장 높았는데, 이는 중소·중견 기업들이 반도체 제조장비나 핵심 소재를 해외에서 수입해 생산하는 구조인 영향이다.
석유제품의 경우 순수출 기업 수 비중은 82.0%로 높지만, 대형 정유사가 원유를 대량 직수입해 가공 후 국내에 판매하는 비중이 커 금액 기준으로는 환율 상승 시 부담이 올라간다.
■ 기업 수익성 보전 위한 정책적 대응 시급
고환율 국면이 전례 없이 길어지면서 기업들의 생산 비용 가중과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영업이익률 하락 기업의 평균 하락폭은 단기 2.23%p에서 장기 2.68%p로 확대돼 고환율 지속 시 기업들의 재무적 부담이 심화됐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와 더불어 무역 현장의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강조된다.
수출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책으로는 '환율 안정(47.7%)'이 1순위로 꼽혔으며, 통상 리스크 최소화와 물류 지원 확대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무역협회 도원빈 수석연구원은 "최근의 고환율은 국내 산업 전반의 생산비용을 가중시켜 단기적인 직수출 증대 이익을 상쇄하고 있다"며 "물가 안정과 기업 수익성 보전을 위해 외환시장 안정 조치를 최우선으로 시행해야 하며 무역금융 지원 확대와 환헤지 비용 지원을 통해 업계의 환리스크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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