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 이미지. (이미지=구글 제미나이)
한국 유료방송은 1995년 케이블TV 출범과 2008년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 상용화 시대를 거치면서 미디어 산업의 핵심 축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파상공세와 코드커팅(Cord-Cutting) 가속화로 가입자·매출·광고 수입이 동반 감소하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유료방송 30년의 성장과 정체를 되짚고, 인공지능(AI)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제2의 도약 가능성을 살펴본다.
[뉴스웍스=박광하 기자] 장기간 증가세를 보이던 유료방송 가입자 수가 2024년 상반기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 이면에는 수년간 진행 중이던 시청 패턴의 대전환이 자리잡고 있었다. OTT가 안방 미디어를 잠식하면서 유료방송의 매출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방송광고 수입은 급감했고,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1만원대에 갇힌 채 반등 기미가 없다.
가입자 감소가 콘텐츠 재원 고갈로 이어지고, 재원이 줄면 다시 가입자가 이탈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유료방송 생태계를 옥죄고 있다. 이 구조를 깨지 않는 한 경쟁력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머지 않은 시점에 유료방송 산업이 종언을 고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도 감돈다.
◆1만원대에 갇힌 ARPU…'코드커팅' 공포감 확산
유료방송 시장의 고질적 문제는 기형적으로 낮은 ARPU 구조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자료에 따르면 2023년 IPTV ARPU는 1만원대 초반에 그쳤다. 미국 등 주요국의 유료방송의 ARPU가 수십 달러를 웃도는 것과 대비를 보인다.
초고속인터넷·이동통신과의 결합상품이 가입자 유치에는 효과적이었지만, 과도한 할인 경쟁이 단가를 깎아내리며 이 같은 저가 수임 구조를 고착화시켰다. 가입자가 늘어도 실질 수익은 제자리인 구조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코드커팅이 본격화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 코드커팅이란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기존 유료방송 서비스를 해지하고, 인터넷 기반의 OTT나 스마트 TV 등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뜻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2025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디지털케이블 가입률은 2023년 37.3%에서 2025년 32.8%로 3년 새 4.5%p 떨어졌고, 전체 유료방송 가입률도 전년 대비 1.3%p 감소했다.
유료방송을 해지하고 OTT로만 콘텐츠를 이용하는 이용자가 늘면서, 업계는 가입자 유치에 드는 마케팅 비용은 증가하는 반면 1인당 창출하는 수익은 정체되는 딜레마에 빠졌다. 'TV라는 플랫폼 자체가 필수재가 아닌 상황에서 단독으로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에 신규 가입하려는 수요는 사실상 정체된 지 오래'라는 업계의 자조가 나올 정도다.
규제 비대칭 문제도 발목을 잡는다. IPTV 사업자들은 결합상품 구조나 요금제 변경 시 정부의 허가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는 요금제를 자유롭게 조정하며 광고형 요금제까지 도입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9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열린 '디지털 생태계 자율성 증진 및 구독경제 활성화' 간담회에서 "유료방송에 대해서는 요금 규제, 채널 편성 규제 등 사업자의 자유로운 상품 구성에 장애가 되는 규제를 과감히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인터넷 기반 플랫폼들과의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방송광고 급감·콘텐츠 재원 고갈에 업계 '허덕'
수익 구조의 또 다른 축인 방송광고 시장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방미통위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방송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방송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7.4%(1832억원) 감소한 2조307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방송사업 매출도 18조8320억원으로 0.7% 줄며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여기에 SO를 제외한 지상파, 위성방송, PP 등 대부분 사업자의 광고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주들이 더 정교한 타깃팅이 가능한 유튜브·메타 등 디지털 플랫폼으로 예산을 이동시키면서 전통 TV 광고 시장이 갈수록 오그라든 결과다.
플랫폼 매출 감소는 PP의 콘텐츠 사용료 수입 감소로 직결된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난해 6월부터 SO 단위로 콘텐츠 사용료 배분 기준안을 적용하겠다고 밝혀 PP 업계와의 갈등을 불렀다. PP 업계는 이를 적용할 경우 3년간 최대 1200억원의 콘텐츠 대금이 삭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와 한국PP협회는 공동 성명을 통해 "콘텐츠 제작 주체인 PP와의 사전 협의 없이 기준안이 수립됐고 그 부담이 PP에만 전가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콘텐츠 재원이 줄면 제작 역량이 떨어지고, 볼거리가 줄어든 플랫폼에서 시청자가 이탈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유료방송사업자 총 매출은 2024년 7조2361억원으로 성장률이 0.05%에 그쳐 사실상 정체 상태다. 넷플릭스가 수천억원을 투입해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점하는 동안 국내 유료방송 생태계는 방어할 재원조차 고갈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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