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여수산단 산업 재편…군살 빼고 고부가 산업 전환
한국 경제 대들보였던 석유화학산업 ‘체질 개선’ 마지막 승부수
수익성 낮은 범용 제품 생산라인 멈추고 첨단 화학 소재에 집중
2026년 07월 22일(수) 19:50
야수산단 전경. <꽝주일보 자료사진>
정부가 22일 승인한 ‘여수 1호 프로젝트’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처한 절박한 생존 본능의 결과물이다. 1970년대 이후 한국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해온 석유화학 산업이 중국의 가파른 자급률 상승과 글로벌 공급과잉을 맞닥드린 뒤 체질 개선이라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다.
◇여천NCC 중심 ‘헤쳐모여’=이번 재편의 가장 큰 특징은 복잡하게 얽혀 있던 기업들의 이해관계를 ‘통합과 효율’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나프타를 쪼개 에틸렌을 만드는 상공정(NCC)과 이를 받아 제품을 만드는 하공정(PE 등) 주인이 달라 효율성이 떨어졌다.
이번 재편으로 여천NCC는 한화·DL·롯데의 관련 부문을 모두 흡수하며 상·하공정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원료부터 최종 제품까지 한 지붕 아래서 관리하면 물류비와 운영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며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설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덩치만 키우는 것이 아니다. 수익성이 낮은 범용 제품 생산라인(여천NCC 2·3호기 등)은 과감히 멈춘다. 대신 수액백이나 주사기 등에 쓰이는 의료용 LDPE, 고성능 점접착제용 POE 등 고부가 첨단 화학소재(스페셜티) 시장에 집중한다.
현재 의료용 소재 등 고부가 시장은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는 영역이다. 국내 기업들이 이번 재편을 통해 확보한 2500억원의 투자금을 이 분야에 집중할 경우, 수입 대체 효과는 물론 새로운 수출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당근’과 ‘채찍’ 동시에=정부의 지원책도 이례적일 만큼 파격적이다. 금융 지원(4500억원)과 수입보험 우대(2000억원)는 물론, 기업들이 가장 까다로워했던 법령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상법상 기업 분할·합병 절차 기간을 단축해주고, 지자체 조례 개정을 통해 취득세를 최대 100%까지 감면해주는 식이다. 특히 적격합병 요건을 완화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세금 부담을 뒤로 미뤄준 것은 기업들에 큰 ‘당근’이 됐다.
이밖에도 정부는 고부가·친환경 사업구조 전환을 위한 기술개발 지원에도 34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NCC 설비감축 이후 고부가화 전환을 위해 대규모 기술개발 투자가 필요하나, 불황 지속에 따른 투자여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여수 프로젝트의 성공을 발판 삼아 울산 등 다른 석화 단지의 구조조정도 독려할 방침이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무임승차 없이 모든 산단이 참여하는 재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과제도 적지 않다. 설비 가동 중단에 따른 지역 경제 위축과 고용 유지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정부가 여수 지역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 검토하고 고용유지지원금을 완화하기로 했지만, 현장 근로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수상공회의소는 정부의 구조조정안 승인을 환영하면서도 “가동 중단에 따른 충격은 원청 대기업의 인력 재배치 문제부터 협력업체와 플랜트 근로자의 일감 감소까지, 산단 노동 생태계 전반에 직격탄이 된다”며 “고용 상황이 악화된 뒤 수습하기보다, 객관적 지표에 따라 선제적으로 연동되는 고용안정 지원 체계를 조속히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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