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사한 봉군. 사진=해뜰양봉농원.
“병은 늘어나는데 약은 없습니다. 소나 돼지 같은 대가축 백신 개발에는 열을 올리면서, 꿀벌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은 유독 더딥니다.”
수원시에서 만난 중견 양봉인 A씨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현재 꿀벌 질병 중 존재하는 백신은 매우 적고, 대부분의 병해충은 내성이 생긴 기존 약제에 의존하거나 사람 몸에 해로운 옥살산이나 개미산을 조심스레 쓰는 것 외엔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신약 및 백신 개발이 느리다는 현장의 지적에 대해 국립농업과학원 측은 점진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입장이다.
농과원 관계자는 “토종벌을 전멸 위기로 몰았던 낭충봉아부패병의 경우, 2025년 국내 한 바이오 업체에서 대응 약재(허니 가드 에이) 상용화에 성공했다”면서도 “응애 역시 벌과 같은 곤충인 만큼, 종래에는 벌에게도 약효가 오는 화학제를 줄이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해명했다.
또한, 현행 약재 시장에 대해서도 “기존 주류 제품에 응애가 내성을 보인 것은 맞지만, 아직 내성이 없는 다른 대체 약재들이 시장에 남아있다”며 “다만 농가 입장에서는 가격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농과원은 차근차근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단년도에 성과를 보기 어려운 연구개발(R&D)의 시차와 당장 벌통을 버려야 하는 농가의 체감 시차 사이의 거리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타 농업인들과의 소통 부재와 행정의 사각지대도 농가를 두 번 울린다.
과수 농가와 농약 살포 시기를 조정하는 논의는 현장에서 여전히 부담스러운 일이며, 지자체 공무원들의 잦은 순환 근무로 인해 조경 지침이나 방제 주의사항이 제대로 인수인계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A씨는 2~3년 전 지자체가 근처 가로수 벚나무에 뿌린 조경 농약 때문에 벌통이 통째로 망가진 경험을 털어놓았다.
더 큰 문제는 꿀벌의 죽음이 즉사가 아닌, 시름시름 앓다 사라지는 형태라 원인을 특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농가 입장에서는 벌이 농약 때문에 죽었는지, 병에 걸려 죽었는지 인과관계를 특정하기가 불가능하다.
현재 경기대학교에 고가의 꿀벌 사망 원인을 분석할 수 있는 기계가 있지만, A씨는 “환경노동위원회에 지자체를 제소할 정도의 대규모 소송을 작정하지 않는 이상, 개별 농가가 그 기계를 이용해 피해를 입증하기는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부담스럽다”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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