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영등포구 LG그룹 트윈타워. 사진=연합
[주간한국 이주선 기자] 삼성전자, LG전자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고유가·고환율·고물가 등 이른바 ‘삼중고’ 위기가 계속되는 와중에 올 1분기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에 힘입어 지난해 연간 실적을 뛰어 넘는 57조원 규모의 경이로운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LG전자는 지난해 부진을 털고 조(兆) 단위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영업이익 기준 미국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빅테크 톱5’에 이름을 올렸다.
◇ 삼성전자, 단 1개 분기로 지난해 전체 영업익 뛰어넘어
삼성전자는 최근 올 1분기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 2000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79조 1400억원 대비 68% 늘었고, 영업이익도 6조 6900억원에서 755% 수직 상승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로 종전 최대 기록은 지난해 4분기에 올린 매출 93조 8374억원, 영업이익 20조 737억원이었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단 1개 분기만으로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인 43조 6011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최대 매출 120조원, 영업이익 50조원을 거둘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실제 메리츠증권은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을 53조 9000억원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시티그룹 역시 51조원의 영업이익 예상치를 내놓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공개한 실적 성적표는 증권사들의 예상치를 각각 10조원 가까이 웃돌았다.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이 공개되지 않지만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활약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매출 504억 달러(약 75조 5000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삼성전자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6’을 통해 고대역폭메모리(HBM) 7세대인 ‘HBM4E’(오른쪽) 실물 칩과 코어 다이 웨이퍼(왼쪽)를 공개했다. 사진=삼성전자
해외 빅테크들의 천문학적인 투자로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지속되면서 DS 부문이 삼성전자의 전체 실적을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을 비롯해 미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 아마존, 그리고 메타, MS 등의 올해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비용 합산치는 6650억 달러(약 1000조원)에 달한다.
이 같은 빅테크들의 ‘매머드급’ 투자로 AI 가속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품귀현상이 빚어지면서 메모리반도체 제품 마진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역시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것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호성적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시 말해 세계 최대 메모리반도체 생산 기업의 이점을 활용해 ‘슈퍼 을(乙)’로 올라선 삼성전자가 압도적인 가격 협상력을 바탕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둔 것이다.
반면 지난해 삼성전자 실적을 떠받친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DX 부문의 실적 버팀목인 모바일경험(MX) 사업부가 올 초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 S26 시리즈’를 출시했지만 메모리반도체 등 비싼 부품 가격 탓에 마진이 줄어들면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의 4조 3000억원 대비 절반가량 감소한 2조원대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DS 부문 효자인 메모리반도체가 DX 부문에 있어 실적 악화의 주범이 된 셈이다.
TV·가전 사업을 맡고 있는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부의 경우 직전 분기 6000억원 적자에서 3000억원 남짓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SDC)와 전장 사업의 하만인터내셔널은 각각 1조원, 2000억원에서 3000억원 수준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글로벌 빅테크 상위 5개 기업 안에 드는 기록이다. 최근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분기 영업이익을 보면 애플이 509억 달러(약 76조 5000억원)로 1위, 엔비디아는 443억 달러(약 66조 6000억원)로 2위, MS는 383억 달러(약 57조 6000억원)로 3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359억 3000만 달러(약 54조원)의 알파벳을 제치고 4위에 랭크됐다. 명실상부 글로벌 빅테크 반열에 오른 것이다.
류재철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 LG전자 부스에 방문해 홈 로봇 ‘클로이드’와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LG전자
◇ LG전자, 부진 털고 수익성 개선 성공…영업익 ‘兆' 단위 복귀
LG전자는 지난해 부진을 떨쳐내고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올 1분기 영업이익 1조원대에 복귀한 것이다. 특히 매출은 역대 1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력인 생활가전과 전장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 집중한 것이 호성적의 배경으로 풀이되고 있다.
LG전자는 올 1분기 매출 23조 7330억원, 영업이익 1조 6736억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매출 22조 7398억원, 영업이익 1조 2591억원 대비 각각 4.4%, 33% 늘어난 수치다. 특히 109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지난해 4분기 부진을 말끔히 씻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생활가전 등 주력 사업을 중심으로 한 제품 리더십과 공고한 시장 지위를 유지한 것이 호성적 배경이라고 LG전자는 설명했다. 또 생산 거점 최적화 등 선제적으로 진행한 미국 관세 대응 노력도 수익성을 끌어올리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구나 사업 전반에서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는 원가 구조 개선 효과 역시 올 1분기 실적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또 플랫폼, 구독, 온라인 판매 등 고수익 사업 성장 효과도 더해졌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생활가전 사업은 시장 수요 변화에 맞춰 프리미엄과 볼륨존을 동시에 공략하고 온라인, 가전 구독 등의 비중을 확대하며 성장을 이어갔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운영 효율화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웹OS 플랫폼 사업을 중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수익성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전장 사업은 탄탄한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안정적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또 적극적인 원가 구조 개선 활동으로 전년 동기 대비 수익성이 개선됐다. 해외 고객사 비중이 높은 사업 특성상 고환율 기조도 수익성에 일부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 사업 성장에 밑거름이 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냉난방공조(HVAC) 사업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들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매출 텃밭인 중동 시장이 위축되면서 수요가 일시적으로 감소한 탓이다.
연말로 갈수록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적 성장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날로 늘어나는 메모리반도체 수요와 차세대 HBM 기술 주도권 선점, 그리고 최근 고환율 효과가 어우러지면서 올해 영업이익 200조원을 넘어 300조원 고지를 무난히 밟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전자는 대대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을 통해 성장의 밀도를 높일 결정적 기회를 잡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주선 기자 leesu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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