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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월세 받아 투어 쏜다”… 외국 학생 원룸 임대로 인생2막[은퇴 레시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인근 다가구주택에서 외국인 학생 전용 단기 임대 ‘코코 스테이하우스’를 운영하는 서병곤 씨. 그는 관광업에 종사했던 경험을 살려 스테이하우스에 머무는 학생들에게 무료 투어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인근 다가구주택에서 외국인 학생 전용 단기 임대 ‘코코 스테이하우스’를 운영하는 서병곤 씨. 그는 관광업에 종사했던 경험을 살려 스테이하우스에 머무는 학생들에게 무료 투어를 제공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요즘 한국어 연수하러 오는 외국인 학생들이 마땅한 숙소 찾느라 애먹는다고 해요. 연수 기간에 따라 3개월, 6개월, 12개월 단위로 방을 구하는데 단기 월세 놓는 곳이 많지 않으니까요. 그런 학생들한테 원룸을 임대하고 있습니다. 워낙 수요가 많으니까 공실이 생길 걱정도 없어요.”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다가구주택에서 외국인 유학생 전용 게스트하우스 ‘코코 스테이하우스’를 운영하는 서병곤 씨(66)는 “게스트하우스는 1박 단위로 손님을 받아야 해 신경 쓸 일이 많지만 외국인 유학생 전용은 3개월 내지 6개월 동안 입·퇴실 시기만 잘 챙기면 되니까 한결 여유롭다”고 소개했다.

● 관광과 함께 한 인생

외국인 상대는 서 씨가 오랫동안 해온 일이다. 그의 이력은 ‘관광 인생’으로 요약된다. 한국관광공사에서 15년, 경기관광공사에서 5년, 인천관광공사에서 5년을 근무하고 서울관광마케팅주식회사(현 서울관광재단)에서 부사장, 사장을 지냈다. 짧게 개인사업을 해 본 시기를 제외하면 그의 커리어는 관광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 관광상품 개발, 스토리 발굴, 체험 이벤트 기획까지 그가 손대 보지 않은 관광 분야가 없을 정도다. 홍콩 세일 이벤트를 벤치마킹한 쇼핑 관광 축제 ‘코리아그랜드세일’을 기획한 주역이기도 하다. 관광상품 기획과 마케팅 전문가인 셈이다.

58세가 되던 2018년 은퇴한 후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던 때였다. 그는 외국인 학생을 위한 숙박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당시 예수회 마포지역 후원회장으로 봉사하던 서 씨의 배우자가 서강대 관계자에게서 들은 정보였다. 집주인들은 보통 2년 임대계약을 선호하기 때문에 단기 연수나 1년 단위 교환학생으로 온 외국 학생들이 숙소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외국인 학생 숙박시설 운영은 서 씨가 평생 하던 일과 맥이 닿았다. 영어 소통에도 문제가 없던 그는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서울 집 팔아 전세 끼고 건물 구매

코코 스테이하우스의 원룸 내부. 서병곤 씨 제공

서 씨는 당시 언어 연수나 유학을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학생이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했고, 여러 가지 구상을 한 끝에 곧바로 게스트하우스 사업에 착수했다. 마침 서 씨에게는 노후 준비를 위해 마련해 놓은 서강대 인근 다가구주택이 있었다.

2007년 구입할 당시 매물로 나온 가격은 12억 원. 신축 원룸 형태에 엘리베이터까지 갖춰 애초 임대를 목적으로 지은 건물이었다. 건물주는 나이 지긋한 남성이었는데 노후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건물을 싸게 내놓은 듯했다고 서 씨는 회상한다.

문제는 자금이었다. “12억 원을 당장 어디서 마련하나”라며 걱정하던 서 씨에게 부동산 중개업자는 12억 원을 한꺼번에 마련할 필요가 없이 전세 보증금을 받아 건물을 사면 된다고 귀띔했다. 그는 결단을 내렸다. 소유하고 있던 서울 동작구 대방동 92㎡(28평) 아파트를 2억 원에 처분하고 신용대출로 2억 원을 더해 총 4억 원을 마련했다. 나머지 8억 원은 세입자들의 전세 보증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그래서 건물 계약을 마친 후 잔금을 치르기 위해 15개 전 호(戶) 모두 전세로 돌렸다.

2018년에 이 다가구주택의 일부를 외국인 학생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10개 호만 전세로 임대하고 남은 5개 호를 외국인 학생에게 월세로 내주기로 한 것이다. 부엌, 화장실, 침실은 물론 에어컨과 와이파이, TV, 세탁기, 냉장고까지 갖춰져 있어 학생 혼자 지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1개 호가 21㎡(6.5평) 정도 되는 코코스테이하우스 임대 조건은 보증금 30만 원에 월세 80만 원 수준이다. 비슷한 조건의 시중 원룸이 보증금 100만∼500만 원에 월세 80만∼100만 원인 것에 비하면 저렴하다. 관리비는 전기, 가스, 수도 요금 포함해 호당 월 10만∼15만 원 수준이다. 관리비를 제외하면 방 하나당 월 65만 원가량 수익이 남는다고 서 씨는 설명한다.

● 월세 수익 일부로 무료 국내 투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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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차이나타운에서 학생들과 찍은 기념 사진. 노란 웃옷을 입은 사람이 서 씨다. 서병곤 씨 제공

서 씨의 사업이 특별한 이유는 월세 수익금 일부를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무료 국내 투어에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차이나타운, 서울 북촌 한옥마을은 물론 강원 정선 아리랑 축제, 한강 몽땅 축제 같은 행사에도 학생들을 데리고 다닌다. 야간 한강 크루즈 투어를 마련해 학생 대여섯 명과 함께 즐기기도 했다.

이런 투어가 가능한 배경에는 평생 쌓아온 관광업계 네트워크가 있다. 정선 아리랑 축제의 경우 당일치기로 다녀왔는데, 네트워크를 활용해 축제 주최 측으로부터 버스 대절과 식사까지 협찬을 받았다.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축제를 찾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홍보해 주는 것 자체가 반가운 일이다. 서 씨는 이런 상호 이해관계를 정확히 짚어 내 지자체의 협찬을 자연스럽게 끌어낸다. 오랜 세월 다져온 네트워크와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결과적으로 학생들 만족도는 높아지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서 씨 자신도 행복하다고 한다.

● 셀프 수리-장기 임대… ‘품 덜 드는 운영’의 비결

임대 사업을 하면 건물 이곳저곳을 수리하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서 씨는 소소한 건물 보수는 직접 해결해 수익성을 높이는 데 보태고 있다. 집안에서 생기는 간단한 고장 수리는 대부분 서 씨와 배우자가 처리한다.

건물 수리 경험이 없던 서 씨는 새벽에 경북 구미까지 내려가 집수리 노하우를 배우기도 했다. 주로는 네이버 밴드 ‘셀프 집수리 도움방’에서 운영하는 저렴한 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해 들었다. 교육비가 몇 만 원에 불과했다. 큰돈 들이지 않고 배운 기술이 건물 관리 비용을 크게 줄여주는 실질적인 무기가 된 셈이다.

나이 들어서 하는 임대 사업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지만 그때마다 서 씨가 강조하는 것은 ‘운영의 편안함’이다. 빈방을 활용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1박, 2박 단위로 손님을 받다 보니 늘 신경 쓸 일이 많다. 반면 외국인 유학생 대상 임대 사업은 매년 3월과 6월, 9월, 12월 초에 학생들이 들고나는 것만 잘 챙기면 된다.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서강대나 연세대 어학당이 통상 3개월 과정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는 “학생들이 보통 6개월 간 머무는 점을 고려하면 매일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느라 분주한 것과는 결이 많이 다른 셈”이라고 말했다.

● 은퇴 후에도 관광업은 계속된다

은퇴 후엔 그저 쉬려고 했다는 서 씨지만 요새 그의 일상은 결코 한가하지 않다. 목요일과 일요일에는 서울시 중구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등에서 도슨트(관람객에게 전시 등을 설명해 주는 안내인)로 봉사활동을 한다. 임대 사업으로 안정적인 수입이 뒷받침되니 자연스럽게 봉사할 여유가 생겼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도슨트 활동 역시 그가 평생 해 온 일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낯선 장소를 이야기와 함께 경험하게 하는 일이 관광이라면, 도슨트 역시 작품이나 전시나 유적 뒤의 이야기를 엮어 감상의 깊이를 더해 주는 일이다. 형태만 바뀌었을 뿐 본질은 같은 관광업인 것이다.

관광공사에서는 은퇴했지만 그는 여전히 현역 관광인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먹고사는 일은 임대 사업에 맡기고 관광업은 봉사의 형태로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관광은 감성의 산업이에요. 같은 장소에 있더라도 누가 어떤 이야기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깊이와 재미가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그건 인공지능(AI)이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죠.”

자녀 세대에게 건네는 조언 역시 평생 관광인답다. 그는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세계여행 패스”라고 강조한다. 함께 여행을 많이 다니며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줘야 창의적인 인간으로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서 씨 자신이 해외에 200번 가까이 다녀왔을 정도의 관광광(狂)이기도 하다.

인터뷰 내내 그의 얼굴은 66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한 호기심과 활기로 빛났다. 직장에서는 은퇴했어도 평생의 전문성에서는 은퇴하지 않은 셈이다. 평생 관광업계에서 쌓은 경험과 네트워크를 임대 사업과 무료 국내 투어, 그리고 도슨트 봉사에 각기 다른 모습으로 풀어내는 서 씨. 그는 과거 경험을 자산으로 삼아 은퇴 후 현재의 길을 개척해 가고 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채널A 유튜브 ‘건강IN으로’에 업로드된 인터뷰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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