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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월세 760만원 vs 120만원...뉴욕 청년이 수녀원 찾는 이유 [박시진의 글로벌 픽]

미국 집값이 오르자 청년들이 가톨릭 수도원을 거처로 삼고 있습니다. 일반 월세 대비 3분의 1 이상 저렴한 가격에다 식사 제공, 커뮤니티 이용까지 가능해져 대기줄이 수개월 이상 발생하고 있습니다.

뉴욕 첼시의 ‘신성한 마음 거주지’ 방 전경. 사진제공=홈페이지

미국 집값이 오르자 청년들이 가톨릭 수도원을 거처로 삼고 있습니다. 일반 월세 대비 3분의 1 이상 저렴한 가격에다 식사 제공, 커뮤니티 이용까지 가능해져 대기줄이 수개월 이상 발생하고 있습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터닷컴을 인용해 올해 1분기 뉴욕 임대료 중간값은 3616달러(약 500만 원)로 팬데믹 이전보다 20% 높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반면 수도원 거주비는 저렴합니다. 신성한 마음 거주지는 월 1650달러(약 250만 원), 성 마리아는 1200달러(약 182만 원) 수준입니다. 이스트사이드 ‘성 아그네스’는 950달러(약 145만 원)부터, 브롱크스 ‘센트로 마리아’는 800달러(약 122만 원)입니다. 대부분 비기독교인도 받으며 종교 활동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케이티 레티그(32)는 23㎏짜리 여행가방 두 개를 들고 일자리만 정해진 채 뉴욕에 도착했습니다. 맨해튼의 가구 딸린 단기 임대는 월 5000달러(약 762만 원)에 달했습니다. 그는 구글 검색 15페이지째에서 수도원을 발견했습니다.

며칠 뒤 레티그는 첼시의 ‘신성한 마음 거주지(Sacred Heart Residence)’에 입주했습니다. 깨끗한 방에 매일 따뜻한 저녁이 나왔습니다. 위스키 회사에 다니는 그는 오후 11시 통금도 감당할 만하다고 봤습니다. 레티그는 “수녀님들은 최고”라며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의 낯선 사람보다 수녀님을 더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후 이스트사이드 ‘성 마리아 거주지’로 옮겨 1년 가까이 살았습니다. 다만 규칙은 있습니다. 일부는 오후 11시나 자정 통금이 있습니다. 여성 거주지는 남성 방문과 음주를 금합니다.

센트로 마리아에서는 수녀 5명이 거주자 21명과 4층 건물에서 함께 살고 있습니다. 90대 수녀를 포함한 이들은 매일 아침 팬케이크·계란·소시지·과일을 차립니다. 건물 청소와 파티도 직접 엽니다. 식당에는 노래방 기계가 있고 수녀들도 함께 노래합니다.

수녀 리타는 “딸들과 사는 게 좋다. 이들이 나를 젊게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필리핀 출신인 그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평범한 결혼 생활을 꿈꿨습니다. 그는 “‘수녀’라는 단어는 내 사전에 없었다”며 “2년 뒤 베일을 쓰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뉴욕 첼시의 ‘신성한 마음 거주지’ 한 켠에 마련된 성모상. 홈페이지

수녀들은 모두 귀가할 때까지 잠들지 않습니다. 마리아 데 헤수스 수녀는 “누군가 어디 있는지 모르면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한 거주자가 밤 11시 30분에 늦는다고 문자하면 그는 침대에 누워 “내일 혼내야지”라고 생각하면서도 문이 열리면 결국 일어납니다. 마리아 수녀는 월 2회 방 점검도 합니다. 그는 웃으며 “날짜는 모르지만 (불시에)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거주자가 남자친구를 데려오면 리타 수녀가 직접 검증합니다. 때로는 마음에 안 든다고 솔직히 말합니다.

이런 기숙시설은 홀로 뉴욕에 온 청년, 특히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1900년대 초 전성기에는 수십 곳이 운영됐습니다. 그러나 유지비 상승, 수도회 축소, 팬데믹 충격으로 대부분 문을 닫았습니다. 레티그가 살던 신성한 마음 거주지도 이후 폐쇄됐습니다. 남은 곳은 대기 명단이 수개월에 달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곳이 여성 전용은 아닙니다. 어퍼웨스트사이드의 가톨릭 단체 ‘콜핑 하우스’는 약 90개 방을 운영하며 통금이 없습니다. 월터 헤켐(63)은 몇 년 전 입주했습니다. 그는 무료 저녁, 특히 파스타와 소고기 요리가 어린 시절 집 냄새를 떠올리게 한다고 했습니다. 맨해튼 직장과 가까운 점도 만족스럽습니다. 그는 “위치가 완벽하다”고 말했습니다.

뉴욕대 대학원생 한나 키지아 아구스틴(24)은 지난해 8월 그래머시의 ‘메노 하우스’로 이사했습니다. 가장 작은 방이 월 580달러(약 80만 원)입니다. 그는 “맨해튼에서 찾은 가장 싼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남녀공용인 이곳 거주자들은 주방과 화장실 청소를 분담합니다. 아구스틴은 동료들과 함께 식사를 만들며 석사 과제를 합니다. 한 동거인이 포덤대에서 논문 심사를 받을 때는 거주자 두 명이 응원하러 갔습니다. 거주자 중에는 인도네시아 신학자, 오페라 가수, 일본인 유엔 통역사도 있습니다. 이 통역사는 거주자들의 도움으로 데이팅 앱에 가입해 결혼에 성공했고, 모두를 결혼식에 초대하는 등 친목을 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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