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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월가의 경고〉③상품은 먼저 팔렸고, 경고는 나중에 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이 시장에 등장했다.

〈월가의 경고〉③상품은 먼저 팔렸고, 경고는 나중에 왔다!

박철성 기자 〈리서치센터 국장·칼럼니스트〉

〈월가의 경고〉 ③ 상품은 먼저 팔렸고 경고는 나중에 왔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 출시 뒤 개인 거래 폭증

■ 금감원장 “성급하게 준비됐다”…승인 한 달 만에 안정조치 검토

■ 유가증권시장 빚투 29조원 돌파, 거래소는 주간 단일주식 옵션 연기

■ 손실은 투자자 몫이라면서 승인 책임까지 떠넘길 수 있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출시된 뒤 거래가 폭증했다. 금융감독원은 뒤늦게 소비자경보를 발령했고 금감원장은 승인 과정이 성급했다고 인정했다. 상품은 먼저 팔렸고 경고는 나중에 나왔다. 일러스트=AI 생성

상품은 먼저 팔렸다.

경고는 나중에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이 시장에 등장했다.

개인 자금은 빠르게 몰렸다.

두 상품의 일평균 매매회전율은 122.5퍼센트까지 치솟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물 주식의 매매회전율은 1퍼센트 수준이었다.

일반 레버리지·인버스 ETF 평균도 30.2퍼센트였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만 유난히 빠르게 사고팔린 것이다.

증시는 이미 두 반도체 종목에 절반 이상 집중돼 있었다.

그 위에 레버리지가 올라탔다.

그제야 금융당국이 움직였다.

■ 승인한 뒤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금융감독원은 6월 18일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상품은 분산투자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호가 부족과 괴리율 확대도 경고했다.

하루 만에 손실이 두 배로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반복 등락에서는 음의 복리효과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하락 구간에서 삼성전자 레버리지 상품은 35.9퍼센트 떨어졌다.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의 최대 낙폭은 38퍼센트였다.

그러나 상품은 이미 출시된 뒤였다.

위험을 설명하기 전에 상장됐다.

개인 자금이 몰린 뒤에야 경고가 나왔다.

순서가 거꾸로였다.

■ 금감원장은 막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6월 22일 이례적으로 유감을 밝혔다.

상품 출시가 성급하게 준비됐다고 인정했다.

당시 막지 못한 것을 개인적으로 후회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이동을 줄이고 원화 약세를 완화하려는 목적도 승인 배경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환율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대신 상품은 증시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됐다.

금감원은 뒤늦게 안정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도 제도 개선 가능성을 언급했다.

당국의 인정은 솔직했다.

그러나 솔직함이 사전 심사를 대신할 수는 없다.

■ 빚투는 이미 29조원을 넘어섰다

레버리지 상품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개인투자자의 빚투는 이미 위험 수위에 올라 있었다.

금융투자협회 통계 기준 유가증권시장 신용융자 잔액은 6월 19일 29조3977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처음 29조원을 넘어선 규모였다.

6월 말에도 29조2345억원으로 29조원대를 유지했다.

전체 국내 증시의 신용융자 잔액은 그보다 더 컸다.

자본시장연구원은 4월 24일 기준 전체 신용거래 잔액을 35조4000억원으로 집계했다.

연초보다 29퍼센트 늘어난 수치였다.

증가분은 유가증권시장에 집중됐다.

시장이 오를 때는 빚이 수익을 키웠다.

급락이 시작되자 구조가 뒤집혔다.

주가 하락과 신용 손실이 겹쳤다.

레버리지 상품은 충격을 다시 두 배로 키웠다.

■ 주간 옵션은 미뤘는데 레버리지는 왜 서둘렀나

한국거래소는 6월 29일로 예정했던 주간 단일주식 옵션 도입을 연기했다.

대상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이었다.

시장 변동성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자 새로운 파생상품의 출시를 뒤로 미룬 것이다.

당시 일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서는 유동성 부족으로 기초자산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질문은 피할 수 없다.

주간 옵션은 미룰 수 있었다.

그런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왜 서둘렀는가.

한쪽은 시장 안정을 이유로 연기했다.

다른 한쪽은 출시한 뒤 위험을 경고했다.

기준이 무엇이었는지 밝혀야 한다.

■ 위험은 투자자에게만 넘길 수 없다

레버리지 상품에는 경고 문구가 붙는다.

투자 판단과 손실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다는 문장도 들어간다.

그러나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돌릴 수는 없다.

상품을 설계한 곳이 있다.

상장을 신청한 곳이 있다.

심사하고 승인한 곳도 있다.

판매를 독려한 곳도 있다.

당국은 상품 출시 전 어떤 충격시험을 했는지 공개해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시에 급락할 경우를 가정했는가.

호가가 말랐을 때 추적오차가 얼마나 커지는지 검증했는가.

일일 재조정 매매가 기초자산의 변동성을 얼마나 키울 수 있는지 계산했는가.

두 종목이 지수 절반을 차지한 시장에 추가 레버리지를 얹어도 안전하다고 본 근거는 무엇인가.

한국은행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한쪽 방향의 거래와 종목 집중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당국도 상품의 시장 영향과 운용사 마케팅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진단은 맞았다.

그러나 늦었다.

이미 상품은 팔렸다.

이미 빚투는 사상 최대권이었다.

이미 변동성은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았다.

■ 손실만 투자자 몫인가

금융당국은 국내 자본시장을 키우려 했다.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을 붙잡고 싶었을 것이다.

거래를 늘리고 투자 선택권도 넓히려 했을 것이다.

명분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 활성화와 투기 증폭은 같은 말이 아니다.

투자 선택권과 고위험 상품 확산도 같은 말이 아니다.

금융상품 혁신은 출시 속도로 평가받지 않는다.

시장이 흔들릴 때 얼마나 견디는지로 평가받는다.

이번에는 상품보다 경고가 늦었다.

승인보다 검증이 늦었다.

누가 왜 서둘렀는지 밝혀야 한다.

어떤 위험을 알고도 허용했는지 공개해야 한다.

손실은 투자자가 감당한다.

그렇다고 승인 책임까지 투자자에게 떠넘길 수는 없다.

월가의 경고는 한국 증시 밖에서만 들린 것이 아니다.

한국 금융당국도 위험을 알고 있었다.

다만 경고가 상품보다 늦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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