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상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환율 충격에 대한 수입 구조의 반응이 산업별로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어 산업별 맞춤형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어서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이러한 고환율 국면이 국제유가 상승과 맞물려 우리 산업계에 ‘이중 비용 충격’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산업연구원(KIET)이 16일 발표한 ‘고환율기 수입 구조의 산업별 비대칭성과 정책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3월 원/달러 환율은 1,530원을 상회하며 1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번 환율 급등의 직접적인 배경은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불확실성이며, 이는 글로벌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강화해 신흥국 통화 전반의 약세를 촉발했다.
특히 현재의 고환율 국면은 과거 금융위기 당시 유가 급락으로 비용 충격이 완화되었던 것과 달리, 유가 상승이 동반되는 ‘고환율-고유가’ 복합 구조를 띠고 있어 기업들의 비용 인플레이션 압력이 과거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환율 충격에 대한 수입 구조의 반응이 산업별로 뚜렷한 비대칭성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가전(1.750), 자동차부품(1.296), 자동차(0.804) 등은 환율 상승 시 수입 물량이 탄력적으로 감소하는 ‘수입조정형’ 산업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산업들은 환율 상승으로 인해 수입 최종재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는 대신 국내 생산 제품의 상대적 경쟁력이 회복되는 수입대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국내 생산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면 반도체(0.147), 원유(-0.283), 이차전지 소재(-0.437) 등은 환율이 올라도 수입 규모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확대되는 ‘수입유지형’ 산업으로 나타났다.
이들 산업은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쌍방독점적 구조나 공정의 연속성 유지 등으로 인해 대체재를 찾기 어려운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환율 상승분이 그대로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환율 상승의 이중 경로 *γ와 β는 각각 실질실효환율의 생산자가격 탄력성과 수입물량지수 탄력성. ***는 1% 유의수준
산업연구원 분석 결과, 원화 가치가 1% 하락할 때 생산자물가는 약 0.33%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되어 환율과 물가 간의 직접적인 연계 경로가 유의미하게 작동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수입물량지수의 탄력성은 0.298로 나타나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물량 감소 압력은 존재하지만, 실제 조정 수준은 비탄력적인 모습을 보이며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연구원 김태훈 부연구위원은 "수입유지형 산업에 속하는 반도체와 이차전지는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가열되는 핵심 전략산업"이라며 "고환율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설비투자 축소로 이어질 경우 중장기적인 산업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환율 상승의 산업별 전이 메커니즘
이에 따라 보고서는 산업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전 및 자동차 등 수입조정형 산업에 대해서는 수입대체 효과가 실제 국내 생산 확대와 연계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핵심 중간재에 대한 할당관세를 탄력적으로 운용하여 원가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수입유지형 산업에 대해서는 환율변동보험의 지원 범위와 보장 한도를 현실화하여 비용 충격을 완화하는 한편, 가속감가상각이나 R&D 세액공제 확대와 같은 세제 인센티브를 통해 투자 연속성을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통적으로는 수입 물가와 물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조기경보 체계를 정비하고, 중소·중견기업의 환헤지 접근성을 강화하는 등 기업 대응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대책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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